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훈흠 대한노인회 충북 증평군지회장 “경로당 내 갈등 분위기 바꾸려 애써…요즘 단합 잘 돼”
연훈흠 대한노인회 충북 증평군지회장 “경로당 내 갈등 분위기 바꾸려 애써…요즘 단합 잘 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12.06 15:04
  • 호수 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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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관 증축, 분회 1곳 신설 등 지회 큰 변화 꾀해… 회원 확대도 기대
경로당 회원·증평공고생들 세대 공감 프로그램… 지역방송 타며 화제

[백세시대=오현주기자] 대한노인회 충북 증평군지회는 경로당 수가 115개인 ‘작은지회’이다. 하지만 작다고 무시하면 큰 코 다친다. 지회는 경로당 운영부터 회원 건강유지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회는 2018년 충북연합회와 대한노인회 중앙회로부터 경로당활성화 우수지회 표창을 받았고, 지난 10월 열린 노인건강대축제 그라운드골프 경기에 충북 대표로 참가한 남자선수들이 개인전 1,2위를 차지한 것이다. 

연훈흠(77) 증평군지회장은 “저를 포함해 직원들이 경로당을 수시로 찾아다니며 회원 단합을 유도하고 관리·감독을 게을리 하지 않은 결과”라며 “특별히 내세울 건 없지만 알차게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12월 초, 증평읍 역전로에 위치한 지회에서 연훈흠 지회장을 만나 지회 운영에 쏟는 열정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연 지회장은 2017년 7월에 취임했다. 

-근황은.

“최근에 충북도 13개 지회 전 직원 대상의 워크숍을 다녀왔다. ‘청풍명월’ 제천에서 이틀간 강의도 듣고 업무역량도 쌓는 좋은 기회였다.”

-증평은 어떤 군인가.

“증평군은 괴산군에 속했다가 군민들이 생활의 불편함을 호소해 분리돼 나왔다. 노인이 전체 인구의 16.3%로 괴산 등 인근 시·군(30%대)에 비해 현저히 낮다. 군민은 3만7500여명이며 느는 추세다. 경로당 수는 115개, 대한노인회 회원은 4400여명이다.”

-농촌 인구가 줄어드는데…의외다.

“증평은 청주·오창과 승용차로 15~20분 거리에 있다. 청주에 직장을 둔 젊은 층이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이곳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다.” 

-지회장 취임한지 2년이 지났다. 그동안 어떤 일들을 했는지.

“가장 보람을 느끼는 부분은 지회 건물 증축이다. 기존 2층 회의실(46평)에 총회 등 행사 때마다 의자를 놓을 공간이 부족했다. 군수에게 조르다시피 해 군비 7억 4000만원을 받아 올해 10월, 73평으로 늘렸다. 노인의 날 행사를 새 회의실에서 경로당 회장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치룰 수 있어 아주 흡족했다.”

지회는 노인복지관 건물에 ‘셋방살이’를 하다 2013년 현재의 2층 건물을 신축해 입주했다. 6년간 불편함을 감수하다 연 지회장의 끈질긴 노력 끝에 장소 문제를 해소한 것이다.

연 지회장의 또 한가지 역점사업은 새 분회 설립이다. 지회는 증평읍, 도안면에 1개씩, 2개 분회를 두었다. 이 중 증평읍 분회의 경로당 수가 82개로 늘어남에 따라 증평읍 장평분회를 새로 연 것. 연 지회장은 “경로당이 60개 이상이면 분회 설립이 가능해 한 곳을 더 만들었다”며 “앞으로 새 분회에 회원이 많이 늘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보편적으로 좋은 편이다. 전체 경로당 중 아파트경로당이 40% 정도 된다. 아파트경로당은 시설이 아주 좋다. 기존의 낙후된 경로당은 군의 지원을 받아 점진적으로 리모델링 중이다.”

-전자렌지를 전 경로당에 보급했다고.

