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창간특집]감염관리실 없고 촘촘한 병상… 요양병원 집단 감염 예견됐다
[백세시대 창간특집]감염관리실 없고 촘촘한 병상… 요양병원 집단 감염 예견됐다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0.05.08 14:28
  • 호수 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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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민낯 드러난 요양병원의 감염관리 실태
병원 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구시 서구 한사랑요양병원 앞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요양병원은 감염관리실이 대부분 갖춰져 있지 않고 병상도 다닥다닥 붙어 있어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병원 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구시 서구 한사랑요양병원 앞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요양병원은 감염관리실이 대부분 갖춰져 있지 않고 병상도 다닥다닥 붙어 있어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저질환에 면역력 떨어진 고령 환자가 대부분…한 병실에 33개 병상 배치도

300병상 넘는 곳도 감염관리실 설치 안해…요양병원 내 감염 관리 강화 필요

[백세시대=배지영기자] 치매를 비롯해 고혈압, 당뇨 등 다양한 기저질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이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영향을 끼치면서 병원 내 감염관리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지난 1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뒤 대구 한사랑요양병원에서 128명, 대구 대실요양병원 100명, 경산 서요양병원 66명, 대구 제이미주병원 196명, 대구 파티마병원 37명 등 다수 요양병원에서 집단 감염이 나타났다.

당초 의료계에선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요양병원을 집단감염 취약지대로 꼽았다. 요양병원엔 고령인데다 기저질환이 있는 입원환자가 많아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중증환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치명률 높은 노인환자

건강하고 면역력 상태가 좋다면 코로나19에 걸려도 가볍게 넘어간다. 그러나 요양병원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대부분 신체적, 정신적으로 취약한 노년층이라 바이러스 노출 시 증상이 심하고, 증상이 심한만큼 바이러스도 몸에서 많이 나와 병을 옮길 확률도 커진다. 이렇게 되면 집단 감염으로 발전하거나,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옮길 위험도 커진다. 

문제는 요양병원에서 지내는 대부분의 사람이 면역력이 떨어지고 당뇨병, 고혈압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노년층이라는 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대한노인병학회에 따르면, 국내 노년층의 91%가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5월 6일 발표한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은 2.36%이나, 80대 이상의 치명률은 25%에 달한다. 30대(0.1%)와 비교했을 때 월등히 높은 수치다. 70대 이상 사망자 또한 199명으로 전체의 78%에 이른다.

현재까지 요양병원 등에 대한 감염원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직원이나 간병인, 면회객 등을 통한 확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환자의 경우 병원 밖 외출이 거의 없어 코로나 감염의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요양병원 감염관리 취약한 이유

그러나 단순히 요양병원 내 환자들이 면역력이 약해 전염이 빠르고, 사망률이 높은 것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병실 하나에 침상이 14개가 넘는 요양병원이 401곳에 달한다. 병실 하나에 33개의 침상이 놓인 요양병원도 있다.

2017년 2월 개정된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신·증축된 요양병원은 한 병실에 침대를 6개 이상 둘 수 없다. 그러나 기존의 요양병원이 이 기준을 따를 의무는 없다보니, 한 병실에서 열 명이 넘는 환자들이 생활하는 요양병원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입원환자들이 집단으로 생활하고 복도 등 공유하는 생활공간이 좁다보니 확산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거동이 불편한 입원환자가 많아 간병인이 꼭 필요한 점과 고령자들의 경우 발열 등 코로나19 의심증상이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집단감염이 빨리 발견되지 않는 점도 감염관리를 힘들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요양병원 입원 환자에게 마스크 착용이나 손 위생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라면 손 위생을 지키기 어렵고, 호흡기 질환이 있다면 호흡곤란 문제로 마스크 착용이 불가능해서다. 

요양병원의 대다수가 감염관리실을 운영하지 않는 점도 감염자 발견과 대응에 어려웠던 이유다. 감염관리실은 병원 내 감염환자 발생을 감시하고 대응하는 기구로 감염예방에 꼭 필요한 조직이지만 요양병원은 상급종합병원과 달리 감염관리실을 갖출 법적 의무가 없다. 

의료법 제 47조(병원감염 예방) 제1항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은 병원 감염예방을 위해 감염관리위원회와 감염관리실을 설치·운영하고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감염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전담 인력을 두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현행법상 ‘일정 규모’는 300병상이다. 2019년 전국 요양병원의 평균 병상 수는 192개이다. 

그러나 300병상 이상의 요양병원 조차도 감염관리실을 설치하지 않는 곳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요양병원(973곳)의 93.6%가 감염관리실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요양병원이 감염병 환자를 일찍 발견한다 해도 스스로 치료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격리병실을 갖춘 병원이 드물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요양병원도 샤워시설을 포함한 화장실을 갖춘 격리병실을 갖추도록 의료법이 개정됐지만 이 또한 300병상 이상 요양병원에만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관리실과 인력을 갖추지 못하면 발열이 나타나도 어떤 병 때문인지 점검하기가 어렵다”면서 “요양병원 감염관리 문제는 어제 오늘 지적된 사안이 아니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는 만큼 평소 간병인 등 종사자에 대한 감염예방훈련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요양병원 내에서의 감염 관리 강화 및 유증상자에 대한 조기 검사를 통한 조기 인지, 발병했을 때 적절한 감염자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정부, 감염관리 강화 위한 정책 추진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3월 24일부터 요양병원의 감염예방·관리료를 한시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감염예방·관리료는 지난해 신설된 수가 항목으로, 종합병원과 150병상 이상 병원에 감염관리위원회와 감염관리실을 설치하면 수가를 보전해주는 식이다. 

이를 받으려면 300병상 이하 병원의 경우 1년 이상 감염관리실 근무경력이 있는 1명 이상의 감염관리 간호사를 둬야하며, 병상 규모에 따라 추가로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요양병원에 한시적으로 적용한 감염예방·관리료는 감염관리 책임 의사, 간호사를 지정하면 되고, 대학병원과 달리 겸직이 가능하게 하는 등 요건을 완화했다.

또한 요양병원 신규 간병인의 경우, 코로나19 진담검사 실시를 의무화하고 검사 비용은 재난안전특별교부세 등을 통해 지자체가 부담토록 했다. 그동안 병원뿐만 아니라 간병인을 제공하는 외주 업체 측에서도 간병인 공급에 있어 안전성 문제로 부담이 많았는데 이번 지원으로 인해 자발적으로 요양병원들이 감염관리를 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된 셈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수도권 등의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검사 대상은 콜센터, 병원 등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바 있는 서울시 구로구와 은평구, 경기도 성남시, 의정부시, 군포시 등 5개 시군구에 있는 전체 요양병원의 종사자·간병인 및 신규 입원환자 등 총 6544명이다.

요양병원협회는 협회 내 ‘코로나19 요양병원 대응본부’를 구성, 감염증 정보를 공유하고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을 발간해 전국 요양병원에 배포하는 등 총력을 기울여 오고 있으며, 자체 방역 실태를 분석해 보완책을 마련하는 등 뉴노멀 시대의 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입장이다.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 회장은 “요양병원들은 코로나19 집단감염 위험군에 속에 있으면서도 감염관리에 대한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었다”면서 “요양병원협회를 중심으로 지역조직 활성화 및 회원확보를 통해 정부와의 협상력을 높이고, 자정활동을 통해 그간 고착화된 요양병원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해가겠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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