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계기로 본 ‘인류 vs 전염병, 생존싸움의 역사’
코로나19 계기로 본 ‘인류 vs 전염병, 생존싸움의 역사’
  • 조종도 기자
  • 승인 2020.03.13 14:23
  • 호수 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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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몰락시킨 페스트…5000만명 앗아간 스페인독감

14세기 페스트 창궐의 원인은 몽골군이 시신을 무기로 사용한 탓

인류는 백신, 항생제로 대항…병원체, 변종과 진화로 끊임없이 위협

[백세시대=조종도기자] 태곳적부터 인류는 전염병의 위협 속에 살아왔고, 그래서 인류의 역사는 ‘전염병과의 싸움의 역사’라고 보아도 지나치지 않다. 더구나 인류가 모여 살기 시작하고 도시와 문명을 일구면서 전염병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하게 커졌고 인구의 절반까지 죽음으로 몰아갈 만큼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현재 지구촌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지만, 인류는 전염병에 한없이 당하고만 있지 않았고, 항생제와 백신 등의 개발을 통해 대항하고 극복해왔다. 인류를 위협한 대표적인 전염병과 역사에 남긴 흔적을 되돌아본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한창이던 기원전 430년, 아테네에 전염병이 창궐했고 전력을 상실한 아테네는 스파르타에 패배하고 말았다. 벨기에 출신 화가 미첼 스위츠(Michiel Sweerts)의 작품 ‘아테네의 역병’.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한창이던 기원전 430년, 아테네에 전염병이 창궐했고 전력을 상실한 아테네는 스파르타에 패배하고 말았다. 벨기에 출신 화가 미첼 스위츠(Michiel Sweerts)의 작품 ‘아테네의 역병’.

◇기원전 5세기 아테네 역병 =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도시국가인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패권을 놓고 펠로폰네소스전쟁을 벌이던 기원전 430년, 승리를 목전에 둔 아테네에 갑자기 역병이 돌기 시작했다. 이 역병에 걸린 환자는 고열, 장기의 염증, 흉통, 구토 등의 증상에 시달렸으며, 당시 아테네 군인과 민간인 4분의 1이 이 역병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생존한 경우도 손·발가락 절단, 기억상실 등의 후유증을 앓았다. 역병에 걸린 아테네는 결국 스파르타에 패전하고 말았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그의 저작 ‘펠로폰네소스전쟁사’에서 이 역병이 에티오피아에서 시작해 이집트와 리비아를 경유, 그리스로 들어왔다고 기록했다. 역병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당시 사체의 DNA 분석을 통해 ‘장티푸스’라는 설이 유력하게 제기됐다.

◇구약성경에도 나오는 한센병(나병)=문둥병으로도 불리는 한센병은 기원전 2400년경 이집트에서 시작해 중동을 거쳐 유럽, 중국으로 전파된 것으로 추측된다. 결핵과 유사한 나균에 의해 발병한다. 나균은 1873년 노르웨이의 한센(Hansen)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환자의 기침이나 체액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구약성경에서도 환자에 대한 격리조치를 강조하고 있다. 처음 감염되었을 때는 아무 증상이 없지만, 잠복기(5~20년)를 거친 후 피부가 도드라지는 반점이 생기면서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감각이 없어진 손가락, 발가락이 손상되고 얼굴 변형이 오면서 시력도 잃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 때 나병이 창궐해 1451년 수용 진료를 한 기록이 있으며, 1916년 일제에 의해 소록도에 한센병 환자를 격리·수용하기 위한 자혜의원이 세워졌다.

◇중세시대의 페스트(흑사병) = 6세기 경 로마제국에서 대유행을 한 적이 있는 페스트가 그 가공할 위력을 떨친 것은 14세기 중세 유럽에서였다. 몽골 왕조 가운데 하나인 킵차크칸이 유럽을 점령하기 위해, 1347년 페스트 환자의 시신을 가져와 유럽 도시에 투석기를 사용해 쏘아댄 것이 대재앙의 시작이었다. 

