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섭 대한노인회 서울 영등포구지회장 “붓글씨 족자에 담아 전 경로당에 걸어… 인화·단결에 도움”
황무섭 대한노인회 서울 영등포구지회장 “붓글씨 족자에 담아 전 경로당에 걸어… 인화·단결에 도움”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2.28 13:36
  • 호수 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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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섭 영등포구지회장이 자신이 쓴 서예작품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5세부터 한학, 서예·그림 익혀…국가보훈문화예술협회 심사위원장 지내 

구청 지원 받아 ‘독립유공자 55인 인물화 책자’ 발간 직능단체 등 배포

[백세시대=오현주기자] 대한노인회 지회장 가운데 서예 실력이 가장 출중한 이는 누구일까. 아마도 황무섭(82) 서울 영등포구지회장이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5세 때 선비였던 조부에게서 한학을 배운 이래 서예와 그림을 익혀 각종 서예문화협회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장을 두루 섭렵했다. 한국석봉미술협회 심사위원장, 국가보훈문화예술협회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장, 성균관 유림, 서예작가회 초대회장 등을 지냈다. 

황 지회장은 “철도 인생 38년을 마무리하고 정부기관에서 시행하는 서예나 한학 프로그램에 참여해 노인들을 지도하면서 약 100명의 작가들을 배출했다”며 “그것이 제2의 인생을 사는 재미이자 보람”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말, 영등포역 주변에 위치한 영등포구지회 사무실에서 만나 서예를 통한 지회 운영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황 지회장은 2018년 4월에 취임했다.

-2년 가까이 지회를 운영한 소감은.

“재밌다. 노인에 봉사하는 게 재밌고 보람이 있다.”

-어떤 식으로 봉사하는가. 

“지회장이 하는 일이 다 비슷하지만 제 경우는 서예를 가르치거나 생활 속에서 서예를 더 가까이 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간다.”

황 지회장은 주 1회 영등포·용산구에서 운영하는 서예교실에서 지역주민을 가르친다. 영등포구 서예교실에는 경로당 회원들도 여럿 있다.

황 지회장은 167개 경로당에 ‘인중유화’(忍中有和)라고 쓴 족자를 다 걸었다. 이는 중국 장공예 이야기에 나오는 말로 ‘인내 속에 화목이 있다’는 뜻이다. 황 지회장이 나흘간 꼬박 매달려 쓴 것이다. 경로당 회원들이 이 글을 바라보며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며 공동생활하기를 바라는 뜻에서다. 구청의 도움으로  족자로 만들어주었다. 

-구청이 노인회에 협조를 잘 해주는가 보다.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작년은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그래서 지회에서 ‘독립유공자 55인 인물화 책자’를 발간해 전 경로당과 직능단체에 배포했다. 독립운동을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의 얼굴을 화가들이 그리고 그 옆에 어록을 담았다. 예를 들면 유관순의 기도문, 이봉창 의사의 선언문, 이상용의 고별시를 제가 직접 붓으로 다 썼다. 그 책자 발간도 구청에서 지원해주었다.” 

황 지회장은 지난해 중구 구민회관에서 열린 서울연합회 행사장에도 서예작품 20점을 전시해 행사의 격조를 높였다는 평을 들었다. 

-서예는 노인에게 좋은 취미인가.

“경로당에서 화투도 치고 바느질도 하고 그러지만 서예가 가장 좋다. 우선 글씨를 써야 하니까 정신집중을 한다. 글씨를 멋지게 쓰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머리를 쓰니까 치매예방에 도움 된다. 선배 서예작가들 가운데 치매로 사망한 이가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새로 짓는 아파트 경로당의 경우 (시설이)아주 훌륭하다. 구청에서 TV·냉장고는 물론이고 고가의 안마의자도 지원해준다.”

-낡은 경로당은 어떻게 하나.

“구청에 얘기를 하면 형편이 되는대로 리모델링을 해준다. 한 예로 채현일 구청장께서 많은 예산을 지원해 대림3동 원지경로당을 2층으로 증축해줄 예정이다.” 

-경로당 회장에 대한 활동비 지원은.

“그런 건 없다. 대신 노인일자리 기회를 제공해 갈음한다.”

황무섭 영등포구지회장(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회 앞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황 지회장 오른편이 박윤자 사무국장.
황무섭 영등포구지회장(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회 앞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황 지회장 오른편이 박윤자 사무국장.

영등포 구민은 36만7000여명, 노인은 5만6900여명이다. 영등포구지회는 영등포본동을 비롯 영등포·여의도·당산·도림·문래·양평·신길·대림 등 18개 동이 있으며 대한노인회 회원은 6733명이다. 황 지회장은 “경로당 회장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며 회장 대부분이 교사·경찰·군인 출신들로 수준이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경로당활성화를 어떻게 하고 있나.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유사하지만 우리는 무언가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시간을 갖는다는 점에서 차별화가 된다. 가령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는 에코백을 수작업으로 만들어 취약층 노인에게 전달하거나 뜨개질로 만든 옷을 한겨울 가로수에 입혀주기도 한다. 경로당 노인이 수혜적 입장에서 벗어나 공익적 봉사활동을 함으로써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어떤가.

“작년에 총 360명의 일자리를 제공했고 올해는 414명으로 확대했다. 재능나눔활동에 140명이 참여했고 어르신 무료민간취업은 130명 이상을 했다.”

-일자리 유형은.

“타 지회에서 볼 수 없는 일자리가 하나 있다. 주차질서계도사업이라고 해서 어르신이 초등학교 주변과 교통 혼잡지역에서 불법 주정차 차량을 계도하고  아동보호구역에서 과속하는 차량을 제재하는 활동을 한다.”

황 지회장은 경북 영주 출신으로 고교 졸업 후 교통부에 들어가 40년 가까이 우리나라 철도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한국 황씨 중앙종친회장, 경로당 회장, 영등포구지회 수석부회장을 지냈다. 옥조근정훈장 수장.

-기차와 관련해 기억에 남는 일은.

“영주역 차장 시절, 수십 량의 탄을 가득 실은 화물기차에 몸을 싣고 철암까지 오가던 일이 힘들었다. 재밌는 기억은 직원 대상으로 매년 열리는 전국역명 외우기대회에서 간이역 하나 빼먹지 않고 암송해 상을 받았던 일이다(웃음).”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정년퇴직 후 제가 거주하는 신안인수빌아파트(210세대)에 경로당이 생겼다. 경로당에 나오시라고 주민들을 설득해 42명을 모았고 회장을 지냈다. 지회장 선거가 있자 주변에서 ‘당신 아니면 누가 하겠느냐’고 등 떠밀어 선거에 나와  당선됐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회 사무실(52평)이 비좁아 일자리사업을 수행하는데 여간 불편하지 않다. 널찍한 주차장이 딸린 100평 규모의 회관으로 옮겼으면 한다. 구청장, 국회의원에게 협조요청을 해놓았다.”

황무섭 지회장은 인터뷰 끝에 “영등포구지회는 구청으로부터 지원을 잘 받고 있으며 서울의 25개구 지회 중 경로당, 회원 수 측면에서 상위에 속한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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