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 동화책 삽화가 주는 재기발랄하고 따뜻한 감동
예술의 전당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 동화책 삽화가 주는 재기발랄하고 따뜻한 감동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2.14 15:32
  • 호수 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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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찾기게임을 연상케 하는 얀 베이직의 ‘아리아드네의 실, 신화의 미로’
미로찾기게임을 연상케 하는 얀 베이직의 ‘아리아드네의 실, 신화의 미로’

대상격인 SM상 수상한 사라 마제티의 ‘엘사의 보석’ 포함 300여점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서...‘아리아드네의 실, 신화의 미로’ 등 눈길

[백세시대=배성호기자] 1967년 이탈리아 중북부 고대도시 볼로냐에서는 ‘볼로냐 국제 어린이도서전’이 처음 개최됐다. 이후 매년 규모를 늘려나간 도서전은 세계 최고 권위의 어린이책 전시로 자리잡았다. 이 도서전의 핵심 중 하나가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이다. 일러스트는 어떤 의미나 내용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는 삽화나 도안 등을 말한다. ‘볼라냐 일러스트 원화전’에는 화려한 색감과 섬세한 스케치, 위트 넘치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그림들이 대거 출품돼 세계 일러스트의 흐름을 잘 보여준다. 지난해 열린 53회 원화전에도 80개국 3000여 명의 아티스트들이 도전장을 내밀었고, 76명이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됐다.

2019년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수상자 76명이 그린 300여 점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4월 23일까지 진행되는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에서는 2018년 최고상을 받은 벤디 버닉의 책과 원화, ‘어린이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라가치상’ 수상 도서(2019) 16권도 소개된다. 

이번 전시는 총 5개의 공간으로 나눠 수상작들을 전시한다. 첫 번째 섹션인 ‘옛날 옛날에’에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면서 서정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내용을 갖춘 신화와 관련된 동화 일러스트를 소개한다. 이중 눈길을 끄는 것은 ‘미로찾기’를 연상케 하는 폴란드 작가 얀 베이직의 작품들이다. 여러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자신만의 디자인 세계를 선보여온 그는 ‘아리아드네의 실, 신화의 미로’를 통해 고대 그리스의 신화와 문화를 재해석했다. 다홍색과 진녹색으로 표현한 사라 마제티의 ‘엘사의 보석’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평범한 소녀 엘사가 갑작스럽게 성공한 이후 숱한 역경을 통해 자신을 재발견한다는 내용을 담은 작품으로 표현이 독특해 대상격인 SM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어지는 ‘상상’에서는 초자연적인 소재나 대상을 다룬 그림들을 소개한다. 작가가 만들어낸 상상의 세계를 감상한 후 관람객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를 해석하게 했다. 이중 대만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유탱의 ‘알 수 없는 것에 용감하게 도전하세요’가 볼만하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용기를 잃는 성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현대인들을 외계인으로 묘사한 샌드로우 배시의 ‘외계국가’ 역시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기괴한 얼굴을 한 지하철 안의 승객들이 서로를 무시한 채 휴대폰만 바라보는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현대사회의 개인주의에 대한 풍자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어지는 ‘동물 이야기’에서는 귀여운 동물들을 내세운 원화를 볼 수 있다. 그림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에 닿고 어른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고자 하는 김슬기 작가의 ‘모모와 토토’의 경우 저마다의 색깔이 어우러져 만드는 세상을 표현했다. 이를 통해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 서로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법을 보여준다.

4번째 공간인 ‘자연’에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자연과 인간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중 일본 작가 무초 마나카의 ‘산’을 눈여겨 볼만하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원전 사고와 관련된 작품이기도 하다. 인간들은 자연재해가 생기면 도망치기 바쁘고 상처를 극복해내는 것은 오로지 자연의 몫이었다는 것을 담고 있다. 작가는 바다와 산, 식물들을 대변해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라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마지막 공간인 ‘삶’에서는 인생에 관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소소한 내용들로 채워진 작품을 선보인다. 캐롤리나 셀라스의 ‘지평선’은 지평선의 선을 따라 이어지는 대담한 구도와 색채 등으로 그녀만의 시적 세계관을 표현하고 있다. 펭 우의 ‘귀여운 섬’ 작가가 제주도를 여행하고 나서 그린 그림으로 유독 정감 있게 다가온다. 분홍빛 해변, 푸른 물, 그리고 다정한 섬사람 등으로 제주도를 이국적으로 묘사한 것도 특징이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은 스페인 SM재단과 함께 심사를 통해 매년 1명에게 최고상인 ‘SM상’을 수여하는데 선정된 작가에게는 상금과 함께 출판 및 다음해 특별전을 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시에서는 2018년 최고상을 수상한 작가 벤디 베르니치의 책과 원화작품을 만날 수 있는 특별전시도 만나볼 수 있다. 

2017년 ‘볼로냐 국제 어린이도서전 최고의 출판사상’을 수상한 보림출판사의 업적을 소개하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최고의 출판사상’은 도서 편집 혁신분야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출판사들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제정한 상으로, 한국 출판사로는 최초의 수상이다. 전시에서는  1976년 창업 이래 40여 년간 선보인 주요 서적을 통해 보림출판사의 업적을 조명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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