“지난해 전 경로당에서 ‘사랑의 저금통’ 모금 행사에 참여했다. 백원도 좋고 천원도 좋고 쌈짓돈을 모았는데 예상보다 40%(880여만원)가 더 걷혔다. 성금을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하자 모금회 측에서 성금액의 20%를 더 얹어 돌려줘 그것으로 구입한 것이다. 모금회로부터 상장도 받고 성과가 좋았다.”

-올해도 모금을 했는지.

“작년보다 적은 액수를 모금해 공동회에 전달한 상태고 무엇을 할지는 아직 결정을 못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이시종 충북지사께서 노인회를 격려 차 초청했다.”

-경로당활성화 우수지회가 된 배경은.

“올해 6월, 도 공모사업에 선정돼 실시한 세대 공감 프로그램을 높게 평가한 것 같다. 중천1, 2리 경로당 어르신들 40여명이 증평공업고 학생들과 함께 학교 강당에서 치매예방 프로그램 ‘인지걷기’ 등을 하며 소통과 친목의 시간을 가졌다. 당시 충북교육감과 김광홍 충북연합회장도 참석했고 지역방송에도 방영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앞으로 세대 간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되는 이 같은 프로그램을 경로당 전체로 확산할 생각이다.”

연훈흠 증평군지회장(오른쪽 세 번째)이 지회 앞에서 직원들과 함께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연 지회장 왼편이 장현청 사무국장.
연훈흠 증평군지회장(오른쪽 세 번째)이 지회 앞에서 직원들과 함께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연 지회장 왼편이 장현청 사무국장.

연훈흠 지회장은 증평에서 나고 자랐다. 충북 증평출장소 산업과장, 환경보호과장 등 33년간 공무원 생활을 했다. 퇴직 후 경로당 회장을 거쳐 증평군지회 이사, 감사를 역임했다. 2017년 7월 지회장 선거에 단독후보로 나서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공무원 생활 중 잊지 못할 일은.

“일반 행정공무원이라 특별히 기억나는 일은 없다. 수확량이 많은 통일벼를 전국 농가에 보급할 때 일부 농민들이 일반 벼를 고집했다. 공무원들이 동원돼 일반 벼를 심지 못하게 했던 일도 있었고 새마을운동의 하나로 지붕개량 사업에 투입돼 초가지붕을 벗겨내기도 했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퇴직 후 집에서 농사짓고 있는데 주변에서 자꾸 경로당 회장을 해보라고 권했다. 증평읍 사곡리 경로당 회장을 5년간 했다.”

연 지회장은 68세로 경로당 회장을 맡아 80세 어르신들을 대하기가 적잖게 힘들었다고 한다. 연 지회장은 “볏짚으로 농기구, 짚신 등을 만드는 짚풀공예를 경로당에서 하는데 어르신들이 잘 응해주지 않아 애를 먹었다”며 “연씨 집성촌 내 경로당이라 ‘아저씨’라고 부르며 사정하듯 부탁을 드렸다”며 웃었다. 

-지회장 선거에 나선 개인적 동기는.

“지회장이 원래 봉사하는 자리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경로당 회장 하면서 노인 사회 단합의 필요성을 느꼈다. 노인들이 술자리에서 의견이 틀어지기도 하고 할머니들도 화합이 안돼 그런 걸 타개하고 싶었다.”

-뜻을 이루었는지.

“우리끼리 말이지만 노인이 살면 얼마나 살겠나. 경로당을 찾아가 ‘잘못 된 게 있으면 양보하고 서로 타이르고 하면서 잘 지내시라’고 간절하게 부탁했다. 결과가 좋다고 딱 부러지게 확답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좋은  편이다.”

-임기 마지막에 꼭 이루고 싶은 일은.

“분회 사무실 한 곳의 임대료가 나가고 있다. 군수에게 부탁해 분회 사무실을 꼭 마련하고 싶다.”

연훈흠 증평군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저까지 포함 직원 5명이 고생을 많이 한다”며 “직원들 처우 개선도 시급히 해결해야할 현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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