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질환 없는데도 전신이 아플 땐 섬유근육통 의심
별 질환 없는데도 전신이 아플 땐 섬유근육통 의심
  • 이수연 기자
  • 승인 2020.06.12 14:56
  • 호수 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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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이 얼얼하고 뻣뻣한 느낌…수면 중 자주 깨고 피로 풀리지 않아

약물로 통증과 수면 조절…스트레스 관리, 인지행동 치료 등으로 극복

[백세시대=이수연기자] 서울 광진구에 사는 정 모 어르신(77)은 1년 전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전신 통증에 시달렸다. 노화 탓으로 돌리기엔 너무 아프고 괴로운 통증이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면서 피로감이 가중됐다. 건강검진에서도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여러 병원을 통해 다양한 검사를 받아봤지만, 통증이 느껴지는 지점에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괴로워하던 중 지인의 추천으로 류마티스내과를 찾았다가 섬유근육통 진단을 받았다. 

섬유근육통은 신경계가 통증에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전신에 걸친 만성 통증과 여러 부위에 걸쳐 누르면 아픈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전체 인구의 2~8%에서 발견되고 남성보다 여성 환자가 더 많은 것으로 보고된다. 비교적 흔한 질환임에도 진단에 이르는 데 오래 걸리고, 전체 환자의 25%만 진단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해림 건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특별한 이유 없이 3개월 이상 전신 통증이 이어지고, 생활이 힘들 정도로 피곤하며, 아침에 깰 때 상쾌한 느낌이 없거나, 집중력에 반복적으로 문제가 생긴다면 섬유근육통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한 병 없는데 뻣뻣하고 불편한 통증 계속

섬유근육통은 인체 어느 한 부위에서 시작했다가 전신으로 퍼지는 통증이 주된 증상이다. 주로 허리나 목, 어깨 등이 아프기 시작하는데, 얼얼하거나 몸이 뻣뻣한 것처럼 느껴지는 환자도 있고, 뼈 깊숙한 곳이 은근하게 아프다는 환자도 있다. 

환자마다 통증의 양상이 다양하다. 가벼운 운동을 하면서 통증을 느끼기도 하고,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몸의 근육과 관절이 뻣뻣해졌다가 낮이 되면 호전되는 경우도 있다. 또 기온이 변하거나 습도가 달라질 때 통증이 생기기도 하고, 심한 경우 종일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로 두드러진 특징은 피로감이다. 자주 피로를 느끼고, 자고 일어나도 계속 피곤함을 호소하고, 수면 중 자주 깨게 된다. 이러한 증상으로 인해 기억력이 흐릿해지고, 두통, 불안, 우울감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김호연 교수는 “관절이 붓고 누를 때 통증이 있으며, 움직일 때마다 불편함을 느낀다면 관절염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만, 전신 중 어디가 아픈지 정확히 가려낼 수 없이 아프다면 섬유근육통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체 증상과 통증 부위로 진단

섬유근육통은 조직검사를 통해 관찰해도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는 근육이나 인대, 힘줄을 검사해보면 객관적인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 

섬유근육통 진단을 위해서는 먼저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루푸스, 쇼그렌 증후군, 골관절염 등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과 구분해야 한다. 따라서 혈액검사뿐만 아니라 특수면역검사, X선 촬영 등의 검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류머티스학회 지침에 따른 ‘섬유근육통 진단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검사를 받을 때 환자가 압통점이 표시된 종이에 지난 한 주간 통증이 있었던 부위를 표시한다. 종이에는 턱관절, 가슴, 어깨, 배 등 총 19곳의 압통점이 명시돼 있다. 

또 피곤함과 피로 정도, 아침에 깰 때 기분 및 신체증상 정도를 점수화해 진단기준으로 삼는다. 이때 각 항목 점수가 일정 기준 이상이어야 하며, 증상이 비슷한 수준에서 최소 3개월 정도는 있어야 하고, 환자의 통증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질환이 없어야 한다. 

◇약물‧운동‧인지행동 치료로 개선하고 스트레스 줄여야

섬유근육통 치료는 수면 및 통증 등에 대한 약물 치료를 시행한다. 약물 치료의 첫 단계는 주로 항우울제로 개발된 약제들인 아미트립틸린, 노르트립틸린, 독세핀 등인데, 처방받은 약물을 잠들기 1~2시간 전에 복용한다. 

저용량으로 시작해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양을 늘리면서 입 마름이나 변비,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을 살펴야 한다. 또 비슷한 항우울제인 플루옥세틴이나 파록세틴 등이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소염제와 진통제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어 경과를 지켜보면서 사용해야 한다. 

김해림 교수는 “섬유근육통 치료는 통증 조절이 필수적이고, 일상적인 활동을 위해 수면 조절도 중요하다”며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일상생활이나 대인 관계에 문제가 된다면 꾸준히 정신과적 상담과 약물 치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약물로 통증이 어느 정도 완화되면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섬유근육통 환자들은 움직일 때 통증을 더 많이 느끼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런 경우 근력이 떨어지고 점차 약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일상생활 속의 사건이나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함께 논의해서 풀어나가는 것이 좋다. 또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섬유근육통의 증상에 대한 교육을 받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법을 연습하는 것도 통증 조절에 도움이 된다. 

섬유근육통은 불구나 기형을 초래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치료 방법을 통해 통증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고,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좋다.

이수연 기자 sy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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