고양시 일산 서구 등 경로당에 부는 보드게임 바람
고양시 일산 서구 등 경로당에 부는 보드게임 바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10.18 14:17
  • 호수 6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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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계산 등 머리 회전 필요한 보드게임, 치매예방 교육으로 각광
시니어 전용 보드게임도 개발… 어르신들 직접 해보곤 “색다른 재미”
지난 10월 14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쌍용아파트경로당 회원들이 치매예방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다.
지난 10월 14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쌍용아파트경로당 회원들이 치매예방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다.

[백세시대=배성호기자]“아무리 그래봤자 화투보다는 재미없지 않겠어요.”

지난 10월 14일, 경기 고양시 일산 서구 쌍용아파트 경로당에서는 일산서구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추진 중인 어르신 치매예방을 위한 ‘보드게임 교육’이 진행됐다. 이날 처음 ‘날아라 고깔’이란 보드게임을 접한 임남순 어르신 등 회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런데 말과는 달리 시종일관 미소가 입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냥 한 번 해보는 거지”라는 말과 상반되게 게임에 몰입한 회원들은 점수를 내기 위해 저마다 전략을 짜는 등 한동안 푹 빠져들었다. 임 어르신은 “처음엔 애들 장난감인줄 알았는데 하다보니까 화투와는 다른 색다른 재미를 느꼈다”면서 “앞으로 2주간 새로 할 보드게임들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근 ‘화투’, ‘장기’, ‘바둑’ 일색이던 경로당 보드게임 판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수백 종에 달하는 인기보드게임부터 치매예방을 위해 개발된 보드게임까지 보다 다양한 보드게임을 즐기는 회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런 보드게임을 주제로 한 시니어 보드게임 대회도 열리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보드게임이란 최소 두 명 이상이 직접 대면해 보드(board), 카드(card), 타일(tile) 등의 도구를 이용, 정해진 규칙에 따라 승패를 가리는 놀이를 말한다. 경로당에서 자주 즐기는 화투, 바둑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한때 국내에는 보드게임 카페가 유행할 정도로 젊은 사람들이 주로 즐기지만 숫자 계산, 타일 조합 등 빠른 두뇌회전이 필요해 최근에는 치매예방 활동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한국치매예방협회의 경우 놀이로서도 흥미가 있고 주의집중력, 문제해결력, 시‧공간능력, 수리력 등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보드게임 20여종을 개발하기도 했다. 또한 관련 지도사 자격증도 생겨나는 등 어르신들에게 보드게임을 전파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일산 서구 등 지자체에서도 치매안심센터를 활용해 경로당 보드게임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산서구보건소 치매안심센터는 지난 9월부터 치매안심마을로 지정된 일산 2동 10개 경로당을 대상으로 보드게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치매예방협회의 전문 보드게임 강사와 치매안심센터의 간호사 및 봉사자로 이뤄진 두 개 팀이 오는 11월까지 한 경로당을 주 1회 3주간 방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교육에서는 두뇌활동을 자극하는 카드 짝 맞추기, 점수 계산, 손가락으로 고깔 날리기 등 총 3개의 보드게임을 소개한 후 각 1세트씩 기증해 교육이 끝난 후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날 진행된 교육에서 어르신들은 대부분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공교롭게도 어르신들은 교육 시작 전 막 식사를 마친 후 화투를 즐기고 있었다. 윤공선 경로당 회장이 교육을 진행한다며 화투판을 접으라고 하자 일부 회원들은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교육이 시작되자 어르신들의 반응은 확 바뀌었다. 

교육에서는 ‘날아라 고깔’이라는 보드게임을 알려줬는데 최대 4명이 할 수 있는 게임이다. 게임은 빨강, 노랑, 파랑, 보라로 구성된 발사대, 그리고 발사대와 색이 같은 고깔(색깔별로 6개씩 총 24개)과 점수판으로 구성돼 있다. 각자 원하는 색의 발사대, 고깔, 점수판을 택한 후 중앙에 각자의 점수판을 놓고 돌아가면서 한 명씩 고깔을 발사해 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때 남의 색 점수판에 집어넣으면 점수를 딸 수 없다. 이 게임의 포인트는 자기 점수와 남의 점수를 계산(수리력)하는 데 있다. 실제로 이날 몇몇 어르신들은 점수를 계산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강사와 주변 어르신들의 도움으로 서서히 게임에 몰입했다. 결국 교육이 끝난 후에도 어르신들은 자발적으로 한동안 더 게임을 즐겼다. 

일산서구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화투도 좋은 보드게임이지만 계속 이것만 하면 두뇌에 자극을 주지 못한다”면서 “교육의 취지는 화투와 함께 다른 보드게임을 즐기면서 어르신들이 지속적으로 두뇌에 자극을 주는데 있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사진=조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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