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종석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한 번에 큰돈’보다 평소 소액을 기부하는 게 바람직”
예종석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한 번에 큰돈’보다 평소 소액을 기부하는 게 바람직”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5.08 13:31
  • 호수 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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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 털어 남 도운 부친(예춘호) 영향 받아 각종 나눔 단체 관여 

코로나 성금 1000억 가까이 모금, 80% 배분…국민 성원에 감사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바쁘게 돌아가는 단체 중 하나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다. 기업과 개인으로부터 수백억 원대의 성금을 받아 지원이 필요한 수만 개의 기관에 배분하는 일 때문이다. 

예종석(67)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국민 성원이 매우 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발생 2개월 만에 934억원을 모아 80%를 배분했다”며 “2년 동안의 재임 기간 중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9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예종석 회장을 만나 기부 문화와 나눔의 삶을 들었다.  

-코로나 성금을 가장 많이 기부한 곳은.

“기업이 많다. LG, SK가 50억원, GS그룹도 10억원을 했고, 개인도 많이 해주었다.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이 20억원을 냈다.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도 동참했다. 현빈 2억원, 이병헌 1억원, 추신수 선수가 2억원을 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카카오 주식 1만1000주(17억원 상당)를 기탁했다.”

대한노인회도 코로나 위기극복 성금 대열에 동참했다. 중앙회 정명철 사무총장이 4월 21일, 16개 시·도 연합회가 모은 성금 2675만원을 공동모금회에 전달한 것을 비롯 각 지회마다 지역의 공동모금회에 따로 성금을 전했다. 예 회장은 이와 관련해 “대한노인회도 코로나 성금을 많이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인회에 소속되지 않은 노인들도 곳곳에서 소액으로 기부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성금은 어떻게 쓰이나.

“일선 의료진과 봉사자, 쪽방촌 거주민, 노인 및 장애인 시설, 지역 아동센터 등 재난 취약층을 대상으로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위생용품과 생계비, 식료품, 생필품을 지원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하는 일을 소개해 달라.

“모금회의 뿌리를 찾아가면 과거 정부가 주도했던 불우이웃돕기성금에 닿는다. 그런데 국가에서 세금을 거두면서 기부금을 받는다는 게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돼 민간단체로 넘겼다. 1998년 김대중 정부 때 제정된 법령에 의거해 만들어진 순수민간기구로서 정부의 복지정책을 보완하는 입장이다.”

-많은 액수의 성금을 모아 배분하는 것으로 안다.

“지난해 6540억원을 모금했다. 우리는 모금액 전부를 다음 해에 집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많은 이들은 우리가 모금단체 중 큰 단체로 알고 있지만 그게 아니다. 우리는 자체 사업을 하지 않고 중간 매개체로서 하나의 창구로 모금해 약 3만개 기관에 배분한다. 대한적십자사도 우리한테 100억원 이상 배분을 받아가고 월드비전, 사회복지협의회도 우리에게서 배분을 받아간다.”

예 회장은 이어 “전국의 16개 공동모금회 지사에서 대한노인회에 지원을 하고 있다”며 “노인회에 16억원을 지원했고 그 외 독거노인 등 취약 계층에 800억원을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어떤가.

“한마디로 ‘할머니 기부’이다. 할머니들이 안 먹고 안 입고 김밥·떡장수, 삯바느질해서 한푼 두푼 모은 돈 수억원을 대학 등에 기부하는 걸 두고 하는 말이다. 그렇지만 기부로서는 그다지 좋은 모양새가 아니다. 기부자가 자신이 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어디에 쓰이는지 봐야 하는데 그걸 확인하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 기부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 몰아서 하는 게 아니라 생전에 조금씩 하는 게 좋다.”

-선진국은 어떤가.

“미국은 기업보다 개인 기부가 많다. 개인 기부가 85%이고 나머지가 기업이다. 우리는 기업이 68%이고 개인이 32%이다. 기부가 생활화된 미국은 샐러리맨들이 월급에서 얼마씩 떼 내 기부를 한다. 미국은 또, ‘계획기부’라고 해서 자기가 살아 있는 동안 얼마씩 생활비를 받는 조건으로 살고 있는 집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우리도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1억원 이상의 고액 기부자 클럽 ‘아너 소사이어티’ 소식이 뜸한 것 같은데.

