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역서울284 ‘호텔사회’ 전, 130년 전 국내 처음 세워진 근대호텔의 문화 체험
문화역서울284 ‘호텔사회’ 전, 130년 전 국내 처음 세워진 근대호텔의 문화 체험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1.17 14:07
  • 호수 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130년 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근대호텔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사진은 구 서울역사 3층 대합실에 설치된 ‘오아시스 풀·바·스파’.
이번 전시에서는 130년 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근대호텔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사진은 구 서울역사 3층 대합실에 설치된 ‘오아시스 풀·바·스파’.

근대호텔 로비, 이발소, 커피숍 등 재현… 벽면에 다양한 미술품 걸려

바리스타가 내린 커피, 바텐더가 만든 칵테일, 이발 서비스 등 체험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우리나라 최초의 호텔은 1888년 개항지 인천에 세워진 ‘대불호텔’이다. 일본의 한 해운업자가 현재의 인천 중구 중앙동에 세운 이 호텔은 서양식으로 설계된 3층 벽돌 건물이었다. 영어로 손님을 맞았고, 침대가 딸린 객실 11개와 다다미 240개 규모였다. 또 서양식 식사가 제공된 호텔인 만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커피를 판매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1918년 중국인에게 인수되어 중국음식점으로 운영되다 1978년 헐리면서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이런 대불호텔을 비롯한 130여년 전 근대호텔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 봉래동 복합문화공간 문화역서울284(옛 서울역사)에서 열리고 있다. 3월 1일까지 진행되는 ‘호텔사회’ 전에서는 대불호텔에서 시작되는 근대호텔의 역사 및 호텔의 변천사를 소개한다. 또 당시 호텔의 모습을 바탕으로 한 미술 작품 등을 통해 근대호텔의 의미를 탐색한다. 단순히 관람이 아닌 근대호텔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먼저 전시장 입구에서 근대호텔 로비를 연상시키는 붉은 계단을 올라가면 커피향이 진하게 풍기는 휴식 공간인 ‘익스프레스 284 라운지’가 나온다. 전시기간 내내 바리스타가 상주하며 매일 200잔씩 무료로 커피를 제공한다. 날짜만 잘 맞추면 그랜드워커힐, 더플라자, 서울웨스틴조선호텔 등이 제공하는 빵도 맛볼 수 있다. 1월 28일에는 100년 전 조선철도호텔에서 팔던 양파수프 30그릇을 선착순으로 제공한다. 

라운지를 지나면 만나는 서측복도에는 다양한 식물과 그림들을 통해 호텔 정원을 재해석해 꾸몄다. 이중 우지영 작가의 분수 ‘라토나: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베르사유 궁전에 조성돼 있는 라토나 분수대를 서울의 제작 환경에서 흔히 발견되는 자재와 재료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벽면에는 다양한 회화 작품이 걸려 있는데 이는 호텔이 초기의 미술관 기능을 해온 것을 재해석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호텔의 정원은 오너 가문의 값비싼 수집품을 과시하는 진열장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점에서 초기 미술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지점에서 서측복도 곳곳에 박경률, 엄유정, 장종완, 전현선, 황예랑 등이 참여한 회화작품이 전시돼 있다.

서측복도에 미술작품등을 통해 재현된 호텔정원의 모습.
서측복도에 미술작품등을 통해 재현된 호텔정원의 모습.

호텔의 수영장과 온천 사우나를 재해석한 작품도 있다. 1960년대 최초로 호텔에 실내수영장이 생겨난 이래 1970~1980년대 타워호텔, 워커힐호텔 등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을 위한 유흥과 가족을 위한 여가 장소 역할을 했다. 전시에서는 호텔 야외 수영장 및 호텔 온천 사우나 문화를 구서울역 3등 대합실 공간에 재현했다.

물웅덩이의 형상을 본뜬 도한결의 ‘남은 물웅덩이’, 물품보관소를 힐링 공간으로 꾸며놓은 양민영의 ‘휴 스파-웰빙클럽’, 호텔 수영장에서 즐길 수 있는 풀바에 영감을 받아 재해석한 맛깔손과 포스트스탠다즈의 ‘바 언더워터’도 만날 수 있다. 바 언더워터에서는 무료로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데 전시 기간 하루 25잔 예약제로 운영된다. 매주 화~목요일에는 오렌지 주스가 제공된다. 

또 전시장에는 이발소도 마련돼 직접 이발 체험도 할 수 있다. 1895년 단발령으로부터 6년 후 국내 최초 이발소 ‘동홍 이발소’가 개점했고 근대적 위생관념이 확대되면서 문명화의 상징으로 이발소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1925년 구 서울역도 이러한 흐름에 따라 역내 이발소를 열어 손님을 맞았다. 이용업은 호텔과 같은 근대적 공간을 중심으로 활기를 이어갔고 한국전쟁 이후 남학생과 직장인의 단정한 용모가 의무화되면서 지금 형태로 대중화됐다. 전시에서는 호텔 이발실 경력 40년 이상의 원로 이발사 정철수 씨의 찰스바버샵 등 12팀이 예약 관람객에 한해 무료로 머리카락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시장 2층 40평 규모 구회의실은 관람객을 위한 침실로 변모했다. 침대 매트리스 110여 개가 여러 겹으로 쌓여 있는데, 누구나 제한 없이 전시가 끝날 때까지 쉬어갈 수 있다. 이 공간 전체는 어엿한 설치 작품이면서 ‘낮잠용 대객실’이기도 하다다. 백현진 작가가 공들인 푸른 등(燈)이 깜빡이고, 수면을 돕는 규칙적인 음악이 잔잔히 흐른다. 

매주 토요일에는 작가가 현장에서 직접 자장가를 부르는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이와 함께 1963년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식당인 ‘워커힐 퍼시픽 나이트클럽’에서부터 오늘의 ‘워커힐 씨어터’에 이르기까지의 워커힐 쇼의 사료들을 통해 호텔의 공연문화도 만날 수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