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엔 출산이 ‘문제’…저출산은 생존전략”
“젊은 세대엔 출산이 ‘문제’…저출산은 생존전략”
  • 조종도 기자
  • 승인 2020.06.12 13:53
  • 호수 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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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대응 위한 인문·사회 포럼’ 1차 토론회 열려
박경숙 서울대 교수가 ‘한국사회의 인구변천과 근대성에 대한 성찰’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경숙 서울대 교수가 ‘한국사회의 인구변천과 근대성에 대한 성찰’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상황에 이른 저출산의 근본적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정책 대응을 고민하기 위해 인문·사회학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출범한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위한 인문·사회 포럼'이 6월 9일 오후 서울 용산역 드래곤시티 그랜드볼룸에서 첫 번째 토론회를 개최했다.

‘인구에 대한 사회문명사적 관점, 미래 사회의 삶의 양식’을 주제로 한 이날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박경숙 서울대 교수(사회학과)는 ‘한국사회의 인구 변천과 근대성에 대한 성찰’에 대해 발표했다. 

박경숙 교수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개발을 통한 (사회적) 지위 이동의 기회와 희망이 살아 있었으나 90년대 세계화와 외환위기를 거치며 이동의 기회가 보장받을 수 없게 되었다”면서 “이에 따라 계층갈등이 심화되고, 젠더 갈등(성차별 등 남녀 갈등)이 커지면서 청년들의 삶은 직격탄을 맞았고 이에 따라 저출산 현상이 빚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저출산은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요인에 의해 일어났기 때문에 아무리 충격적인 대책을 내놔도 해결되기란 쉽지 않다”면서 “젊은 세대에서 다양한 삶의 보금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김기봉 경기대 교수(사학과)는 “국가는 저출산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접근하지만, 출산을 담당해야 할 주체인 젊은 세대는 오히려 출산이 삶의 문제를 야기하는 것으로 인식한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저출산은 젊은 세대에게 생존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저출산을 위기로만 볼 게 아니라 오히려 기회로 봐야 한다. 이제는 과거로부터 배우려고 할 게 아니라 미래로부터 오는 신호에 민감해야 한다. ‘과연 적정인구가 얼마인가’ 모의실험(시뮬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KAIST 이원재 교수는 새로운 미래사회 키워드로 ‘4차 혁명, 인공지능(AI), 초연결·탈연결, 유연화, 개인화’를 꼽았다. 이원재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복잡하고 거대한 글로벌 기술 변화 앞에, 오히려 인간은 사회를 떠나 개별적이고 사적인 진지(陣地)를 구축하는 중”이라며 “미래사회 대응을 위해서는 새롭게 부상하는 삶의 방식 및 교육·노동·복지·경제를 아우르는 재구조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오프라인 참석을 최소화한 채 온라인 방송 등(colloquium2020info.com)을 통해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졌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영상 개회사에서 “이번 논의 결과를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반영해 우리 사회와 인식에 대한 깊은 통찰이 저출산 대책을 수립하는 데 기본 바탕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종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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