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익 대한노인회 제주 서귀포시지회장 “노인에겐 대학병원보다 만나서 즐겁게 운동하는 공간 더 필요”
강창익 대한노인회 제주 서귀포시지회장 “노인에겐 대학병원보다 만나서 즐겁게 운동하는 공간 더 필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11.01 14:09
  • 호수 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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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여성 회장·부회장들 자원재활용 행사로 모은 성금 불우이웃 돕기
취임 직후 치매예방교육 실시해 높은 성과 얻어…노인회 사상 처음일 듯

[백세시대=오현주기자]대한노인회 지회 운영 형태는 크게 내향적 운영과 외향적 운영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가 경로당활성화에 치중한다면 후자는 한 발 더 나아가 지역사회와의 소통·상생을 통한 어른다운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대한노인회 제주 서귀포시지회는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다분히 후자에 속한다. 강창익(76) 서귀포시지회장은 지역사회 갈등 문제 해결에 앞장서며 행정이 미치지 않는 부분을 대신하는 등 광폭의 지회 운영을 해오고 있다. 

-며칠 전 서울을 다녀간 것으로 안다.

“지난 8월 우리 지회를 방문한 서울 용산구지회와 우호교류 협약식을 맺고  답례 차 우리가 10월 22~24일, 사흘간 용산구지회를 방문했다. 앞으로 두 지회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교환과 노인회 발전에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제주 서귀포시지회는 일찍부터 국내외 노인기관과의 우호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2014년 일본 가라츠시 노인회 방문을 시작으로 중국 진황도시 노년대학, 베트남지회, 철원군지회, 안산시지회 등과 방문 교류를 해오고 있는 것. 

-서귀포시지회가 지역사회 갈등 해소에 나선 경우를 소개해 달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설치 반대로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됐을 때 노인회가 더 이상 가만히 앉아서 보고만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가 직접 기지 전단장을 찾아가 이 시설이 왜 국가안보에 필요한가를 노인들에게 설명해달라고 부탁했고 그랬을 경우 노인들도 타당하다고 생각되면 협조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한 것이다.”

해군 측 관계자는 지회 임원과 경로당 회장들을 기지로 초청해 시설을 공개하고 각종 안보 자료를 브리핑했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한 커뮤니티 센터의 노인회관(경로당)에 회원들이 입주하는 등 분쟁과 갈등 극복에 지회가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강 지회장은 “그 일을 계기로 전단장, 함장 이·취임식에 노인회장이 참석하고 지회의 알선으로 경로당 회원들이 해군기지도 견학한다”며 “지회장은 류성룡함, 자문위원장은 이이함, 안덕면 분회장은 이순신함의 명예함장으로 위촉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 행정을 대신하는 경우는.

“시의 예산을 받아 경로당 케이블TV 시청료 지원과 경로당 안심보험 가입을 지회가 대신 해주고 있다. 지난여름 여성회원 한분이 경로당 안에서 다쳤을 때 보험금을 받도록 도와주었고, 최근에는 경로당 입구에서 남성회원 한분이 미끄러져 다쳤는데 보험회사가 경로당 밖에서 일어난 사고라면서 처음엔 지급을 거절해 지회가 나서서 보험금을 탈 수 있도록 도왔다.”

강창익 제주 서귀포시지회장(왼쪽에서 네번째)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강 지회장 오른편이 오남선 사무국장.
강창익 제주 서귀포시지회장(왼쪽에서 네번째)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강 지회장 오른편이 오남선 사무국장.

지회와 지역의 기업 간 유대 강화를 위한 교류도 있었다. 지난 5월 13일, 열린 제주 국제컨벤션센터 설명회가 그 중 하나다. 이날 컨벤션센터를 운영하는 기업 측에서 지회 임원, 경로당 회장 등 170명을 초청해 경로당 회장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국제컨벤션센터의 기능과 기업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자연환경 보전에도 앞장선다고 들었다.

