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부끄러운 노인복지 예산 규모
낯부끄러운 노인복지 예산 규모
  • 관리자
  • 승인 2006.08.2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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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저출산·고령화 사회 기본계획’ 마련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당초 이 계획은 5월 중에 확정·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5월 11일 열린 한명숙 국무총리 주재 책임장관회의에서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기로 결정됐다.

 

여야를 비롯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이 계획을 지방선거 중에 발표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계획 발표가 연기된 배경에는 예상 밖의 급격한 출산율 하락 추세를 감안해 기본계획을 보다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된 데도 있다.


이날 재경부가 밝힌 바에 의하면 저출산고령화위원회는 6월 초 저출산 5개년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며, 이것이 확정되면 재원 마련 문제에 대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달 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출생통계(잠정치)’는 우리나라 출산율이 사상 최저치이자 세계 최저 수준인 1.08명으로 감소해 큰 충격을 주었다.


이 보고에 놀란 보건복지부는 정부관련 부처간 협의와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거쳐 기본계획을 그달 16일에는 발표하겠다고 서둘러 공표했으나 결국 총리주재회의에서 연기를 최종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 계획의 확정에 이처럼 늑장을 부린 것은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원래 작년 5월에 공포되어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은 기본계획을 미리 마련해서 올해부터 실시하도록 되어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작년 연말 안에 확정돼야 했으나, 정부는 이런사정 저런사정을 내세워 시간을 끌다가 결국 법제정 1년이 지나도록 기본계획 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게으름을 피운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고령화대책 마련을 위해 위원회를 만드는 데는 열심이었다. 2004년에는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고령화및미래사회위원회를 만들더니, 2005년에는 기본법의 제정을 계기로 이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로 이름을 바꾸고 2006년에는 다시 저출산고령화대책 연석회의를 만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작년 10월, 2006년도 예산안 제출에 즈음한 국회연설(속칭 예산교서)에서 “지난 40여년간 경제성장을 이끌어 온 노인계층에 대해 따뜻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하면서 “정부는 건강하고 보람 있는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노인복지 종합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7월부터 치매, 중풍 등 만성질환으로 고생하는 노인들을 위해 간병, 목욕 등의 서비스를 공적으로 제공하는 노인수발보장제도를 시범실시하고 2008년 7월부터는 이를 전면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노인들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확대하고 고령친화산업도 육성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희망한국 21’으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오는 7월 지방자치단체 민선 4기 출범 전까지 동사무소를 주민복지·문화센터로 바꾸면서 노인복지를 포함한 사회복지 전반의 일선 전달체계를 혁신할 것이라고 노 대통령은 말했다.


앞으로 정부가 고령화대책에 필요한 자원조달을 어떻게 할지를 지켜보아야겠지만, 심각한 문제점은 국가의 노인복지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는데 필요한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개인이나 가정, 나라 모두 돈이 없으면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는 법이다.


한국의 금년도 노인복지예산은 국가예산의 0.4%인 6000억원대에 불과했다. 정부가 다른 부문에서 흥청망청 쓰고 있는 예산액과 비교하면 너무도 빈약한 액수다.


노 대통령은 후보 시절 2002년의 노인복지예산 0.37%를 2007년까지 1%로 늘리겠다고 공약하고 당선 후 이 규모가 너무 작다는 지적이 있어 이를 1.5~2%로 늘리겠다고 수정했지만, 당장의 출산장려에 돈을 써야 할 정부입장 때문에 지금 상태로는 이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설사 이 약속이 지켜진다 하더라도 선진국에 비하면 한국의 노인복지 예산규모는 터무니없이 적은 셈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는 나라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노인복지예산은 선진국의 경우 대체로 국가예산의 15~20%에 달하는데 가까운 일본의 경우는 17%, 대만도 3%에 이른다.

이번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사회의 고령화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 지난 해 우리 사회는 6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전인구의 9.3%에 달해 ‘고령사회’로 돌진 중이다.


한국은 노령인구가 7%가 넘는 ‘고령화사회’를 이미 2000년에 달성했는데, 향후 2018년에 14%가 넘는 ‘고령사회’로, 2026년에는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각각 진입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지금 추세로 간다면 고령화 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앞장서서 신속히 국가적 대응전략을 세워야 할 긴급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남시욱 언론인·세종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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