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국 부품 공급 차질로 생산중단 사태…공급다변화 계기 삼아야
현대차, 중국 부품 공급 차질로 생산중단 사태…공급다변화 계기 삼아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0.02.07 14:05
  • 호수 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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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자동차업계까지 불똥이 튀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사회·경제적 피해가 가시화된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4일 중국에서 들여오는 차량 내 통합배선장치 ‘와이어링 하네스’등 일부부품 재고가 바닥나면서 울산5공장 가동을 멈춘다고 밝혔다. 제네시스 G90, G80, G70 등 3개 모델을 생산하는 라인이다. 쌍용차도 같은 문제로 4일부터 평택공장 생산라인을 멈추고 12일까지 문을 닫기로 했다. 

기아차는 화성과 광주공장에서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차종의 생산 속도 조절에 들어갔지만 재고가 소진되면 역시 생산라인을 멈출 가능성이 크다. 다음 주 중으로 르노삼성과 한국GM도 휴업에 들어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각 지방정부는 기업과 생산현장 휴업을 9일 또는 13일까지 연장해 중국산 부품 공급 차질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르노삼성과 한국GM을 제외하고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부품업체 3곳으로부터 ‘와이어링 하네스’를 공급받고 있다. 이 중 2개 업체의 점유율은 약 87%에 이른다. 

이 부품은 수급이 어렵지 않은 데다 부피가 커 현대·기아차의 경우 통상 재고분을 일주일치만 비축해 왔다. 하지만 중국 자동차부품업체들이 연휴에 이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문을 닫으면서 제품 공급이 끊긴 상태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공장이 멈춰서면서 지역의 부품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가뜩이나 최근 르노삼성차 파업으로 어려움을 겪던 지역 협력업체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들 협력업체 중 재정이 탄탄한 곳도 현대차가 7일 이상 휴업하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중국 내 부품공장 휴업이 재연장되는 경우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더욱 확산된다면 부품공장이 언제까지 가동을 멈출지 알 수 없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은 국내와 동남아시아 등에서 와이어링 하네스 물량을 임시로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중국 부품공장이 완전 정상화되기까지는 급한 불을 끄는 정도의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예상치 못한 일이긴 해도 근본적으로는 업계가 부품 공급망을 다변화하지 못한 데 기인하고 있다. 싼 가격을 겨냥해 중국 생산 물량에 집중적으로 의존하다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공급선을 여러 곳에 분산시키고 있는 글로벌 업체들을 본받아야 할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연구원 등은 완성차 업체의 생산중단에 대해 긴급대책 마련에 들어갔지만 현황파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부품공급 문제는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도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인해 주요 핵심소재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이미 겪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이번과 같은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부품공급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불가항력이라고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기업과 정부가 다방면으로 전력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여기에는 특정 국가에 편중된 부품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거나 붕괴 국면까지 갔을 경우에 대비한 방안을 얼마나 견고하게 구축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당분간 어려움을 겪겠지만 이번 사태가 국내 업체들이 어떤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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