“2년 전 ‘경로당 종이컵 사용하지 않기 운동’을 전개해 당시 중앙 일간지를 비롯 ‘백세시대’ 신문에도 크게 보도된 바가 있다. 제주개발공사에 요청해 1000만원을 협조 받아 스탠 컵 5000개를 구입해 전 경로당에 전달했고 올해는 ‘쓰레기봉투 사용하지 않기 운동’도 실시했다. 역시 제주개발공사의 지원으로 장바구니 1500개를 마련해 자연환경보호캠페인을 하는 자리에서 나눠주기도 했다.”

-‘사랑나눔’ 사업은 무언가.

“노노케어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실질적으로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홀몸노인을 도우려는 취지에서 ‘사랑나눔’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2년간 분회, 노인대학, 경로당에 모금함을 비치해 동전부터 만원 지폐까지 모은 성금이 총 2900만원이다. 주민생활 형편에 밝은 경로당 회장에게서 수혜자를 선정 받아 작년에 100명, 올해 150명을 지원했다.”

서귀포지회 경로당 여성 회장들도 ‘사랑나눔’ 사업에 동참했다. 지난 9월 6일, 노인회 여성회장들이 주관해 ‘아나바다’(자원순환) 행사를 펼쳤다. 

강 지회장은 “전국에서 경로당 여성 회장과 여성 부회장, 여성 회원이 중심이 돼 행사한 건 처음일 것”이라며 “이날 수익금 610만원을 ‘사랑나눔’에 전부 보탰다”고 소개했다.

제주 서귀포시 전체 인구 17만여명 중 노인 인구는 3만1500여명이다. 1981년 8월 창립된 서귀포시지회는 11개 분회, 5개 노인대학 및 1개 노인대학원, 149개 경로당을 두었다. 대한노인회 회원은 1만8478명이다. 2014년 이후 매년 경로당 운영 활성화로 대한노인회 중앙회로부터 우수지회로 선정되고 있다.

강창익 지회장은 바르게살기운동 서귀포시지회장, 민주평통 자문위원을 지냈다. 새서귀경로당 회장을 거쳐 2014년 지회장에 취임했다. 2018년 4월, 정기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추대돼 현재에 이르렀다.  

-해녀들만 있는 경로당이 있는지.

“그런 경로당은 없고 안덕면 사계리 용해경로당의 경우 회원 상당수가 해녀들이다. 유네스코에 해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정부 지원이 나오는 것으로 안다.”  

-제주의 노인복지는 어떤가. 

“경로당 시설은 아주 만족스러운 편이다. 경로당 한 곳 신설 시 물품 구입비용으로 2000만원이 지원된다. 제주는 ‘노인복지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5세 이상은 버스 무임승차이며 택시비도 일정 부분 지원된다.”

-봉사의 삶을 살아온 것 같다. 

“예비군부중대장으로서 전국 최우수예비군중대 표창을 받았던 일, 청소년선도기동대를 조직해 지역정화에 힘썼던 일들이 기억에 새롭다. 제주어보존회를 서귀포에서 처음 만들어 향토문화보전에도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6년여 재임 중 가장 보람 있는 일은.

“취임 직후 경로당을 순회하면서 치매예방교육이 필요하다는 걸 느껴 전국에서 처음으로 치매예방교육을 했으며 성과도 컸다. 3년간의 사업을 마치고 이어 어른으로서 존경 받을 수 있도록 의식개선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사업은.

“원희룡 제주지사와 양윤경 서귀포시장은 노인복지에 발 벗고 나서 도와주는 분이다. 지사와 시장께 노인종합복지센터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노인에겐 좋은 대학병원보다 만나서 함께 즐기고 운동하는 공간이 더 필요하다. 그 꿈이 실현되도록 최선을 다 하고자 한다.”

강 지회장은 인터뷰 끝에 “중앙회와 연합회, 지회가 좀 더 소통의 기회가 많아지고 노인 행복 향상에 노력하는 노인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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