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코로나19’를 이기는 지혜
[백세시대 / 세상읽기] ‘코로나19’를 이기는 지혜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3.20 14:10
  • 호수 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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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년대 초 중앙아시아의 건조한 평원지대에서 시작한 흑사병은 실크로드를 왕래하는 유목민을 통해 서쪽으로 이동했다. 1340년대 말에는 흑해와 크림반도에 이른 뒤 노예무역을 하던 이탈리아 상선을 매개로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다. 흑사병으로 10년 동안 유럽 전체 인구의 60%까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세계 인구가 4억5000여만명이었는데 흑사병으로 최대 1억명이 사망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 때 줄었던 인구가 400년의 세월이 흐른 뒤인 17세기에 이르러서 비로소 회복됐다.

흑사병은 봉건제도를 무너트렸다. 인구가 급감하고 노동력이 부족해져 영주, 귀족이 이전처럼 농노를 착취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공동체 생활을 하는 수도원도 큰 피해를 봤다. 성직자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자 성직자의 자격 조건이 완화돼 신앙의 탈을 쓴 이들도 성직자로 양성됐다. 종교의 기능이 약화되면서 불안한 심리 상태를 이용한 미신이 출현했다. 유대인, 한센병 환자들이 발병자로 지목돼 마녀사냥식으로 살해됐다.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예술가들이 선호하던 여행이 금지되면서 예술의 후퇴가 일어났고 현재의 삶을 즐기자는 문학 사조가 탄생했다. 

코로나19로 지구 풍경이 바뀌고 있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등 세계적인 관광지에 먼지만 날리고 국경이 폐쇄되고 사람들은 겁먹은 눈으로 서로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속도에 비해 사망률이 낮다는 사실에 마음을 놓았지만 유럽 국가들의 사망률을 보면 그마저도 헛것이 됐다. 

문제는 예방 백신이 없다는 것이다. 감염을 피하는 방법은 개인 방역뿐이다. 마스크를 쓰고, 사람 많은 곳에 가지 말고,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 전부다. 코로나 확진자들은 약도 없다. 의사가 해줄 수 있는 건 격리, 감기약 처방, 충분한 휴식 정도다. 그러다 죽으면 하소연 할 데도 없다. AI(인공지능), 암 정복 등 첨단과학과 현대의학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인류는 이 변종 바이러스에 손 하나 못쓰고 당하고만 있다.

미증유의 사태에 우리는 어떻게 존엄한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예술가들은 이런 시기일수록 예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예술은 그 시대의 기록이고 인류에게 희망을 주는 백신이기 때문이란다. 중국 다음으로 확진자가 늘고 사망자도 속출하자 발코니에서 노래를 부르고 그릇을 두들기는 이탈리아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음악을 통해 불안과 공포를 덜어내고 용기와 희망을 얻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한 미술갤러리 대표는 “지금이야말로 도외시 했던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구글의 ‘아트 & 컬쳐’ 섹션 등 세계적인 미술관들이 개발한 무료 온라인 감상을 예로 들었다. ‘아트~’에선 루브르미술관이나 구겐하임을 비롯해 전 세계 1200개의 미술관, 박물관, 유적지를 온라인으로 방문할 수 있다. 이중에는 3D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곳도 있다.

기자는 여기에 더해 유튜브를 통한 ‘인문학 항해’를 떠날 볼 것을 권한다. 유튜브에는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등 세 가지 주제로 수준 높은 인문학 강연을 소개하는 ‘플라톤아카데미’를 비롯 KBS, EBS가 국민 세금으로 제작한 질 높은 다큐멘터리가 수없이 올라와 있다. 

이런 유익한 것들을 접하며 전염병에 대한 공포심, 인간 존엄에 대한 상실감, 사회로부터의 소외감 등을 극복하고 코로나 사태 이후의 건강한 삶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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