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1호 ‘성동 종합재가센터’ 가보니…
[신년특집]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1호 ‘성동 종합재가센터’ 가보니…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12.27 14:35
  • 호수 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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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이 하기 힘든 방문요양팀 서비스… 이용자 만족도 높아”
성동종합재가센터의 요양보호사‧장애인 활동지원사들은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되어 근무한다. 사진은 성동종합재가센터 중앙 휴게 공간에서 요양보호사와 장애인 활동지원사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성동종합재가센터의 요양보호사‧장애인 활동지원사들은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되어 근무한다. 사진은 성동종합재가센터 중앙 휴게 공간에서 요양보호사와 장애인 활동지원사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간호사‧물리치료사 등 함께 배치…질 높은 맞춤형 재가서비스 제공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돼 보람”…갑자기 사고 당한 경우도 이용 가능

[백세시대=이수연기자] 고관절 수술 후 거동이 불편해진 김 어르신(82)은 자립 보행이 되지 않아 침대에 누워만 있는 생활이 계속됐다.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지만, 아들 역시 장애가 있어 어르신을 제대로 돌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제때 식사를 챙겨드리지 못해 영양공급이 부족하고, 규칙적으로 움직이지 못해 욕창 초기 단계에 이르는 상황이었다.  

김 어르신은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로 판정돼, 하루 최대 3시간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어르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 세 끼 식사와 욕창이 더 심해지기 전에 시간마다 체위 변경을 하는 것이었다. 민간 재가요양기관은 요양보호사의 인건비가 시급제로 지불되기 때문에 시간을 쪼개 박 어르신을 돌봐드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성동종합재가센터에서 김 어르신을 맡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성동종합재가센터는 요양보호사 팀을 꾸려 아침 90분, 점심 90분으로 시간을 나누어 김 어르신 집에 방문한다. 또 어르신의 영양 상태 확인 등을 위한 간호팀을 함께 배치해 좀 더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성동종합재가센터 관계자는 “민간 요양기관에서 돌봄을 제공하기 어려운 사례들을 접수해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용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전문 인력을 함께 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돌봄의 공공성 높이고 서비스 제공자 처우 개선

사회서비스원은 돌봄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그동안 어린이집, 요양시설 등 각종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이 꾸준히 확대되면서 사회서비스 수요를 맞춰 왔지만, 일부 시설에서 안전 문제나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서비스 관리나 품질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게 되었다. 또한, 사회서비스 종사자들의 인력 부족과 처우개선 요구가 커지면서 공공성 향상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정부는 서비스 질을 높이고, 일자리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이 직접 서비스 제공기관을 운영하고, 종사자들을 고용하는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했다. 2018년 12월 정부는 일자리위원회를 통해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 방안’을 발표했으며 2019년 서울‧대구‧경기‧경남 등 4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2019년 2월 출범해 7월 성동종합재가센터를 개소했다. 종합재가센터는 장기요양이나 장애인활동지원 등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통합해 직접 제공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핵심기관이다. 

                                                                                                   사회서비스원이 하는 일

자치구별 지역 여건과 주야간 보호시설 확충계획 등을 고려해 기본형(방문 신체활동‧가사지원), 통원형(기본형+주‧야간보호시설 운영), 확대형(기본형+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간호특화형(확대형+방문간호 서비스) 등으로 나뉜다. 

간호특화형으로 운영되는 성동종합재가센터에 이어 기본형으로 운영되는 은평구‧강서구 종합재가센터, 확대형으로 운영되는 노원구 종합센터도 개소됐다. 서울시는 2021년까지 25개 구에 종합재가센터 설치‧운영을 목표로 한다. 

조현영 성동종합재가센터 파트장은 “차후 개소하는 센터는 지역 특성에 맞는 모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현재 개소된 센터들에서 모델별로 시범 운영하고 있다”며 “현재까지는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고, 요양보호사나 장애인 활동지원사 등 직원들도 어려운 사례를 마다않고 적극 나서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자 서비스 만족도 높아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에서 혁신적인 시도로 꼽히는 것은 시급제 고용으로 수십만명이 양산되어 일하고 있는 요양보호사, 장애인 활동지원사들을 정규직 월급제로 고용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성동종합재가센터에서 만난 서미영(47) 요양보호사는 “무엇보다 일하는 사람들과 고충을 나누고,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민간 재가요양기관에서 일하는 경우 요양보호사끼리 연대감이나 동료의식이 생기기 어려운 구조다. 서류 제출하는 날 외에는 센터에 들를 일도 없고, 같은 센터에 등록되어 일하지만, 다른 요양보호사들을 따로 만날 기회는 없다. 

성동종합재가센터에서는 서비스 제공 시간 외에 점심시간에는 함께 점심을 먹기도 하고, 요양보호사 두 명이 한 팀이 되어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서비스를 받는 어르신의 상태가 위중하다고 판단될 경우 주어진 시간 내에 한 명의 요양보호사가 집안일과 어르신 돌봄을 모두 할 수 없게 된다. 이때 센터에서 둘로 팀을 꾸리면 한 명은 어르신 목욕이나 옷 갈아입히기, 동작 바꿔주기 등의 돌봄을 집중적으로 하고, 다른 요양보호사는 냉장고 청소부터 찬장, 바닥, 화장실 등 집안일을 할 수 있다. 

조현영 파트장은 “90분이라는 시간 내에 요양보호사 한 명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한정되어 있는데, 민간에서는 상태가 아주 나쁘더라도 두 명의 요양보호사를 배치하기 어렵다”며 “사회서비스원에서는 요양보호사 모두 정규직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용자들이 센터로 전화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는 등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요양기관이 경쟁 상대는 아니다

장기요양보호 대상자는 아니지만, 혼자 거동이 어렵거나 일상생활이 어려운 주민들도 일시적인 돌봄을 제공받을 수 있다. 성동종합재가센터의 경우 동주민센터의 돌봄 SOS센터와 연계해 긴급돌봄 대상자로 선정된 어르신‧장애인들에게 연간 최대 60시간 이내의 일시재가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만 65세 이상 어르신과 장애인들이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거나 퇴원 후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아 가사나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경우 등에 신청할 수 있으며, 저소득층은 서비스 비용 전액이 지원되고, 일반인들은 일정액을 본인이 부담하게 되어 있다.

조현영 파트장은 “장기요양 서비스 대상자가 아니더라도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지역 내 기관들과 연계하면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민간법인과 개인사업자로 꽉 찬 사회서비스시장에 공공인프라가 확충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비친다. 사회서비스원 관계자는 “현재 공공에서 제공하는 사회서비스 영역은 전체의 2~3% 정도”라며 “그중 일부를 사회서비스원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민간 영역과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간호사나 물리치료사 등 전문 인력 배치를 통해 민간 영역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사회서비스원에서 계속 지원할 예정이고, 기존의 요양기관들의 취약점이었던 회계나 법률 자문 부분도 지원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sy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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