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개봉된 영화 ‘컨테이젼’…바이러스로 초토화된 세계는 어떻게 재기했을까
2011년 개봉된 영화 ‘컨테이젼’…바이러스로 초토화된 세계는 어떻게 재기했을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2.28 14:34
  • 호수 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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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개봉해 흥행에도 실패하고 잊혀졌던 ‘컨테이젼’은 코로나19의 대유행 이후 벌어질 법한 이야기를 묘사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극중 사회 혼란을 부추기기 위해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저널리스트 앨런의 모습.
2011년 개봉해 흥행에도 실패하고 잊혀졌던 ‘컨테이젼’은 코로나19의 대유행 이후 벌어질 법한 이야기를 묘사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극중 사회 혼란을 부추기기 위해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저널리스트 앨런의 모습.

박쥐로부터 시작된 바이러스 전파 및 해결과정 사실적으로 담아

정치적 악용, 가짜뉴스, 사재기 문제 등 현 상황과 닮아 화제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 2011년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 맷 데이먼, 기네스 펠트로, 마리옹 꼬띠아르, 주드 로 등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인기 배우들이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22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아쉬운 성적표와 함께 대중들에 잊혀졌던 이 작품은 뜻밖에도 최근 주문형비디오(VOD) 랭킹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의 내용이 코로나19 확산 과정과 비슷하다고 알려지면서 뒤늦게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영화는 ‘둘째 날’이라는 자막과 함께 홍콩으로 출장을 간 ‘베스’가 기침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독감에 걸린 듯 초췌해 보였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증세는 나아지지 않고 점점 심해진다. 결국 그녀는 쓰러지고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사망한다. 그녀의 남편인 ‘미치’는 방금 전까지 멀쩡했던 아내가 죽었다는,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슬퍼하거나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어린 아들까지 같은 증세로 잃는다. 병원에서는 원인도 모르고 병명도 모른다. 그러다 삽시간에 홍콩과 중국 본토는 물론 영국, 일본, 미국 할 것 없이 세계적으로 같은 증상의 환자들이 속출한다. 

의학계에서는 이처럼 환자 한 명으로 인한 재감염 수를 ‘재생수’라고 부른다. 1명에서 2명, 2명에서 4명, 4명에서 16명 등으로 매일 두 배씩 는다. 한 명에서 10억 명에게 전염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번의 재생을 거쳐 불과 120일 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이로 인해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의 질병통제센터(CDC)가 비상사태를 맞는다.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치버’ 박사는 바이러스 근원지로 의심되는 홍콩으로 ‘미어스’ 박사를 급파한다. 세계보건기구에서 파견된 ‘오랑테스’ 박사도 병원균의 발생 경로를 추적해간다. 때마침 연구소에서는 바이러스 배양에 성공한다. 분석 결과 돼지와 박쥐에게서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고 백신 개발에 나서지만 녹록지않다.

그러는 동안 치사율이 20%가 넘는 바이러스는 빠르게 확산되고 사람들이 계속 죽어가는 상황이 이어지자 최초 감염 도시들은 급속도로 무너진다. 통제를 당하고 식량을 배급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재고가 바닥나자, 식량을 싣고 있던 트럭을 습격한다. 그러나 트럭이 빈 것을 알자 갑자기 강도로 돌변해 앞서 배급받은 사람들에게 달려들어 식량을 빼앗는다.

여기에 더해 특정 제약회사의 이익을 위해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음모론을 주장하며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퍼트리는 블로그 저널리스트 ‘앨런’은 어지러운 세상에서 진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섞어 불안을 더욱 조장하고, 그 불안에 기생해 이익을 편취한다.

컨테이젼(Contagion)은 ‘전염’, ‘전염병’을 뜻한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전 세계에 창궐한 감염병과 이로 인해 급변하는 개개인의 삶, 사회 현상을 다룬다. 세계보건기구와 질병관리본부의 조언을 받아 실제 코로나 바이러스를 모델로 했으며 전염병 전문가들에게 철저하게 검증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완성한 시나리오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세상은 무서울 정도로 현실적이다. 인간이 위기에 처했을 때 볼 수 있는 모든 형태를 보여준다. 정확한 사태 파악에는 관심 없고 인기를 위해 정치적으로만 해결하려는 주지사를 비롯한 행정가들, 안전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파업하는 간호사들, 혼란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사람들, 이성을 잃고 집단광기에 빠지는 사람들까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와 같은 영화 속 모습은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분열을 조장할 목적으로 감염병에 여전히 특정 지역 이름을 넣어야 한다는 혐오 섞인 주장을 펼치는 세력이 있는가 하면, 일그러진 종교적 광신은 이 감염병의 급격한 확산을 낳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 혼돈을 악용해 마스크를 매점매석해 돈을 버는 데 급급한 이들도 있다.

영화 속 세상은 결국 위기에서 벗어난다.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않은 채 헌신했던 미어스 박사, 동물 백신 실험에 성공한 후 자신의 몸에 직접 주사를 놔 부작용을 확인한 연구원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바이러스를 극복한다. 현재 이 시간에도 바이러스를 극복하기 위해 방역복을 입고 감염의 위험과 싸우는 이들을 떠올리며 보면 영화는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주문형비디오(VOD)를 보려면 = 집에서 사용하는 IPTV 셋톱박스 리모컨의 ‘집’ 모양 메뉴 버튼을 눌러 상화좌우 버튼 키를 이용해 ‘영화’ 메뉴를 선택 후, ‘돋보기’ 모양의 ‘검색’을 누른 후 ‘컨테이젼’을 입력해 시청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본지 707호(4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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