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인천공항공사 ‘보안요원 정규직 전환’ 논란… 청년들의 비판에 귀 기울여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인천공항공사 ‘보안요원 정규직 전환’ 논란… 청년들의 비판에 귀 기울여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0.06.26 13:25
  • 호수 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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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공기업 취업준비생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이들은 공사의 이번 결정을 자신들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6월 21일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97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공항소방대와 야생동물통제, 여객보안검색 등 생명·안전분야는 직접 고용하고, 나머지 공항운영·보안경비 등 7642명은 자회사 소속으로 정규직 전환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이번 논란은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청원경찰로 직접 고용하는 것으로 인해 불거졌다. 애초 보안검색 요원들을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가 지난달 청와대 회의 이후 직고용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국내 다른 14개 공항에서는 보안검색요원을 특수경비원 신분으로 자회사에 고용한 것과 대비된다. 정규직 전환 성과를 내기 위해 청와대에서 무리하게 이를 추진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 주십시오’라는 청원에 동참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등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성토하는 중이다.

인천공항의 기존 정규직 직원도 ‘과도한 무임승차’라며 이번 결정에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경쟁을 뚫고 들어온 직원들과 형평성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또한 이미 자회사 소속으로 정규직 전환이 된 이들은 “우리도 끝까지 버틸 걸 후회 된다”고 말한다.

이에 인천공항공사 노조는 “이번 결정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며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일방적 전환에 대해 헌법소원 제기 등 총력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 중인 취업준비생들도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취업 사이트에는 “이건 평등이 아니라 역차별”, “몇 년 취업 준비한 사람만 바보가 됐다”, “요행이 노력을 이기는 사회”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인천공항공사는 취업준비생이 일하고 싶은 공기업 순위에서 3년 연속 1위에 오를 만큼 인기가 높다. 현재 공사 정규직은 1400명이다. 취업준비생은 추가로 1만 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신규 채용문이 좁아질까 우려하고 있다. 

올해 32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공사 측 경영실적 또한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공사는 올해 17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천공항 이용객이 90% 넘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 마당에 인건비 부담은 한층 무거워질 게 틀림없다.

하지만 보안검색요원의 정규직화와 관련, 평균 연봉이 5000만원대로 오른다느니, 아르바이트로 들어와서 정규직이 된다느니 하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이다. 현재 자회사 보안검색요원의 평균 임금 수준은 연봉 3850만원선이다. 비판을 하더라도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비판해야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청년 취업준비생들의 박탈감이나 반발 등에 대한 관리에 소홀했다는 비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토익 만점에 가까운 990점을 맞아도 서류전형에 간신히 통과하는 공기업의 취업 현실을 감안한다면, 비록 일반 사무직과 직군이 다르더라도 좀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과 정규직 전환 필요성은 다들 공감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이해 당사자들의 불만이 예상된 일이었다. 

이번 결정이 청년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공정의 가치를 훼손하지는 않았는지 살펴봐야 하며 공정한 룰과 원칙도 없이 획일적이고 무리하게 정규직 전환을 밀어붙여선 곤란하다. 요행이 노력을 이기는 사회는 공정한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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