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北, 대북전단 구실로 남북 간 통신 차단… 대화 끊고 옛날로 돌아가는 일 없어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北, 대북전단 구실로 남북 간 통신 차단… 대화 끊고 옛날로 돌아가는 일 없어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0.06.12 13:45
  • 호수 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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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남북 간 통신을 차단하자, 통일부가 대북전단을 살포해온 탈북민 단체 2곳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단체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

북한은 지난 6월 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북남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 오던 북남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통신연락선, 북남통신시험연락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 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청와대와의 핫라인, 군 통신선까지 포함된다는 것인데, 이쯤이면 사실상 남북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겠다는 의도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북한의 이날 조처는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은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담화의 연장선 위에 있다. 김여정은 탈북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맹비난하며 “(남조선 당국은)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또한 10일 노동신문에 소개된 군중집회 사진에선 “민족 반역자이며 인간쓰레기인 탈북자들을 찢어 죽이자”는 살벌한 구호까지 등장한다.

문제는 연락채널 단절이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의 첫 단계일 뿐이라는 점이다. 북한이 추진 중이라는 사업계획에는 이미 공언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연락사무소와 남북 군사합의서는 문재인 정부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으로 만들어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주요 성과물이다. 이를 폐쇄·폐기하겠다는 것은 지난 2년 반의 남북관계를 없던 일로 하겠다는 뜻이 된다.

이에 통일부는 10일 “대북전단 및 페트병 살포 활동을 통해 교류협력법의 반출 승인 규정을 위반하고 남북 간 긴장을 조성 및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안전에 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등 공익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탈북민 단체 2곳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작업에 들어갔다.

통일부 조치는 대북전단으로 적신호가 켜진 남북관계 회복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북한 비방과 남측 체제 선전 등을 담은 대북전단 가운데, 북한은 최고지도자에 대한 인신공격에 특히 민감했다. 

실제로 5월 31일 살포된 풍선에는 ‘위선자 김정은’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이 단체가 과거 살포한 전단에는 김정남 암살을 두고 김정은을 ‘인간 백정’으로 불렀고, 지난 5일 살포하려던 전단에는 ‘핵미치광이 김정은’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까지 제재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전단 살포의 실효성과 후유증을 두고 논쟁을 벌일 수는 있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겠다는 충정에서 이를 추진해 온 탈북자들을 모두 매도하는 건 민주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행태”라는 비난도 나왔다. 대북 전단을 구실로 탈북자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북한이 격렬한 반응을 보인 데는 한국에 대해 쌓인 불신과 불만, 북한의 어려운 국내외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9·19 평양선언, 9·19 군사합의를 한국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북전단 규제 입법만으로 최근 상황이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남북은 서로에게 대적사업의 대상이 아니다. 더디더라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전단 살포를 고집하는 단체를 먼저 설득하고 그래도 안 될 경우 관련법이나 새 법규로 통제하는 것이 순리다. 북한이 발끈한다고 허둥지둥 단속에 나서는 모양새도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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