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한 ‘서울생활사박물관’…어르신에겐 ‘향수’를, 젊은 세대에겐 ‘새로움’ 선사
개관한 ‘서울생활사박물관’…어르신에겐 ‘향수’를, 젊은 세대에겐 ‘새로움’ 선사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11.01 14:59
  • 호수 6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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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사전시실, 구치감전시실, 어린이체험관 등 구성… 1100여점 전시
포니‧브리사 택시 등 관심… 교도관과 수용자 복장 착용하는 체험도
서울 노원구 ‘서울생활사박물관’은 광복 이후 서울 시민들의 일상을 소개하며 어르신 세대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움을 선사하고 있다. 사진은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는 ‘포니 택시’(왼쪽)와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송강호가 운전한 차량 ‘브리사’.
서울 노원구 ‘서울생활사박물관’은 광복 이후 서울 시민들의 일상을 소개하며 어르신 세대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움을 선사하고 있다. 사진은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는 ‘포니 택시’(왼쪽)와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송강호가 운전한 차량 ‘브리사’.

[백세시대=배성호기자]1975년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포니’. 우리나라 최초의 양산형 자동차로 1990년에 판매가 중단될 때까지 전국 곳곳을 누비며 시민들의 든든한 발이 돼 주었다. 특히 ‘화려한 휴가’, ‘택시운전사’ 등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에서 주연 못지않은 활약을 펼쳐 생산이 멈춘 뒤 태어난 젊은 세대에게도 익숙한 자동차다. 지난 10월 25일 서울 노원구 서울생활사박물관에는 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포니가 전시돼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달릴 수 없지만 시니어 세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 세대에는 ‘새로움’을 선사하며 또다른 ‘주행’을 시작했다.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옛 북부법조단지 부지에 지난 9월 본격 개관한 서울생활사박물관이 광복 이후 서울 시민들의 일상을 소개하며 주목받고 있다. 앞서 7~8월 두 달간의 시범 운영 기간에만 이례적으로 3만5000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갈 정도로 입소문을 타며 세대공감의 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포니 등을 소개하는 생활사전시실을 비롯 어린이체험실, 구치감전시실 등 총 3개동으로 구성된 박물관은 1100여점의 방대한 자료를 통해 서울의 변천사를 소개한다. 관람은 매주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가능하다. 또한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총 4층으로 구성된 생활사전시실의 1~3층은 서울을 생활권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상설공간으로 꾸며졌다. 4층에서는 임시 개관 때 공개하지 않았던 특별전 ‘수집가의 방’을 11월 30일까지 진행한다. 

‘서울풍경’을 주제로 한 1층에서는 사진과 영상 자료를 통해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됐던 서울이 현재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발전하기까지 변화하는 모습을 소개한다. 아직 발전되지 않은 서울에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들어섰던 초기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 보는 것이 포인트다.

1층 전시실에서 특히 인기를 끈 것은 ‘포니 택시’와 ‘택시운전사’에서 송강호가 운전했던 차량으로 유명한 ‘브리사’였다. 지나가는 관람객마다 인증 샷을 찍을 정도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현재 스마트폰을 대신해 1990년대 주요 통신수단이 돼줬던 삐삐와 초창기 핸드폰은 그 당시 어떻게 썼을지 의심이 들 정도로 두꺼워 격세지감을 느끼게 해준다. 현재에도 판매되는 음료와 라면의 옛 모습도 반갑게 다가온다.

2층의 주제 ‘서울 살이’는 서울 토박이와 한국전쟁 직후 서울로 모여든 사람들의 생활상을 소개한다. 출산 방식의 변화와 우량아 선발대회, 산아 제한과 같은 가족계획 사업 등에 대한 전시로 당시 사회상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옛 레코드·비디오 가게, 사진관, 문구점 등을 재현해 놓아 눈길을 끌었다. 이중 문구점에는 태권브이와 요술 공주 장난감, 못난이 인형 등이 전시돼 있는데 30~40대 관람객들은 추억에 잠긴 듯 한참 동안 발길을 떼지 못했다. 

‘서울의 꿈’을 주제로 한 3층에서는 서울의 주거문화에 대한 이야기부터 입시제도, 교육, 그리고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던 서울시민들의 생업 현장 등을 만날 수 있다. 이중 1950년부터 시대별 책가방의 변천사와 교련복을 소개한 코너가 인상적이다. 교련복을 입은 남학생들과 귀밑 3㎝ 단발머리를 한 여학생들의 모습도 재현했는데 이제는 거의 사라진 두발 규제로 다양한 스타일을 하는 지금의 학생들과는 정반대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한 반에 학생이 80명이 넘어 2부제 또는 3부제로 운영됐던 이른바 ‘콩나물 교실’에 대한 내용도 새삼 놀라움을 선사한다. 당시 사용한 교과서와 필기구부터 운동회 등 학교 행사와 치열했던 입시제도 등이 전시돼 있다. 콩나물 학급은 광복 직후 베이비붐 현상이 나타나면서 학생 수가 급격히 증가해 나온 현상으로, 2019년 초등학교 학급 당 학생 수가 22명에 불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미닫이문이 달려 있던 자바라TV(위)와 1970년대 1등 혼수품이었던 재봉틀.
미닫이문이 달려 있던 자바라TV(위)와 1970년대 1등 혼수품이었던 재봉틀.

특별전 ‘수집가의 방’은 시민 수집가 7명이 자신의 소장품을 전시하는 참여형 전시다. 마이클잭슨 관련 용품, 88올림픽 관련 신문 및 올림픽 수집품, 1970년대 공연 티켓 등 다양한 분야의 생활유물과 이를 수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개인의 애정이 담긴 수집품이지만 이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그 시대 모습이 그려진다. 

별관에 마련된 구치감전시실에는 과거 미결수들이 구금되어 있던 구치감의 모습을 그대로 복원해 놨다. 관람객들이 당시 교도관과 수용자 복장 차림으로 그 당시 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일부 공간에는 만화방‧음악다방‧문방구 등 1970~1980년대 대표적 놀이장소이자 문화공간이 모여 있던 옛 골목길을 재현해 놨다.

어린이체험실 ‘옴팡 놀이터’는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 전용 체험실이다. 감각 놀이와 생활놀이 오감 학습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이용객들이 몰려 사전 예약을 해야 이용 가능하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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