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쪽같은 그녀’, ‘어쩌다 외할머니‧손주’ 된 조손가정의 앞날은?
영화 ‘감쪽같은 그녀’, ‘어쩌다 외할머니‧손주’ 된 조손가정의 앞날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12.06 16:11
  • 호수 6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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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파워 입증한 나문희와 ‘부산행’ 아역으로 유명한 김수안 주연작
혼자 신나게 살던 70대 할머니 앞에 손녀 나타나… 가슴 적시는 감동

[백세시대=배성호기자] 15만3000가구. 통계청이 2015년 집계한 우리나라 조손(祖孫)가정 숫자다. 2035년에는 조손가정이 32만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손가정은 부모 없이 조부모 1명 또는 2명과 미성년 손자녀로만 이뤄진 가족형태로 주로 이혼, 질병 등으로 부모가 떠나면서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조손가정은 일반가정보다 생계가 열악하다는 것이다. 또 아이들이 심리적 문제를 겪을 수 있고 이를 돌보는 조부모들의 고통도 크다. 12월 4일 개봉한 나문희 주연의 ‘감쪽같은 그녀’는 이러한 조손가정 문제에 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작품은 딸이 떠나고 혼자 지내는 72세 ‘꽃청춘’ 변말순(나문희 분)의 ‘솔로’ 인생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말순은 부산의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진 한 공원에서 손수 수놓은 손수건을 팔아 번 돈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비록 독거노인이지만 동네 주민들과 틈틈이 화투 놀이를 즐기면서 풍족하지 않지만 나름 무탈한 인생을 즐기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말순이 잠깐 집을 비운 사이 생판 처음 본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갓난아기를 등에 업고 찾아온다. 엄마의 유골함을 내민 여자아이는 자신이 올해 12살인 ‘공주’(김수안 분)이고 업고 있는 동생의 이름은 ‘진주’라고 당돌하게 소개한다. 이어서 자신이 ‘손녀’라고 주장해 말순을 당황하게 한다. 

하지만 이도 잠시 딸의 소식과 함께 두 사람의 사연을 듣게 된 말순은 문전박대를 하지 못하고 공주와 진주를 받아들이면서 세 사람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어린 나이에 동생까지 뒷바라지 하며 조숙해진 공주는 집안 살림부터 동생을 돌보는 일까지 능수능란하게 하는 반면 반평생을 혼자 지낸 말순은 여전히 철부지였다. 

생활방식이 달라 서로 티격태격하고 주변에 편견 어린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두 사람은 함께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면서 점점 가족이 되어간다. 그렇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이들의 동거는 큰 위기를 맞는다. 

이 작품은 극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도 아니고,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반전 요소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이목을 끄는데 그 힘의 원천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있다. 

공주가 찾아오기 전 말순처럼 현재 우리나라는 1~2인 가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가족에 이어 핵가족마저 붕괴되면서 가족의 의미가 변화하고 퇴색되어 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고령화까지 더해지면서 전례 없는 가족 문제가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새로 등장하는 가족 형태에 대한 사회적인 대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말순과 공주는 이렇다 할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도 ‘조손가정은 무언가 결핍돼 있을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에 시달려야 했다.

가족의 해체로 어려운 상황에 내몰린 말순과 공주지만 결국 두 사람은 가족의 힘으로 이를 극복해 나간다. 버림받고 혼자가 된 두 사람이 가족이 되는 모습은 단순히 ‘가족’이란 글자에서 풍기는 느낌보다 더 큰 감동을 전달한다.  

다소 식상하고 뻔하게 흘러갈 수 있을 이야기는 나문희와 김수안의 연기를 통해 진정성을 얻는다. 두 사람은 무려 65년이라는 나이차가 무색할 만큼 최고의 호흡을 펼친다. 

원로 배우들이 극장가에서 흥행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문희는 놀라운 티켓파워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하모니’, ‘수상한 그녀’ 등 2010년대 이후 개봉작을 통해 36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특히 주연을 맡은 ‘아이 캔 스피크’를 통해서 2017년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는 대사를 녹음한 녹음기를 반복해서 듣고 캐릭터 연구를 위해 시나리오를 손에 놓지 않는 등 연기 열정을 불태웠다. 이를 통해 철부지이면서도 손녀를 향한 애틋한 감정을 보여주는 말순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신과 함께’, ‘부산행’을 비롯 출연작 모두 흥행에 성공시키며 연기 신동이라 불리는 김수안 역시 당차면서도 천연덕스럽게 공주를 연기했다. 능숙하게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는 등 대선배인 나문희에게 가려지지 않는 연기력을 보여주며 앞으로의 연기 인생도 기대케 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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