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창간특집]"‘나이 탓’ 않고 건강 관리하면 늙어도 늙지 않아요”
[백세시대 창간특집]"‘나이 탓’ 않고 건강 관리하면 늙어도 늙지 않아요”
  • 이수연 기자
  • 승인 2020.05.08 14:31
  • 호수 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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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도 늙지 않는 법’ 펴낸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장

무분별한 정보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 많아…가장 궁금해하는 것 엄선

치매는 예방 가능한 질환…신체활동, 사회적 관계 지속하는 게 중요

노인 당뇨환자는 저혈당이 더 위험… 혈압관리 적절히 해야

김광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노인의료센터장은 건강을 위해 노력한다면 늙어도 늙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김광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노인의료센터장은 건강을 위해 노력한다면 늙어도 늙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백세시대=이수연 기자] “저 사람이랑 나랑 동갑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

비슷한 나이인데도 어떤 사람은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을 보내는데 어떤 사람은 노년기 대부분을 아픈 상태로 보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생명표’에 따르면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82.7년이지만, 건강수명은 64.4년으로 나타났다. 건강수명은 출생 이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는 기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발표에 따르면 생애 마지막 18년가량은 아픈 상태로 보낸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노화 과정을 겪는다. 피부 탄력이 떨어지고, 근력이 감퇴하고,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다. 그러나 자신의 증상을 정확하게 알고 건강을 위해 노력한다면 늙어도 늙지 않을 수 있다.”

이는 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 김광일 센터장이 저서 ‘늙어도 늙지 않는 법’(사진․김영사)에서 밝힌 내용의 일부다. 김 센터장은 “무분별한 정보 때문에 불필요한 고생을 하는 분들에게 검증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책을 집필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광일 센터장은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을 중심으로 흔히 두려움을 느끼는 치매나 암과 같은 질병부터 만성질환, 지나칠 수 있는 증상이나 건강을 위한 생활 속 수칙까지 친절하게 정리해 책으로 엮었다. 

‘늙어도 늙지 않는 법’에는 나를 더 늙게 만드는 오해들, 노년에 잘 걸리는 7대 질병 예방법, 건강한 노년 생활을 위한 필수지식, 노년을 위협하는 생활 속의 위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치매 예방에는 ‘운동·사회적 관계 맺기’ 중요

최근 가장 두려운 질병으로 꼽히는 것이 치매다. 김광일 센터장은 “치매가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고, 가족들에게도 돌봄 부담이 심한 질환이기는 하지만, 치매에 대한 두려움은 너무 과도한 걱정일 수 있다”며 “제대로 관리하면 치매도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2013년 영국 의학 저널인 ‘란셋’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2011년 영국의 치매환자 수는 1991년 치매 유병률을 기준으로 추정한 숫자에 비해 24% 감소했다. 2016년 발표된 연구논문에서도 치매 발생률이 최근 30년 동안 지속적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과는 치매도 예방이 가능하고 앞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 센터장은 “현재까지 밝혀진 것으로 가장 중요한 치매 예방법은 신체활동(운동)을 계속하고  사회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는 인지기능을 유지시키고,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혈압관리와 혈당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젊은 층과 달리 저혈당이 인지기능 악화에 위험 요인이 되기 때문에 ‘과도한’ 혈압, 혈당 관리가 아닌 ‘적절한’ 혈압, 혈당 관리가 중요하다. 따라서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중·노년기 모두 정상 혈압을 유지하고 약물적 치료가 필요할 경우에는 전문의의 조언에 따라 혈압을 관리하는 것이 좋다. 

◇저혈당은 부정맥·심근경색 발생 위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혈압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김광일 센터장은 “노인 당뇨 환자의 경우 저혈당도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환자 상태에 맞는 최적의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젊은 환자의 경우 혈당을 낮춰 높은 혈당으로 인한 증상을 없애고 당뇨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당뇨 치료의 목표이지만, 노인 당뇨 환자들은 20~30년 후 발생하는 장기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보다 당장 저혈당이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젊은 환자에 비해 혈당을 많이 낮추는 것은 좋지 않다. 

