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제 논에 물 대기’?…지주사 농심홀딩스 최대주주, 신동원 농심 부회장
농심 “라면 포장지‧원자재 등 신제품 보안위해 필수 불가결한 상황” 해명
[백세경제=최주연 기자] 농심 신춘호 회장 일가가 내부적인 일감 몰아주기로 계열사 수익을 내고 그 배당금을 독식하는 사익편취 의혹에 휩싸였다. 지주사인 농심홀딩스는 농심 계열사인 태경농산과 율촌화학을 장악하고 있다. 농심홀딩스는 농심과 태경농산 신동원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고 그밖에 친인척들이 주주로 포진해 이 구조를 완성하고 있다. 농심홀딩스가 농심 오너가의 뒷주머니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농심그룹 지주사인 농심홀딩스의 2019년 매출 전액은 태경농산과 율촌화학 등 계열사에 대한 배당금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태경농산과 율촌화학이 농심에서 일감을 받아 수익을 올리고 있어 사익편취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농심→태경농산‧율촌화학→농심홀딩스로 자금이 흘렀고, 신동원 농심 부회장을 비롯해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한 농심 오너일가가 이 지주사를 통한 수익을 지급받고 있다.
농심 오너일가의 ‘금고’ 역할을 하게 된 농심홀딩스는 지난해 총 181억여원을 계열사로부터 배당 받았다. ㈜농심에서 80억원, 태경농산에서 62억원, 율촌화학에서 40억원 배당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농심홀딩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동원 농심 부회장이 42.92%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이며,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13.18%), 신윤경 씨(2.16%), 신상렬 씨(1.41%) 등 사실상 농심 오너일가 소유의 회사다.
태경농산은 농심 제품의 식자재를 담당하는 기업으로 농심홀딩스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다. 태경농산은 농심과 거래를 통해 지난해 총 매출 3천485억원 중 56.7%인 1천974억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고 순이익 74억원을 냈다. 이 중 84.2%를 지주사인 농심홀딩스에 배당했다.
율촌화학은 농심 제품의 포장재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농심과의 거래를 통해 1천868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는 총 매출의 38.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율촌화학은 농심홀딩스가 31.94%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이며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13.50%),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13.93%), 부인 김낙양 씨(4.6%) 등 특수관계인이 장악한 농심 오너일가의 회사이다.
업계에 따르면 농심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메가마트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농심에서 계열분리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농심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공정자산이 4조8천억여원이었고 메가마트 계열사는 5000억여원 규모다. 현행법상 공정자산이 5조원 이상이 돼야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메가마트 등을 계열분리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농심그룹의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농심은 “정보 보안 이유로 불가결한 상황”이라는 입장이었다.
농심 관계자는 6일 [백세시대]와의 통화에서 “율촌화학은 농심 라면의 포장재를, 태경농산은 식자재와 원료 공급을 하고 있는데 신제품을 출시할 때 정보 보안을 위해서라도 그룹끼리 거래할 수밖에 없다”면서 “법적으로 저촉되는 상황도 아니고 투명하게 과정을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해 각 계열사의 외부 영업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책임 경영을 위해 지주사를 운영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메가마트 등의 계열분리는 사실이 아니고 발표한 바도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