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
  • 관리자
  • 승인 2006.08.28 13: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책은 유명하거나 박식한 사람만 내는 것이라는 고정관념과 문장 귀족주의 또는 저서 봉건주의와 같은 낡은 유산을 떨쳐 버리고, 뛰어난 글재주는 아니나 보통 사람도 쓸 수 있다는 신념으로 이 글을 작성했음을 미리 밝혀둔다.


얼마 전 아파트 승강기 안에서의 일이었다. 초등학교 1~2학년쯤으로 보이는 어린아이가 툭 내뱉은 말이 가관이었다. “할아범, 몇층에 가노?”


어린아이가 서슴지 않고 내뱉은 한 마디에 가슴이 철렁했다. 불쾌한 감정을 감추고 아이의 나쁜 말버릇을 바로잡아 주었지만 그 당시 느낀 씁쓸한 마음은 아직까지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어린 학생의 언행 속에서 무심코 튀어나온 말이 아직까지 여운을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히려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다.

 

그 아이도 태어날 때부터 그런 말투를 가진 것은 아닐 것이다. 어른이 가르쳐준 말버릇이 분명했다.


고희(古稀)에 접어든 우리 세대는 일본의 강점으로 원치 않았던 말과 글, 풍습을 배워야 했다. 억압에 시달리면서 살아오다가 해방이 되어 감격과 희망이 일시에 분출되었지만 6·25전쟁으로 남북이 분단되어 무수한 인명피해를 당하는 불우한 운명을 겪어야 했던 희생양의 세대다.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려웠던 그 고통의 세월에 올바른 말과 글을 고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얼과 생활양식, 문화가 담긴 말과 글을 용케도 잘 지켜왔다.


그 안에는 경로효친 사상이 담겨있고, 경로효친 사상에는 우리 민족의 삶과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바야흐로 매스미디어 시대다. 살기 좋은 시대가 찾아왔고, 수억의 인간들이 허공을 가르며 종횡무진하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세상 물정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변화된 생활양식으로 인해 허물어진 전통 가족제도의 으뜸, 경로효친사상이 퇴색되어 가는 모습에는 안타까운 심정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지금부터라도 후세들에 다가서 민족의 얼을 전수하고, 깨닫게 해야 한다. 우리 노년세대가 민족적 가치를 계승할 전수자로서의 사명을 다해야 한다.

 

그러한 노력과 관심을 통해 한민족의 윤리관을 유지, 발전시킴으로서 전통적 가족제도를 통한 모두의 행복은 물론 후세의 밝은 미래가 더욱 돈독해질 것이라는 확신에 찬 기대를 할 수 있다.

 

이제 백발이 무성한 우리 세대도 젊은이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 말과 행동, 일거수일투족을 조심하며 살아갈 필요가 있다. 어른의 언행은 후세가 자연스럽게 따라하는 길잡이가 되기 때문이다.

오남진 대한노인회 대구시 북구지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