“여전히 많은 분들이 가입해 2304명을 넘어섰고 총액이 2559억원에 이른다. 부부가 가입하기도 한다. 미국 다음으로 많은 세계적인 기록이다. 2007년 개인 기부문화 활성화를 목표로 시작했는데 선배들이 길을 잘 닦아놓은 덕분에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모범 기부국이 됐다.”

-기부와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은.

“노인들이 기부의 모범을 보이고 기부에 대한 교육도 해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국민소득 100달러에서 짧은 시간에 고도의 압축 성장을 이뤄 현재 3만 달러가 됐다. 그런 환경에서 천민자본주의가 생겨났고 일부 부유층에서 ‘내 자식에게 어떻게 하면 세금 덜 내고 재산을 물려주나’ 하는 것만 골똘히 연구하다 신문에 나기도 한다. 반면에 서양 사람들은 더불어 사는 게 일상화 됐다. 지금의 노인들이 아들·딸, 손주에게 몸소 기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예종석 회장은 한양대 경영대 교수로 34년간 재직하며 일찍부터 각종 나눔·기부단체에 관여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만든 ‘아름다운재단’, ‘나눔국민운동본부’, ‘십시일밥’ 등이 그 중 일부이다. 기관과 기업들의 사외이사,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기획력과 홍보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배경으로 2017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 대선 캠프 홍보본부장을 지냈다. 음식에 조예가 깊어 신문에 음식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박정희 정부의 3선 개헌에 반대해 당에서 제명당한 후 민주화의 길을 걸었던 예춘호 전 민주공화당 사무총장이 부친이다.

-‘십시일밥’은 무언가.

“교수 시절 저하고 대학생 한 명이 만들었는데 그게 너무나 잘 돼 3~4년 만에 전국 30개 대학교가 동참했다. 대학 구내식당 알바로 일 해 대가로 받은 식권을 점심을 못 먹는 대학생에게 주는 봉사모임이다. 손 벌리지 않고 자신이 번 돈으로 남을 돕는다는 점에서 최상의 나눔 정신이라고 본다.”

-대학생이 밥값이 없어 점심을 굶다니….

“‘그렇다면 대학 등록금은 어디서 나느냐’고 반문하겠지만 그런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식당에서 식판에 밥을 많이 담아 친구와 나눠먹는 광경을 보고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부친(예춘호)은 어떠신가.

“올해 94세로 여전히 정정하시다.”

-아들로서 가까이 본 아버지는 어떤 분인가. 

“기부에 남다른 인연을 맺게 된 데에 부친의 영향이 크다. 부친은 전 재산을 털어 남을 도왔다. 국회의원 하면서 개인으로는 최대 규모의 도서관을 부산 영도에 지었다. 고등공민학교를 설립해 무료로 가르쳤고 무료결혼식장, 무료탁아소도 운영했다. 당시로선 거액인 40억원을 출자해 장학재단을 만들어 학생들을 도왔다. 현재 제가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예종석 회장은 낚시꾼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부친과 음식 솜씨가 좋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릴 적부터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음식은 장수와 관련이 있나.

“조선의 역대 왕 가운데 영조가 가장 오래 산 이유는 식사 횟수, 반찬 가짓수를 적게 먹었기 때문이다. 야채든 고기든 자연에서 얻은 제철 재료로 만든 음식이 가장 맛있고, 이를 소식하면 장수한다.”

예종석 회장은 ‘맛집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 “가성비가 높고 맛이 있는 식당이 맛집의 기준”이라며 강남의 진동횟집과 한성칼국수, 무교동의 부민옥을 꼽았다.  

예종석 회장은 인터뷰 끝에 “노인 인구가 늘면서 우리 사회에 영향력이 큰 계층이 됐다”며 “백세시대 신문이 창간 14주년을 계기로 노인 복지와 권리증진에 더 많이 기여하는 전문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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