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의 증상과 치료, 장시간 변기에 앉으면 치핵 유발…변비 관리도 중요
치질의 증상과 치료, 장시간 변기에 앉으면 치핵 유발…변비 관리도 중요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12.20 14:44
  • 호수 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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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 떨어지면서 치질 환자 늘어…규칙적 배변, 온수 좌욕으로 예방
변에 고름 같은 게 묻어나와도 주의…치루는 발견 즉시 수술해야

[백세시대=이수연기자] 대전에 사는 김 모(78) 어르신은 화장실 가는 게 곤혹스럽다. 대변을 보고 아무리 깨끗하게 뒤처리를 해도 속옷에 분비물이 묻어나고, 항문 통증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대변 후 시원함보다는 찝찝함이 더 크게 남았고, 늘 더부룩하고 예민한 상태가 이어졌다. 혼자 끙끙 앓다가 가족들에게 털어놓은 김 어르신은 병원을 찾아 치질 진단을 받은 후 치료를 통해 나아지고 있다. 

치질은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에 더 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기온이 떨어지면 추위로 인해 항문의 피부와 근육의 모세혈관이 수축돼 혈전이 만들어지고, 혈액순환에 문제를 일으켜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치질 수술을 받는 환자는 겨울에 가장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7년 주요 수술 통계에 따르면 겨울철 치질 수술 건수는 5만7000여건으로 한 해 수술 건수의 30% 가까이 차지했다. 

이처럼 많은 환자가 항문통증으로 인한 질환을 앓고 있으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거나 치료받기를 부끄러워하는 등의 이유로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항문질환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며, 무심코 넘겼다가 나중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치핵‧치루‧치열의 증상 확인

치질은 치핵, 치루, 치열 등의 항문 질환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들 모두 항문에 생긴 질환이라는 점은 같지만,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에 자칫 질병을 오인하면 병을 키울 수 있다. 

치핵은 항문 질환 중에서도 가장 흔한 것으로 괄약근에 붙은 ‘항문 쿠션(점막하 근육)’이 항문 밖으로 부풀어 오르고 늘어지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우리 몸은 딱딱한 변이 항문관을 잘 통과하도록 항문 점막 아래 혈관조직으로 된 풍부한 쿠션을 마련해두고 있다. 그러나 장시간 변기에 앉아 있거나 너무 오랜 시간 앉아서 생활하다 보면 항문 쿠션이 항문 밖으로 돌출되면서 치핵이 발생될 수 있다. 또 유전적 원인이 있거나 변비나 음주 등이 치핵을 악화시킨다. 여성의 경우 임신 및 출산 시 골반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치핵이 생기기도 한다. 치질로 진단받는 환자 대부분이 치핵으로 분류된다. 

치핵은 항문 질환 중에서도 가장 흔한 것으로 괄약근에 붙은 ‘항문 쿠션(점막하 근육)’이 항문 밖으로 부풀어 오르고 늘어지면서 생긴다. 근육이 천천히 늘어지다가 항문 밖으로 튀어나오게 되면서 치핵이 발생된다. 	그림=대한의학회
치핵은 항문 질환 중에서도 가장 흔한 것으로 괄약근에 붙은 ‘항문 쿠션(점막하 근육)’이 항문 밖으로 부풀어 오르고 늘어지면서 생긴다. 근육이 천천히 늘어지다가 항문 밖으로 튀어나오게 되면서 치핵이 발생된다. 그림=대한의학회

치핵의 가장 큰 증상은 항문에서 선홍색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휴지에 피가 묻어나오게 된다. 그러다가 배변 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심하면 물총을 쏘듯 많이 나오기도 한다. 치핵이 항문 밖으로 빠져나오면 염증이 발생되어 통증이 생길 수 있고, 항문에 가려움증도 나타난다. 

치루는 항문샘에 균이나 변이 들어가 감염되어 곪게 되는 질환이다. 항문샘은 배변 시 윤활액이 나와 변이 잘 나오게 하는 기관이다. 항문 주위에 농양이 생기고, 고름이 나오면서 몸살 증세가 나타나거나 통증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한다. 

치열은 항문 조직이 상처를 입어 찢어지면서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단단한 변이나 잦은 설사 등을 이유로 항문 조직이 상처를 입으면서 발생된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거나 과식했을 때, 혹은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해 체내 섬유질이 부족할 때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배변 시 날카롭고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며, 배변 후에 휴지로 닦을 때 휴지나 변에 피가 묻어나온다. 또 배변 후에 심한 항문 경련이 지속되기도 한다. 

혈변은 치핵이나 치루, 치열에서 모두 나타날 수 있는 증상으로 여러 형태를 보일 수 있다. 유성선병원 외과 최병민 전문의는 “붉은 피만 보이거나 핏덩어리가 보이는 경우가 있고, 형태를 갖춘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피가 섞인 설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며 “혈변의 모습을 잘 기억했다가 전문의에게 자세히 설명하거나 출혈 당시의 사진을 찍어 진료 시 가져오면 출혈의 원인을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만약 출혈이 반복되고 양이 많을 경우에는 빈혈의 원인이 되어 다른 병도 키우게 된다. 따라서 혈변 증상이 지속된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 심하지 않을 때 치료 시작해야

치질 증상이 나타났을 때 환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 수술이다. 일반적으로 치질은 수술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하다가 병을 더 키우게 된다. 그러나 치질 증상에 따라 꼭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다. 

치핵은 1도에서 4도로 구분되는데 2도까지는 수술적 치료보다는 약물 복용이나 약제사용, 찜질 등의 보존적 치료로도 호전될 수 있다. 대부분의 초기 치핵 환자가 이 경우에 해당하는데, 이때 치료를 받지 못해서 병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3도 치핵부터는 튀어나온 항문 쿠션을 손으로 밀어 넣거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치열은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약물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다만 만성치열의 경우에는 보존적 치료로는 잘 낫지 않고, 증상이 일시적으로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곧 재발하게 된다. 따라서 오랫동안 증상이 있었고, 치열의 형태가 만성화되었거나,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통증이 있을 때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치루는 치핵이나 치열과 다르게 약물 치료가 되지 않고, 발견 즉시 수술 치료를 해야 한다. 염증이 생긴 항문샘에서부터 항문 밖의 터진 곳까지 절개하는 수술을 진행하는데, 괄약근이 쉽게 손상되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괄약근을 손상시키지 않는 괄약근 보존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이수연 기자 sy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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