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 구매 전 이비인후과 전문의 검진 받아야
보청기 구매 전 이비인후과 전문의 검진 받아야
  • 이수연 기자
  • 승인 2020.05.22 14:19
  • 호수 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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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 구매‧사용 시 주의사항
‘청력 손실 원인’을 파악하고, 상태에 맞는 보청기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꼭 전문의의 진단을 받은 후 선택해야 한다.
‘청력 손실 원인’을 파악하고, 상태에 맞는 보청기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꼭 전문의의 진단을 받은 후 선택해야 한다.

난청으로 삶의 질 저하 시 보청기 착용…청력 상태, 원인 따라 처방 달라

착용 후 3개월 적응 기간 필요…음성증폭기는 청력 더 악화시킬 수도

[백세시대=이수연기자] 눈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안경을 쓰는 것처럼 청력이 떨어져 소리를 잘 듣지 못하게 될 때는 보청기를 착용할 수 있다. 여러가지 원인으로 난청이 생기면 삶의 질이 떨어지고, 우울증이나 치매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특히 한 번 떨어진 청력을 완벽하게 회복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난청을 보완하는 장치인 ‘보청기’를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보청기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예 안 들릴 때까지 참다가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듣는 것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할 때 개선하는 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보청기를 구입해서 착용하면 남아 있는 청력이 더 나빠질 수 있다. 보청기를 구매할 때는 자신의 청력 손실 정도와 상태를 정확히 파악한 후 구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게 맞는 보청기 선택과 착용 시 적응 방법 등을 알아본다. 

◇청력 손실 원인 제대로 검사해야 

난청의 원인은 귀의 가장 안쪽에서 청각을 담당하는 기관인 달팽이관과 청신경이 노화로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소리가 깨끗이 들리지 않고 작은 소리를 잘 듣지 못하다가 진행 과정에 따라 차츰 소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 

보청기 착용이 권고되는 청력손실 정도는 35dB(데시벨)이하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상태다. 정상 청력은 0~20 데시벨로 바람 소리와 새소리, 벽시계의 초침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경도 난청은 20~40 데시벨로 일상 대화 속에서 일부 말소리를 가끔 놓치기 시작하며,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단계이다. 40~55 데시벨은 중도 난청으로 자동차 소리나 세탁기 소리 등부터 들을 수 있다. 

경희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여승근 교수는 “보청기를 구매할 때는 반드시 환자의 청력 정도와 나이, 질환 유무, 외이도 상태, 일상생활에서의 불편감 정도를 고려한 후 정확한 검사를 받고 구매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청기를 구매하기 전 전문의에게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청력 손실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청기 전문점에서 진단을 받는 경우 청력 손실의 원인보다는 청력 손실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꼭 보청기 착용을 하지 않아도 될 때에도 보청기 착용이 권고될 수 있다. 

여 교수는 “청력 손실의 원인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단순한 중이염 등의 질환으로도 일시적인 청력 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며 “질환 때문에 발생되는 청력 손실은 치료를 통해 호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방음 부스가 마련되어 있는 청력검사실에서 청력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자신의 청력 손실 정도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보청기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 

◇적응 기간 고려해 꾸준히 사용해야

보청기를 구매한 후에는 일정 정도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여승근 교수는 “처음 보청기를 착용하는 분이라면 조용한 곳에서 시작해 점점 시끄러운 환경으로 옮겨가면서 착용하는 것이 좋다”며 “처음에는 무리하지 말고 짧은 시간 동안 착용했다가 점차 시간을 늘려가길 권장한다”고 말했다. 

보청기 소리에 완전히 적응하는 데는 석 달 정도의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본인의 말소리가 울리는 데 적응하기까지 2주 정도 걸리며, 주변 환경음에 적응하는 데는 한 달까지 시간이 걸린다. 말소리부터 환경음 강도를 서서히 올려서 적응하는 기간은 두 달 정도 걸리며, 소음 환경에서 말소리를 듣는 데까지는 석 달 정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여승근 교수는 “보청기 착용 후 일정 기간은 소리가 부드럽게 잘 들리지 않는데, 이는 뇌가 보청기 소리를 인지하는 데 약 6주 정도 소요되기 때문”이라며 “적응 단계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착용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보청기는 일상생활을 할 때 착용하고 있다가 씻거나 잠을 잘 때는 빼두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방수 기능이 있는 보청기들도 많이 출시되었지만, 기계에 물이 들어가면 성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샤워할 때는 빼놓는 것이 좋다. 

◇음성증폭기는 의료기기 아냐

보청기 대신 음성증폭기를 구매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되는데 음성증폭기는 보청기의 여러 기능을 간소화하고 주로 소리만 키워주는 장치를 말한다. 

최근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문일준 교수팀이 국내 난청 환자 56명을 대상으로 음성증폭기와 보청기의 임상적 효과 차이를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난청 환자를 경도‧중등도‧중등 고도로 나누고 음성증폭기와 보청기를 번갈아 착용시킨 후 결과를 관찰했다. 문 교수팀은 경도 난청이나 중등도 난청 수준까지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능력 면에서 음성증폭기와 보청기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문 교수는 “음성증폭기가 보청기를 대체할 수 있다고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 진료를 통한 적절한 치료가 병행돼야 난청이 개선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필수라는 것이다. 

보통 보청기를 구매할 때는 검사를 통해 잘 들리지 않는 음역을 체크한 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기기를 사게 된다. 그러나 음성증폭기는 모든 소리를 일괄적으로 키워주기 때문에 자칫 청력이 더 나빠질 위험이 있다.

개인이 직접 구입해 사용하는 음성증폭기의 경우 적절한 관리가 어려워 난청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고, 난청 정도가 심한 경우 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가격이 비싼 보청기 대신 소리증폭기를 선택할 경우 고려해야 할 점이다.

이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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