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희망회로 돌리기
[백세시대 / 세상읽기] 희망회로 돌리기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3.27 14:12
  • 호수 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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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코로나19 방역이 세상의 부러움을 산 이유 중에 치명률이 낮은 것도 한몫했다. 치명률이란 누적 확진자 수 대비 누적 사망자 수이다. 1만명 가까운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실제로 사망한 이는 140명(3월 25일)이어서 한국의 의료 수준을 높게 평가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이제는 치명률이 높아지고 있다. 

3월 1일로 우리나라 치명률은 0.4%대였지만 지난 3월 18일 1%를 넘었고 이후에도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국내 치명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확진자 수는 하루 100명 안팎으로 전에 비해 줄고 있는 반면 사망자는 매일 5~9명으로 꾸준하기 때문이다. 3월 26일 현재 격리 치료 중인 환자가 5281명인데 지금의 치명률대로 계산하더라도 73명의 추가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 이를 감안해 계산하면 치명률이 2.2%까지 오를 수 있다. 

우리나라 70~80대 치명률은 13%대로 다른 나라의 고령자 치명률과 별반 차이가 없다. 중국의 70대 치명률은 8%, 80대 치명률은 15%로 우리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개개인의 감염예방노력이 중요한 이유다.

코로나19 사태는 도대체 언제 끝날까. 자고나면 온통 코로나 얘기뿐이어서 조금씩 진절머리가 난다. 숨쉬기 답답한 마스크를 써야 하고 차가운 수돗물로 손을 씻어야 하고 입맞춤은커녕 악수도 제대로 못하는 개인적 불편은 차치하더라도 앞으로 나라 경제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는 어떡해야 하나.  

불확실하고 답답한 날들이 이어지자 일부에서 희망회로를 돌리기도 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앞장섰다. 그는 최근에 “나는 부활절(4월 12일)까지 이 나라를 다시 열고 싶다. 부활절에 신도로 가득 찬 교회를 보길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코로나보다 일터로 가지 않아 생기는 대규모 경기 침체가 더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며 “한해 평균 3만7000명이 미국에서 독감으로 죽지만 이 일로 미국의 시동을 끄는 일은 없다”라고도 했다.

그러자 보건전문가들이 일제히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은 트럼프가 옆에 서 있는데도 불구하고 “감염자 수가 늘고 있는 지역에서 지침을 완화할 수는 없다.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 지역이더라도 완화를 검토하려면 정보가 필요한데 지금은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코로나가 더 널리 더 빨리 더 지독하게 퍼져 한 해에 수백만명을 죽일 수 있다”고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경제를 희생해서라도 코로나 확산을 막아야 한다. 셧 다운(일시적인 업무정지)은 6~10주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단지 개인적인 희망을 토로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가 한두 달 내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적어도 올여름, 길게는 올 연말까지 지속될 싸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세계 인구의 60% 이상이 감염돼 집단면역이 생기기 전에는 끝나지 않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있다. 

중국이 코로나19 진압에 성공했다며 우한과 허베이성 봉쇄를 풀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한국이 공격적인 검진으로 방역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지만 결과는 아직 두고 봐야 한다. 지구촌 전체가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전에는 누구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그나마 한국이 이 정도로 버티는 것은 국민의 높은 의식 수준 덕이다. 사재기를 하지 않고 긴 줄을 서가며 마스크를 사서 착용하고 개인위생 수칙을 잘 지키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하는 우리 국민 때문이다. 힘들 때 더 힘든 이웃을 생각하는 공동체 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감염될지 모르는 공포의 시간이 이어지는 요즘 트럼프 같이 희망회로라도 돌려보고 싶은 간절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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