킵차크 군은 단지 유럽인들의 사기를 꺾기 위해 그런 짓을 했는데, 이 사건 이후 불과 6년만에 유럽 전역에서 3000만명이 페스트로 사망했다.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희생된 것이다. 페스트는 중세 봉건제의 몰락을 재촉했고 서유럽이 발흥하는 계기가 됐다.

페스트는 쥐벼룩에 의해 옮겨지는 전염병으로, 감염 부위에 따라 선페스트, 폐페스트, 패혈성 페스트 등으로 나뉜다. 페스트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선페스트 증세는 맨 처음 떨림이 나타나고 구토, 두통, 현기증 등이 뒤따른다. 

◇19세기에 퍼진 콜레라(호열자) = 콜레라균에 의해 일어나는 소화기 계통의 전염병으로 극심한 구토와 설사가 나타난다. 콜레라는 19세기 들어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세계적으로 퍼진 전염병이다.

콜레라는 본래 인도의 벵갈 지방에 유행하던 풍토병의 하나다. 1817년 영국군의 배를 통해 캘커타로 콜레라균이 옮겨지면서 인도를 휩쓸었고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로 퍼져 수십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1821년 우리나라에도 콜레라가 유행했고, 1830년대엔 이집트, 영국, 캐나다, 미국, 멕시코까지 퍼졌다. 영국에서는 무려 1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콜레라를 호열자(虎列刺)라고 칭했는데, ‘호랑이가 살점을 찢어내는 것과 같은 고통을 준다’는 뜻처럼 고통스러운 질환이었다.

◇항생제와 백신 = 전염병에 속수무책이던 인류는 17세기 들어 네덜란드의 과학자 안토니 판 레이우앤훅이 미생물의 존재를 발견하면서 전염병의 예방과 치료에 획기적 전환을 이뤄낸다.

첫 번째 무기는 백신이다. 백신은 독성을 약화시킨 병원체를 사람이나 동물에 주입해 인위적으로 면역력을 부여하는 의약품이다. 1796년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에 의해 천연두를 치료하는 백신이 첫 개발됐고, 프랑스 세균학자 파스퇴르는 1880년경 과학적인 방법으로 백신을 모든 전염병 예방에 확산시키는데 기여했다.

두 번째 무기는 항생제다. 영국의 세균학자 플레밍은 1929년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고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 페니실린을 처음 발견했다. 이후 여러 가지 항생제가 개발돼 전염병과 싸우는데 강력한 힘이 됐다.

◇스페인 독감 = 20세기 들어 세균학이 승리를 거두고 있었지만 뜻밖의 복병이 나타났다. 이탈리아어로 ‘천체의 영향’이란 뜻의 인플루엔자(influenza), 이른바 독감의 출현이다. 1918년부터 2년 동안 지구촌을 휩쓸면서 약 5000만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일제하 한국에서도 300만 명이 감염돼 14만 명이 숨졌다. 

스페인독감은 1차 대전 때 미국의 병영에서 처음 발생, 병사들의 이동에 따라 세계로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전선에서 맨 먼저 발병했으나 스페인 언론에서 이를 보도했다고 해서 ‘스페인독감’이라고 이름 붙었다. 

2005년 미국의 한 연구팀이 스페인독감 바이러스를 분리해낸 결과 이 바이러스는 ‘조류독감바이러스’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류와 병원체의 생존게임 = 전염병은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죽었나 싶으면 어느새 변형된 모습으로 되살아난다. 2009년 위세를 떨친 신종인플루엔자처럼, 또 사스(2002년), 메르스(2015년)에 이어 이번 코로나19처럼 바이러스·세균 등 병원체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이한다.

하지만 인류도 전염병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새로운 의약품을 만들고 감염예방 시스템을 고도화 한다. 인류와 전염병, 둘 사이의 생존게임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조종도 기자 jdcho@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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