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 상당수가 스마트폰 보유…“공공와이파이 경로당에도 설치해야”
노년층 상당수가 스마트폰 보유…“공공와이파이 경로당에도 설치해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1.10 14:18
  • 호수 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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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요금 걱정에 활용은 잘 못해
최근 지자체들이 통신요금 걱정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노인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경로당에 공공 와이파이를 설치하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스마트폰 활용 능력을 겨루는 스마트 과거시험에 참가한 한 어르신이 능숙하게 휴대폰을 다루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근 지자체들이 통신요금 걱정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노인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경로당에 공공 와이파이를 설치하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스마트폰 활용 능력을 겨루는 스마트 과거시험에 참가한 한 어르신이 능숙하게 휴대폰을 다루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 김포시, 올해 115곳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전 경로당에 설치

경남 남해군, 기존 인터넷망 활용 큰돈 안 들이고 185곳에 보급

[백세시대=배성호기자] 경기 김포시에 거주하는 이태길(74) 어르신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즐겨보다 최근 평소보다 두 배로 늘어난 요금청구서를 받았다. 집에서는 무선인터넷(와이파이)을 사용했지만 집밖 경로당에서 와이파이 없이 시청하다 기본 데이터를 다 소진해 추가 요금이 청구됐던 것이다. 이로 인해 한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을 주저했다. 하지만 오는 7월부터 이 어르신의 걱정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포시가 올해 115개소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전 경로당에 무선인터넷을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이 어르신은 “경로당뿐만 아니라 노인들이 많이 가는 곳에 무선인터넷이 지속적으로 설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 김포시를 비롯, 경남 남해군 등 지자체들이 경로당에 무선인터넷 환경을 조성하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60대 연령층에서는 79%, 70대 이상에선 35%가 스마트폰을 보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층 상당수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은퇴한 노인들은 뚜렷한 수입이 없어 대부분 2~3만원대 ‘알뜰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 요금체계는 데이터 중심이어서 알뜰요금제의 경우 기본 제공 데이터가 1기가 이내로 적은 편이다. 기본 데이터를 다 쓰고 추가 데이터를 사용하면 요금을 더 지불해야 하는데 이 어르신의 사례처럼 수 만원이 청구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문제는 1기가의 데이터로는 어르신들이 즐겨 이용하는 유튜브를 한 시간만 이용해도 소진된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사들도 이러한 걱정을 줄일 수 있게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고 있지만 7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내야해 수입이 없는 어르신과 청소년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자체에서는 정보격차 해소차원에서 매년 지속적으로 공공 와이파이를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지하철, 버스에 이어 마을버스에도 무선인터넷 환경을 구축했고 정보소외계층이 많이 이용하는 종합사회복지관, 노인‧장애인복지관, 청소년 쉼터 등 서울시내 348개 복지 관련 시설에도 와이파이를 설치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3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경로당의 경우 공공 와이파이 환경 구축은 미흡한 실정이다. 일부 지역에서 경로당에 인터넷을 설치했지만 무선인터넷 환경까지는 구축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에서 서울 광진구, 김포시와 남해군의 경로당 와이파이 설치사업은 주목할 만하다. 서울 광진구는 2018년 12월 관내 구립경로당 41개소에 일반 무선인터넷보다 10배 빠른 기가 와이파이(Giga Wi-Fi)를 설치했다. 20~30명이 이용하는 것을 감안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집에서보다 빠른 속도로 요금 걱정 없이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어르신들의 반응도 좋다. 

이화자 중곡2동 한마음경로당 회장은 “요금 걱정없이 손자, 손녀들과 영상통화도 자주하고 애들이 사진이나 동영상도 찍어서 보내주면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멀리 살아도 가까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포시(시장 정하영)도 지역 노년층의 통신요금 절감과 정보 접근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경로당 341곳에 올해부터 2021년까지 순차적으로 공공와이파이 구축사업을 실시한다.

김포시가 경로당에 와이파이를 보급하고 나선 것은 국민신문고(범정부 인터넷 민원창구)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6월 국민신문고에 “경로당에 개방형 무료 와이파이 존을 구축해서 노년층의 인터넷 이용격차를 해소해달라”는 민원이 접수된다. 어느 특정 지역을 거론한 것이 아니기에 이 민원내용은 각 지자체로 전달됐다.

기존에 공영주차장, 체육시설, 공원, 전통시장 등 116곳에 공공 와이파이존을 조성한 김포시는 이 민원을 확인한 후 내용에 공감해 즉각 수요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341개소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경로당에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면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3월부터 세부 현장실사 등을 통해 6월까지 115곳의 공공와이파이 구축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며, 기가 와이파이를 구축해 보다 빠른 속도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특히 김포시는 통신3사와 협의를 통해 3만5000원 가량의 기가 와이파이 사용료를 낮춰서 보다 빨리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김포시 관계자는 “경로당 공공와이파이 설치로 어르신들께서 마을 사랑방에서 부담 없이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설치 후에도 인터넷 사용이 불편하지 않은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석영 대한노인회 김포시지회장은 “어르신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경로당에 가장 많이 모이는 만큼 통신비 절감과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서 “와이파이 외에도 노인들이 IT에 친숙해질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남해군은 지난해 3월 관내 185개 경로당에 무료 와이파이존을 조성했다. 장충남 남해군수 공약사업인 공공 무선인터넷존 확대를 실천하기 위해 설치를 희망하는 경로당에 와이파이 환경을 구축했다. 남해군의 경우 마을 이장들의 원활한 업무 지원을 위해 마을회관에 인터넷을 설치했는데 이 망을 활용해 추가로 1100원만 지급하면 돼 보다 빠르게 완료할 수 있었다. 남해군은 반기별로 수요조사를 진행해 필요 없는 경로당은 서비스를 일시정지하고 있는데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185개 경로당이 그대로 이용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남해군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통신요금 절감은 물론 각종 정보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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