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건국절’ 뜨거운 논란
대한민국 ‘건국절’ 뜨거운 논란
  • 관리자
  • 승인 2008.08.1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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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명칭 광복절서 건국절로” VS “임시정부 역사 인정 않는것”

미래지향적 개명필요… 법제정 논의 본격화
“올해건국 89주년… 29년역사 축소 어불성설”


올해는 1948년 대한민국의 정부가 ‘공식’ 출범한 지 60년이 되는 해 입니다. 1948년 7월 헌법이 제정된 데 이어 8월 15일 입법·사법·행정부의 골격을 갖춘 이승만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현 이명박 정부가 올해를 ‘건국 60주년’으로 명명하고 ‘건국절’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다른 한편에서 크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1919년 일제 강점기 중국 상해에서 출범한 백범 김구 선생의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건국의 시발점이라는 비판입니다.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최근 불거진 ‘건국절’ 논란,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건국 60주년, ‘선진 일류국가의 출발점’


최근 광복절을 앞두고 뜬금없이 ‘건국절’ 논란이 불거졌다. 올해 광복절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한지 꼭 60주년이 되는 데다 동양에서는 ‘회갑’을 맞는 의미가 각별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건국 60주년을 맞아 이를 토대로 세계 일류국가로 발돋움한다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지난 4월 16일 대통령훈령(제214호)으로 ‘대한민국 건국 60년 기념사업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공포했다.


올해 말까지 효력을 갖는 훈령 제1조는 ‘대한민국 건국 60년이 되는 2008년을 맞아 건국 이후 호국, 산업화, 민주화를 달성한 역사를 평가하고, 선진일류국가 건설을 위한 비전의 제시, 각종 행사의 개최 및 지원, 종합계획의 수립·조정·시행 등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하에 대한민국건국 60년 기념사업위원회를 둔다’고 정의하고 있다.


건국 60주년에 의미는 급기야 8월 15일 광복절을 ‘건국절’로 변경해야 한다는 논의로 불씨를 옮겼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1948년 8월 15일 옛 중앙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발단은 2006년이었다. 당시 원장길(元長吉) 제헌의원동지회장은 7월 17일 제헌절, 국회에서 열린 제53회 제헌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우리 조국은 대한민국임시정부, 건국정부에 이어 통일정부까지 3단계의 연속성이 형성돼야 완성되는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역사, 정치, 법률적 정통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한민국건국절, 건국기념관, 제헌기념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달, 동아일보가 이영훈 서울대 교수(경제사)의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는 칼럼을 게재하면서 본격적인 논란이 불거졌다.


이 교수는 칼럼에서 “(1948년 제헌을 통해 마련된) 대한민국의 헌법은 우리 2000년의 국가 역사에서 처음으로 ‘국민주권’을 선포했고 국민 모두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했다”며 “광복은 일제가 무리하게 제국의 판도를 확장하다가 미국과 충돌해 미국에 의해 제국이 깨어지는 통에 이뤄진 것”이라는 논리로 광복절을 평가절하했다.

 

진정한 의미의 빛은 1948년 8월 15일의 건국 그날에 찾아왔으니 지난 60년간의 ‘광복절’을 미래지향적인 ‘건국절’로 바꾸자는 것이다.


당시 한나라당도 ‘건국절’ 제정에 동의하고 나섰고, 8월 11일 그해 광복절을 앞두고 뉴라이트재단, 자유주의 연대 등 뉴라이트 계열 5개 시민사회단체는 “우리 역사에 있어 1945년 8·15 광복이 지니는 의미보다 1948년 8·15 대한민국 건국이 지니는 의미가 훨씬 크다”며 “자유와 번영을 안겨준 대한민국의 탄생을 경축하기 위한 시작으로 8·15의 명칭을 광복절에서 건국절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은 지난해 9월 17대 국회에서 ‘광복절’을 ‘건국절’로 개칭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경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지난해 11월 20일 ‘건국6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강영훈·이인호·박효종)가 발족하면서 8월 15일 건국절 제정을 위한 ‘건국절 캠페인’ 등을 추진하는 한편 18대 국회의원에 재선된 정갑윤 의원이 지난 7월 3일 ‘국경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재차 제출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1919년 임시정부’


‘건국절’ 제정 움직임에 대해 ‘숫자에 대한 의미부여’가 지나친 나머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축소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광복회는 ‘대한민국 건국60년기념사업위원회’에 올해 광복절 기념행사를 대신해 ‘건국기념행사’가 개최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 여부를 묻는 질의를 했다. 위원회는 “1948년 남한에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이념으로 삼은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됐기 때문에 건국60년 행사를 8월 15일에 치르는 것은 정당하다”고 답했다.  


광복회 차창규 사무총장은 “우리나라의 국호는 3·1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은 임시정부가 1919년 정한 ‘대한민국’에서 따온 것”이라며 “올해로 건국 89주년인 셈인데 1948년 이전의 임시정부의 역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1945년 11월 3일 중국 상해 임시청사 앞에서 임시정부요원들이 환국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시정부요원들은 광복을 맞아 1945년 11월 5일 환국했다. 앞줄 오른쪽 네번째가 김구 주석이다.


민주당도 지난 13일 건국절 제정 움직임에 대해 “대한제국과 1919년 수립된 임시정부의 법통과 정통성을 부인하는 행위이자, 반만년을 이어온 우리 민족의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로 대한민국을 60년의 신생국으로 반 토막 내고, 38년 일제 식민지 역사를 단절시켜 ‘잃어버린 시간’으로 만들려는 것”이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한국근현대사학회, 민족문제연구소 등 14개 역사 관련 학회도 지난 12일 성명서를 내고 “1949년 9월 국회가 국경일 제정을 검토할 때 정부가 제안한 ‘독립기념일’ 대신 ‘광복절’을 선택한 것은 1945년 8월 15일 일제의 지배로부터 해방된 날과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날을 동시에 경축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등 55개 단체는 지난 7일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는 것과 대한민국 건국60년 기념사업위원회가 추진하는 건국행사 등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과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대표적인 민족주의 사회학자인 신용하(71)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1919년 임시정부 수립 이후 군정치하였던 1947년까지는 독립운동의 시기이면서 건국운동의 1단계였고, 1948년 이후 정부 수립은 2단계 건국 운동이었다”며 임시정부를 포함한 개념의 ‘건국’의 의미를 강조했다.


신 교수는 특히 “민주화 세력이니 산업화 세력이니 하며 다툼을 하고 있지만 한가한 이야기다. 이 성과에 정치인이나 정부가 공헌한 부분은 지극히 작다”면서 “산업화는 군사정부 이전에 민간정부 시절 수립한 경제계획을 토대로 이뤄졌고, 민주화는 학생과 종교인, 지식인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룩한 성과”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정치인들은 과실을 제일 먼저 접한 사람들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 “‘한강의 기적’으로 통칭하는 성과는 특정 정부가 이룩한 결과물이 아니다”며 “비약적 경제발전과 광범위한 사회문화적 발전 및 민주주의 달성은 사회 각 분야에 종사하는 국민이 이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함문식 기자 hammoonsik@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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