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갤러리로 놀랍게 변신한 지하철 역사들
지하 갤러리로 놀랍게 변신한 지하철 역사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11.08 15:19
  • 호수 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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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선 공덕역, 내년 2월까지 증강현실 활용한 미술관 꾸며
한 여성이 스마트폰으로 공덕역에 설치된 ‘리슨 투 더 댄스’를 감상하고 있다(왼쪽). 여성이 오른손 검지로 가리키는 동영상은 구글 렌즈 앱을 이용한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한 여성이 스마트폰으로 공덕역에 설치된 ‘리슨 투 더 댄스’를 감상하고 있다(왼쪽). 여성이 오른손 검지로 가리키는 동영상은 구글 렌즈 앱을 이용한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사진=연합뉴스

6호선 녹사평역, 지하예술정원 조성…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우이신설선, 누구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전시플랫폼’으로 운영

[백세시대=배성호기자]지난 11월 4일 서울 공덕역 봉화산방면 플랫폼 스크린도어에는 패션 브랜드 광고를 연상케 하는 춤을 추는 무용수의 대형사진이 걸려 있었다. 사진 옆에는 스마트폰 앱인 ‘구글 렌즈’를 사용하면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설명대로 구글 렌즈를 실행시켜 무용수 사진에 가져다대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사진 속에서 튀어나온 듯 무용수가 스마트폰 안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LG유플러스와 서울교통공사가 손잡고 문화예술 공간인 ‘U+5G 갤러리’를 꾸미면서 공덕역에 전에 없던 활기가 생겨난 것이다.

최근 공덕역을 비롯한 지하철역이 삭막했던 역사 내부를 갤러리로 꾸며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작품을 거는 수준이 아닌 최신 AR(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체험형 작품들로 꾸미거나 역사 자체를 미술공간으로 탈바꿈시켜 관광명소로도 떠오르고 있다. 

먼저 LG유플러스와 서울교통공사는 공덕역 곳곳에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U+5G 갤러리’는 2020년 2월 29일까지 운영한다. 지하철을 기다리며 즐길 수 있는 ‘플랫폼 갤러리’, 지하철 내부에서 감상하는 ’열차 갤러리’, 이동하며 눈으로 즐기는 ‘환승 계단 갤러리’, 환승 거점에서 5G 콘텐츠 체험이 가능한 ‘팝업 갤러리’ 등 4개 공간으로 구성됐다. 

지하철 승강장에는 신제현 작가가 무용수들과 협업한 ‘리슨 투 더 댄스’(봉화산 방면)와 구족화가 및 서울문화재단 소속 작가들의 회화 작품(응암 방면)을 전시했다. 나점수 조각가의 ‘땅으로부터 온 식물’ 콘셉트로 구성한 씨앗캡슐과 의자도 마련됐다.

이 외에도 1편(8량 열차) 전체에 꾸며진 열차 갤러리에는 윤병운 작가와 애나한 작가가 준비한 특별전과 유플러스 브랜드관이 있다. 환승 계단 갤러리와 팝업 갤러리에서도 권오철 작가 등 유명 사진작가의 작품 및 LG유플러스의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올해 3월 지하예술정원으로 재탄생한 6호선 녹사평역은 ‘2019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을 수상하며 예술성도 인정받았다. 

지하철을 타고 녹사평역에 내리면 먼저 김원진 작가의 ‘깊이의 동굴—순간의 연대기’와 만날 수 있다. 색연필로 선을 그어 지면을 채우고 이를 얇은 조각으로 길게 잘라낸 뒤, 한 조각씩 화면에 다시 붙인 작품이다. 기억을 지층에 비유한 시리즈로 승강장 구석구석에 있어 그림을 찾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승강장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4층으로 올라가면, 천장에서 치렁치렁 내려온 조형물이 반긴다. 조소희 작가의 ‘녹사평 여기…’다. 알루미늄 선을 코바늘뜨기로 만든 작품으로 제작기간만 5개월에 달한다. 다양한 색 레이어가 은은하면서도 자연적으로 느껴져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

녹사평역도 지하예술정원으로 리모델링해 관광명소로도 주목받고 있다.
녹사평역도 지하예술정원으로 리모델링해 관광명소로도 주목받고 있다.

지하 4층에서는 김아연 작가의 ‘숲 갤러리’를 만날 수 있다. 널빤지를 늘어놓은 것으로 깊은 숲속에 있는 느낌을 준다. ‘자연을 예술적으로 체험하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오랜 기간 벌채와 식재, 도시 오염으로 퇴행적인 천이를 겪은 남산 소나무 숲의 밀도와 시간, 그 안의 관계를 표현했다고 한다. 작품 소재도 소나무, 신갈나무, 때죽나무, 팥배나무, 단풍나무, 산벚나무 등을 사용했다.

에스컬레이터 양옆에는 푸른 식물이 싱그러운 ‘시간의 정원’이 자리 잡았다. 휴식처이자 만남의 공간으로, 천장에서 내려오는 빛을 활용해 정원을 꾸몄다. 의자가 놓인 휴식 공간에는 녹사평역을 꾸민 작가들의 작품 설명이 있어 이해도를 높였다. 

하이라이트는 지하 4층에서 지하 1층으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에 설치된 유리 나루세와 준 이노쿠마 작가의 ‘댄스 오브 라이트’다. 작가는 지하 공간에서 펼쳐지는 빛의 댄스를 표현하기 위해 지상의 빛이 들어오는 돔과 주변을 그물 같은 금속망(익스팬디드 메탈)으로 만들었다. 이로 인해 돔 천장을 통해 내려오는 빛은 지하 35m까지 이른다. 날씨와 시간, 계절에 따라 섬세하게 변하는 빛을 볼 수 있는데 풍성한 빛 한가운데를 에스컬레이터가 유유히 가르는 모습이 장관이다. 

2017년 개통된 ‘우이신설선’도 지난달부터 누구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전시플랫폼’으로 운영되고 있다. 12월 31일까지 일러스트 작가 배성태와 돌곶이 요괴협회가 참여한 ‘우이신설 만화전’이 보문역과 신설동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또 이달 말에는 ‘성신여대입구역’에 위치한 높이 6.7m의 벽면에 라트비아 출신의 작가 ‘게르만스 에르미치’(Germans Ermics)의 작품을 설치할 예정이고, 고객 맞춤형 가구를 만드는 ‘길종상가’의 ‘박길종 디자이너’가 ‘우이신설 문화예술철도’의 BI를 활용해 만든 작품들로 채워진 ‘보문역 B2’ 공간도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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