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노소동감 정보검색대회
2006 노소동감 정보검색대회
  • 관리자
  • 승인 2006.08.2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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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손녀 손잡고 세대의 벽을 넘었다

"노는 토요일을 요즘 아이들은 뭐라고 할까요?”

사회자의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할머니(김경자·68)는 인터넷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노는 토요일은 무엇일까요’라는 문장을 인터넷 검색 창에 옮겨 적었다. 검색 결과가 나왔다.

 

할머니는 재빨리 옆에 앉은 유지원(13·도곡초등학교)군의 귀에 소곤소곤 답을 전했다.

 

지원군은 할머니께 전해들은 답을 보드판에 옮겼다. 하얀 보드판에 쓰인 정답은 ‘놀토.’

 

잠시 뒤 사회를 맡은 뽀빠이 이상용 아저씨가 “정답은~, 놀토~죠”라고 말하자 행사장은 아쉬움과 환호성이 뒤섞였다.

 

정답을 맞힌 지원군은 할머니와 하이파이브, 손바닥을 마주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2시 30분 서울 경희궁 숭정전 앞마당에서 열린 ‘노소동감(老少同感) 정보검색대회’ 행사장.

 

어르신들과 서울 도곡초등학교 어린이가 각각 1명씩 짝을 이룬 32개 팀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노소동감 행사는 올해로 4번째를 맞았다.

 

올해는 1세대와 3세대 사이를 가로막는 정보의 벽을 허물기 위해 대한노인회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공동으로 행사를 마련했다.


‘2006 노소동감 정보검색대회’에 참가한 이들의 열기는 지글거리는 한낮 태양만큼이나 뜨거웠다.

 

메신저 대화상대 추가하기와 세대 사이에서 잘 모르는 용어를 인터넷 검색을 통해 맞추는 경기 두 가지가 진행됐다.

 

메신저 대화상대 추가는 메신저를 통해 상대방과 대화 할 수 있도록 상대방의 이름과 아이디를 더하는 경기다.

 

또 다른 경기는 세대 사이에서 잘 모르는 용어를 문제로 제시,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답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회에 참여한 32개 팀은 서울 도곡초등학교 ‘컵스카우트’ 학생 32명과 강북노인복지관 13명, 강남대 용인평생교육원 10명, 쌍동·도봉·창동 노인복지센터 9명 등 32명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각각 1명씩 짝을 이뤘다.

 

경기에 출전한 어르신들은 집 근처 복지회관 등에서 길게는 1년 넘게 인터넷 교육을 받은 실력파들이다.


선수들 외에 대한노인회, 강북노인복지관, 도봉구 노인복지센터 등에서 행사장을 찾은 1000여명의 어르신들과 도곡초등학교 어린이 150여명이 열렬한 응원단이 됐다.


숭정전 앞마당 좌우에는 각각 16개팀이 흰색티와 파란색 모자를 쓴 채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첫 문제를 기다리고 있었다.


뽀빠이 이상용씨의 진행으로 시작된 퀴즈대화는 KBS 인기 프로그램 ‘세대공감 올드 앤 뉴’와 ‘스타 골든벨’의 진행방식에서 따왔다.

 

어른들이 모르는 말과 젊은 세대가 모르는 말을 출제해 인터넷으로 검색, 주어진 시간 안에 답을 작성하는 방식이다. 노소(老少) 두 세대가 얼마나 공감하고, 단합을 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판가름 났다.


선수들에게는 모두 열 문제가 주어졌다. 어르신들에게는 주어진 문제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엑박’ ‘짤방’ ‘출첵’ 등이었다.

 

반대로 어린이들에게는 어르신들이 흔히 사용하는 ‘우수리’ ‘쏘개질’ ‘모꼬지’ 등 옛 우리말이었다.


뽀빠이 이상용씨의 구수한 입담과 정겨운 말투가 행사 내내 웃음을 끌고 다녔다.


뜨거운 햇살아래 펼쳐진 정보검색 대회. 마지막 문제가 건네졌다. 전남 여수의 한 복지관장이 화상채팅을 통해 문제를 냈다.


“국보 제304호로 전라남도 여수시 군자동 471 번지에 있으며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영의 본영을 세웠던 곳은 어디일까요?”


복지관장의 문제가 떨어지자 어르신들과 어린이들의 표정이 굳어 버렸다.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한숨을 내쉬는 팀도 있었다.

 

마지막 문제가 다소 어려웠는지 인터넷 검색을 하는 손길이 분주했다. “전라남도 국보 제304호…라고 했지?” 한 할아버지는 아이에게 문제의 내용을 되짚기도 했다.

 

1분여가 지났을까. 곳곳에서 답을 쓰기 시작했다. 옆 사람이 볼까봐 손으로 가리는 어린이, 귓속말로 이야기하는 팀도 보였다. ‘진남관’이라는 정답과 함께 다시 환호성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문제를 맞힌 점수에 따라 32개팀 가운데 9팀이 1품부터 9품까지 상을 받았다. 외할머니(이미혜·64)와 함께 참가한 손녀 오주현(13·도곡초등학교)양이 1품의 영예를 안아 상품으로 게임기와 디지털카메라를 선물로 받았다.


오주현 양과 함께 재치 있게 문제를 풀어 좋은 성적을 거둔 이미혜 할머니는 “지난해 5월 집 근처에 자리한 서울 도봉구 쌍문복지회관에서 처음 컴퓨터를 접했다”며 “컴퓨터 공부가 어려웠지만 이렇게 상까지 받고 나니 배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이번 대회를 통해 손녀와 더욱 가까워진 것 같아 행복하다”며 수상 소감을 대신하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특히 가족간 대화에서 소외되는 이유가 자신이 ‘컴맹’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으로 집 근처에 있는 복지관을 찾아 컴퓨터를 배웠다고 했다. 컴퓨터를 배운 뒤 손녀들과 이메일도 보내면서 지루했던 하루가 활기차게 변했다.


손녀 오주현양은 “우리 할머니가 다른 할머니보다 컴퓨터를 잘하는 게 너무 자랑스러워요”라며 할머니를 바라보고 활짝 웃었다.


한편 이날 노소동감 행사에 앞서 열린 1부에서는 전국 15개 지역에서 선발된 17명의 정보화 대사들에게 임명장이 주어졌다. 17명의 정보화 대사들을 대표해 대한노인회 이 심 부회장이 안필준 회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17명의 정보화 대사들은 앞으로 경로당 컴퓨터 교육사업에 뛰어들어 어르신들의 인터넷 교육에 앞장서게 된다.


안필준 회장은 인사말에서 “오늘 행사는 시대적으로 변천하는 컴퓨터에 대해 우리 노인들이 알아가고, 더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날이다”며 “컴퓨터를 배우겠다는 어르신들의 의지가 강하다면 경로당에 컴퓨터를 보급해 컴퓨터를 배울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대한노인회 안필준 회장을 비롯해 이 심 부회장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스티브 발머 사장, 행사를 주관한 케어코리아 김응익 이사장이 참석 했다. 이밖에 정태근 서울부시장, 세계보건기구 린다밀란 박사, 이종걸 국회의원이 참석해 환영사를 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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