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근 원장의 만성 소화기질환] 9. 과민성대장증후군과 한방치료
[김영근 원장의 만성 소화기질환] 9. 과민성대장증후군과 한방치료
  • 김영근 원장
  • 승인 2020.04.24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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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질환은 만성으로 되기 쉽다. 김영근 위맑음한의원 원장이 위장 등 소화기질환 극복법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찬 음식을 섭취하면 바로 배가 아프다.” “복부를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다.” “외출하려면 화장실 위치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이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는 사람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시험, 면접, 발표 등 큰일을 앞두면 누구나 부담을 느낀다. 낯선 곳에 가거나 모르는 사람과 어울려야 하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스트레스는 집중력을 높여서 업무를 수행하는 힘찬 동력이 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마음의 평온이 무너지고, 위장이 자극돼 배앓이를 한다. 이처럼 예민하게 대장이 반응하는 게 과민성대장증후군이다. 이 질환은 내시경이나 엑스레이 촬영을 해도 별다른 이상을 찾을 수 없다. 주요 증상은 습관적인 복통, 설사, 변비, 속 쓰림, 연하곤란, 상부위장관 등이다.

만성화되면 치질, 치루, 두통, 어깨 결림, 전신 피로, 의욕상실, 입냄새도 생길 수 있다. 설사와 복통은 장염의 주증상이기도 하다. 장염은 바이러스, 세균, 알레르기에 의해 장에 염증이 생기는 기질적인 질환이다. 이에 비해 과민성대장증후군은 감염, 기질적인 원인이 없는 기능성 장애, 신경성 질환이다. 또 과민성대장증후군의 복통, 복부 불편감은 대장암 증상과도 유사하다. 다만 과민성대장증후군이 대장암으로 악화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전체 인구의 10% 전후가 고통을 받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일상생활과 업무에 지장을 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고질병이다. 대표적인 소화기질환으로 소심한 사람, 여성에게 비율이 높다. 기가 약한 사람이나 여성은 세심하고, 주위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특히 여성은 호르몬 변화로 남성에 비해 감정 기복이 많을 수 있다.

원인은 유전적 요인과 함께 심리적 불안, 스트레스, 자율신경계 이상, 위장염, 잘못된 식습관 등으로 추측되고 있다. 증상 완화나 치료법은 마음 걱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또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도 도움이 된다. 약물로는 진경제, 부피형성 완화제, 신경안정제 등이 있으나 근본적인 치료와는 거리가 있다.

한의학적으로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스트레스, 비신양허(脾腎陽虛), 심비혈허(心脾血虛)로 풀이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간장의 기운이 응결되고 울결된 간기가 장을 경련시키게 된다. 비신양허는 비(脾)와 신(腎)의 양기가 다 같이 허해진 것이다, 장은 콩팥의 양기를 받아 배변 기능을 수행한다. 장에 찬 기운이 돌면 배변기능 저하가 발생한다. 심비혈허는 자율신경 실조와 관계있다. 심장이 스트레스로 위축돼 장에 혈액 공급이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혈액이 부족하면 가슴 두근거림과 근심걱정이 늘고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

한의학적 치료 원리는 장과 연관되는 간장, 심장, 콩팥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장은 뇌와 유기적 관계에 있다. 따라서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뇌와 위장, 대장 신경계로 접근하는 게 효율적이다. 위열(胃熱)도 다스려야 한다. 스트레스와 소화능력 저하는 노폐물에 의한 발열 작용으로 위열(胃熱)을 일으킨다. 결과적으로 위열은 장의 기능도 떨어뜨린다.

따라서 마음 안정과 장을 편안하게 해 오장육부 균형 회복을 꾀하는 처방이 필요하다. 위와 장의 직접적인 치료와 함께 간(肝), 심장(心臟) 기능을 강화하면 근본치료가 가능하다. 처방은 체질, 증상, 병의 이력을 감안해 건장탕의 성분을 가감하면 좋다. 건장탕은 약해진 장의 기운을 강하게 해 주는 한약이다. 또 증상과 체질에 따라 온담탕, 귀비탕, 소요산, 시호가용골모려탕 등도 처방한다.

<글쓴이> 김영근

태원의학회 수석교수로 위맑음한의원 원장이다. 20년 넘는 기간 동안 만성 소화기질환 연구와 치료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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