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뉴트로’ 열풍… 꽃무늬 자수, 알록달록한 색상의 ‘할매 패션’이 뜬다
문화‧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뉴트로’ 열풍… 꽃무늬 자수, 알록달록한 색상의 ‘할매 패션’이 뜬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2.28 14:36
  • 호수 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전업계 동글동글한 형태에 파스텔 색상 입힌 복고 디자인 강세

어르신 세대 즐겨입는 알록달록 스웨터 인기… 단종 제품도 재등장

[백세시대=배성호기자]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자외선소독기 브랜드 ‘유팡’은 최근 동글동글한 형태에 파스텔톤 색상을 입힌 복고 디자인 제품 ‘유팡 플러스’를 선보였다. 1950년대 가전제품에서 유행했던 색상과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 ‘뉴트로’에 열광하는 젊은 부부를 사로잡고 어르신 세대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에 확산됐던 ‘뉴트로’ 열풍은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이미 주류를 비롯해 식품, 패션 등 유통을 휩쓸고 사회‧문화 전방위로 퍼져나가고 있다. 뉴트로는 복고를 의미하는 레트로(Retro)와 새로움을 뜻하는 ‘New’의 합성어로 2030세대에게는 새로움을 주고, 4050대 중장년층과 노년층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반응이 뜨겁다. 

1990년대 가수 양준일이 이 열풍을 타고 데뷔 28년 만에 첫 팬미팅 무대를 밟고 CF스타로 급부상했다. 

또 영어 간판으로 도배됐던 번화가에는 ‘○○다방’, ‘○○식당’, ‘○○상회’ 등 복고풍 간판과 1980~1990년대 길거리 패션이 거리를 수놓고 있다. 

이러한 뉴트로 열풍은 젊은 여성들로 하여금 할머니의 옷장을 열게 하고 있다. 일명 ‘할매 패션’에 빠진 사람이 늘어난 것. 할머니들이 즐겨 입던 옷 같다고 해서 ‘할매 패션’이라고 부르는 이 스타일은 다소 촌스러워보일 수 있지만 ‘복고 열풍’과 맞아떨어져 젊은 층이 찾는 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다. 

‘할매 카디건’과 ‘할매 스웨터’가 대표적이다. 큰 꽃무늬 자수가 들어가 있거나, 알록달록 여러 색상을 섞어 짜낸 카디건, 스웨터 등은 연예인들이 복고 패션을 연출할 때 자주 등장한다. 

할매 패션의 또 다른 핵심 아이템은 ‘메리 제인 슈즈’다. 앞코가 둥글고 발등에 가죽 끈이 달린 메리 제인 슈즈는 1900년대 초 연재된 만화 ‘버스터 브라운’의 등장 인물인 메리 제인이 신은 신발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지금의 할머니 세대들이 학창시절 교복에 맞춰 신던 신발이 주로 메리 제인 슈즈였다고 해서 할매 패션으로 함께 분류된다.

‘할매 패션’의 인기는 남들과 똑같은 걸 거부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의 소비 트렌드와도 연관이 있다. 대량으로 옷을 생산하는 기성 브랜드에서 옷을 사기보다 똑같은 옷이 없을 것 같은 중고 의류 속에서 ‘나만의 옷’을 찾아 입으려는 경향 때문이다.

뉴트로는 한물간 브랜드 취급 받던 추억의 패션 브랜드도 되살렸다. 국내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는 1980년대 당시 국산 메이커 신발의 대표주자로 여겨졌으나 2000년대 이후에는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특유의 로고도 교체했다. 그러다 뉴트로 열풍에 힘입어 브랜드 출범 당시 썼던 ‘F’ 로고를 다시 가져와 ‘프로스펙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내놨다. 자칫 촌스럽게 느껴질 법한 옛 로고가 큰 인기를 끌자 프로스펙스는 아예 ‘F’로고를 브랜드 대표 로고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LP 음반도 뉴트로 열풍에 가세했다. 점차 사라지던 레코드 가게가 LP판을 찾는 손님이 늘어나면서 곳곳에 다시 생겨나고 있다. LP 음반을 찍는 공장도 바빠졌다. 국내 LP 판매량 역시 지난해 60여 만 장을 기록하며 3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뉴트로 열풍은 주류업계에도 퍼지고 있다. 시작은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이다. 지난해 4월 처음 모습을 드러낸 진로이즈백은 1970년대 디자인을 복원해 재해석했다. 두꺼비 캐릭터를 통해 원조 소주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소주병은 녹색병이라는 편견을 깨고 하늘색 병으로 출시됐다. 젊은 층이 낮은 도수를 선호하는 걸 반영해 도수는 16.9도로 출시됐다. 7개월 만에 1억병을 돌파하며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식품업계에서도 뉴트로 열풍은 거세다. 과거 단종됐던 제품이나 브랜드를 재출시해 재미를 보고 있다. 추억의 맛을 즐기려는 어른 세대와 옛 것이 궁금한 젊은 세대를 동시에 사로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농심은 1982년 출시됐다가 1990년 단종됐던 ‘해피라면’을 부활시켰다. 해피라면은 1982년 출시된 제품으로 당시 소비자가격이 100원었던 것을 감안해 현재 판매 가격을 700원으로 책정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의 것을 새롭게 즐기는 뉴트로 문화는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 세대를 아우르며 각광받고 있다”면서 “유행이 돌고 돌 듯, 고객들의 소비 감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뉴트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