김 센터장은 “저혈당이 발생하면 우리 몸에서 자율신경이 항진돼 혈당을 다시 올리는 보상작용이 작동하는데, 노인들은 이러한 작용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저혈당이 생겨도 가슴 두근거림이나 식은땀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바로 의식 저하로 진행될 수 있다. 또 심혈관질환을 가진 노인들에게 저혈당이 생기면 부정맥과 심근경색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우나를 하면 과도한 탈수로 인해 혈관이 확장되고, 저혈압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고혈압 약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주의하는 것이 좋다. 

◇노인에 맞는 운동하는 게 중요

치매, 암과 같은 질병뿐만 아니라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에도 좋은 예방법은 단연 ‘운동’이다. 그러나 젊은 시절처럼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노년기에는 자신에 맞는 운동법을 알고 실천해야 한다. 

김광일 센터장은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는 “심폐 지구력을 향상시키는 유산소운동과 근력을 향상시키는 저항성운동, 관절의 운동 범위를 넓혀주는 유연성운동, 몸의 밸런스를 잡는 균형운동을 모두 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산소운동은 자전거 타기, 수영, 걷기 등이 있다. 일주일에 5회 정도, 약간 힘들다고 느낄 정도의 강도로 30분 이상 지속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만약 운동 중 호흡곤란이나 흉통,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있으면 즉시 운동을 멈춰야 한다. 

    그림= ‘늙어도 늙지 않는 법’ 박가을

근력운동은 아령 또는 탄력밴드를 이용해 가슴, 어깨, 복부, 등, 허리, 엉덩이, 다리, 팔 부위의 운동을 10~15회씩, 2~4세트 반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근력운동으로는 뒤꿈치 들기가 있다. 근력운동은 20~30분씩, 주2~3회 시행하며, 상체보다는 하체 운동을 집중적으로 한다. 무엇보다도 근력운동을 한 다음 날에는 몸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반복해서 운동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운동도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광일 센터장은 “무릎에 퇴행성 관절염이 있는 경우 체중 부하를 피하면서 운동을 해야 한다”며 “실내 자전거나 수영, 수중 에어로빅 등 무릎 부하를 피하는 운동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또 “심혈관 질환 환자에게 등산은 추천하지 않는다”며 “심근경색 등 급작스러운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후유증이 남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기진단은 건강장수를 위해 필수

무엇보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잘 먹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김광일 센터장은 잘 먹는 방법으로 ‘골고루 먹기, 적게 먹기, 싱겁게 먹기, 단백질 섭취 충분히 하기’를 꼽았다. 김 센터장은 “우리나라 노인 식생활의 특징은 ‘탄수화물 위주’로 밥이나 국수 등 주식 위주 식단으로 이루어져 있다”며 “주식을 줄이고 반찬 섭취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고,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기 때문에 식물성·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매 끼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노인들은 단백질을 섭취해도 흡수가 잘 안돼 근육 생성에 필요한 기초 요구량이 증가하고, 동물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으면 근감소증 발생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밖에도 이전과는 달리 식사 준비가 서툴러지고, 약 복용을 깜빡깜빡 잊는다면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센터장은 “이전에는 대중교통을 활용해 외출도 하고, 집에서 식사 준비, 간단한 재무관리가 가능했던 분이 이러한 일에 서툴고 실수가 잦아지면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는 망설이지 말고 전문가의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것.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는 먹는 것, 자는 것을 비롯한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좋고, ‘늙으면 다 아프지’라는 오해 때문에 자신의 증상을 허투루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 병에 걸리기 전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무엇인지 정리하고 결정해 가족과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김 센터장은 “아무리 힘들어도 치료를 다 받고 힘든 과정을 견디는 분들도 계시다”며 “병에 걸리기 전 가족과 의료진에게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밝혀두는 것이 향후 치료를 결정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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