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우울감, 좋은 책을 읽으며 극복하세요”
“코로나 우울감, 좋은 책을 읽으며 극복하세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4.10 14:21
  • 호수 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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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위로’, ‘나는 내가…’ 등 우울증 앓은 저자들의 극복체험기 담아 

‘잠시 생각할…’, ‘우울할 땐 뇌과학’ 등은 전문가가 과학적 해결법 제시

[백세시대=배성호기자] 한 달 넘게 지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답답함과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여전히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위험성 때문에 공포와 불안감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코로나블루’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코로나블루는 우울증(blue)과 코로나19가 합쳐져 나온 말이다. 특히 어르신들의 경우 걈염시 위험성이 더 크고 경로당마저 문은 닫아 더 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러한 어르신들을 위해 안전한 집에서 독서를 통해 코로나블루를 날려버릴 수 있는데 도움이 되는 책들을 소개한다. 

◇‘야생의 위로’

먼저 ‘야생의 위로(심심)’는 동식물을 연구하는 박물학자이자 디자이너로도 활동하는 에마 미첼이 12개월 동안 쓴 일기를 모은 것이다. 책은 25년 동안 우울증 환자였다는 저자의 고백으로 시작된다. 그는 우울증에 짓눌린 채 살아가는 다른 이들처럼 가벼운 무기력증에서부터 심각한 자살 충동까지 힘든 증상을 여러 차례 겪었다고 담담히 말한다. 

그러다 그는 이러한 감정이 밀려올 때마다 이를 떨쳐내기 위해 산책을 시작했다. 이때 그의 마음 속에서 정신적 겨울을 몰아내고 봄날 같은 위로를 불어 넣어준 존재가 자연이었다. 저자는 오두막집 주변을 조용히 오가며 보고 듣고 느낀 자연을 섬세한 문장, 따뜻한 사진과 스케치 그리고 수채화로 기록했다. 탐험하는 것뿐만 아니라 산책 중에 발견한 자연물을 그리고 사진 찍고 채집하는 과정도 치유의 일부가 됐다.

소박한 풀꽃 한 포기가 주는 기쁨, 수천 ㎞를 날아온 제비의 비행 궤적을 떠올리며 얻은 감동, 아득한 화석의 흔적에서 얻은 경이로움 등을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저자는 우울증은 극복하는 게 아니라 어르고 달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내가 우울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우울이란 감정은 비에 젖은 옷처럼 마음을 축축하고 꿉꿉하게 만든다. 불쾌하고 개운하지 않으면서 쉽게 떨쳐낼 수도 없다. ‘나는 내가 우울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빌리버튼)’의 저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우울함을 일상적이고 당연한 감정으로 여겼다. ‘그럴 수 있다’고 여기며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우울을 호소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조금 우울한 것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여겼다. 이런 생각은 ‘기분부전증’ 진단을 받고 치료받기 시작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우울이란 괜찮은 게 전혀 아니었다. 우울해도 괜찮다거나 우울을 소비하는 것은 경솔한 일이었다. 진짜 우울이란 지독하게 사람을 갉아먹는다. 스스로를 타고난 ‘우울한 사람’으로 생각하며 ‘우울한 성격’이라 판단했던 날들을 후회했다. 우울을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괜찮은 날들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저자는 누군가는 밝히기 꺼려하는 치료 과정과 그에 따른 마음의 변화를 솔직하게 기록했다. 하루하루 치료를 거듭해가며 축축했던 마음에 볕이 들었고 말한다. 그저 그런 날들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게 되면서 우울하지 않다는 것만으로 만족스럽고 평온한 나날들이 지속됐다. 그늘이 걷힌 하루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고, 쳐져 있느라 놓친 것들이 눈에 밟혔다. 결국 자신이 원하는 행복의 기준을 찾았다. 저자는 내버려둔 과거를 후회하고, 스스로의 우울을 외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멘트로출판사)’는 비관적·부정적 감정으로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제공하는 일종의 ‘심리 처방전’이다. 저자는 불행한 길을 자꾸 택하는 사람과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라고 제안한다.

불행한 일을 겪었다면 불행의 단면적 인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 의미를 발견하고 매사에 감사하는 태도를 지니며,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단순하고 소박하다. 하지만 불행한 사람 대부분은 이런 소박한 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정신과 의사답게 책에는 저자가 만났거나 상담했던 사람들의 실제 임상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또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감정적 혼란·불안·우울감에 대한 대처법,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심리적 지침 등도 제시한다.

◇‘우울할 땐 뇌과학’

‘우울할 땐 뇌과학(심심)’은 15년간 우울증만 연구해온 우울증 전문가가 신경과학(뇌 과학)의 관점에서 우울증을 들여다본 책이다.

신경과학(뇌 과학)은 뇌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인간의 생각과 감정, 행위의 생물학적 근거 등을 연구한다. 신경과학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따라 빚어진다. 따라서 신경과학적으로 봤을 때 우울증은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의한 질환으로 개인의 의지나 노력만으로는 치료가 되지 않는다.

신경과학 원리 중 특히 ‘신경가소성’(인간의 두뇌가 경험에 의해 변화되는 능력)에 집중해 우울증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시작되는지, 증상 하나하나의 구체적인 근거는 무엇인지, 그에 따른 폐해는 무엇인지, 그리고 결국은 우울증으로 치닫는 뇌 회로를 다시 돌려세울 방법이 무엇인지 등을 세심하게 살펴본다. 

전문적인 용어가 많은 편이지만 전공자가 아닌 일반 독자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 있으며, 저자 스스로의 경험담도 솔직하게 털어놓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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