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 시인 첫 디카시집 ‘인생’ 출간
이기영 시인 첫 디카시집 ‘인생’ 출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6.26 14:48
  • 호수 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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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부터 써온 수백편 중 엄선한 53편 실려

‘앞서거니 계절 먼저 오고 / 뒤서거니 세월 따라 오고 // 열심히 달려온 길 아득하다 / 꽃길 곧 끝나 가는데.’

양쪽으로 화사한 꽃이 핀 시골 도로에 두 노신사가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진 옆에 이러한 시구(詩句)가 덧붙여 있다. 사진만 보면 평범한 목가적인 풍경이지만 사람의 삶에 대한 통찰을 닮은 시구와 함께 ‘인생’이라 제목이 더해져 더욱 진하고 깊은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이는 디카시만이 가진 매력이기도 하다. 

2016년부터 본지의 ‘디카시 산책’ 통해 디카시의 매력을 소개해 온 이기영 시인이 첫 디카시집을 출간했다. 이기영 시인의 ‘인생’(도서출판 디카시)은 시인이 6년 간 써온 수백 편의 디카시 작품 중에서 53편만을 엄선해 출간한 첫 디카시집이다. 직접 찍은 사진에 5행 이내의 짧은 시적문장으로 표현한 작품들은 순간 포착, 순간 언술, 순간 소통이라는 디카시의 특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들로 빼곡하다. 

이기영 시인은 2013년 ‘열린시학’으로 등단한 뒤 한창 유행하던 DSLR 카메라를 장만해 매일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녔다. 움직이는 것들이든 정적인 풍경이든 미처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경이로운 순간을 포착하게 되는 순간이 많았다. 이 시인은 찍은 사진을 정리하면서 그 순간이 아니면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장면을 보고 이 세상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감탄하면서 그 느낌을 기존의 시로는 온전히 담을 수 없음에 답답함을 느꼈다. 

그때 시인은 디카시를 접했다. 사진 한 장과 몇 줄의 시적인 문장으로 완벽하게 그 느낌과 전달 메시지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됐고 디카시에 몰두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디카시의 소재가 됐고, 평범한 일상이 예술이 됐다. 이 시인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바뀐 시점이기도 했다. 

시인은 첫 디카시집을 준비하면서 대표작 ‘인생’을 표제작으로 삼았다. 이 디카시집에 수록된 디카시는 사계절과 함께 이 시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표현돼 한 사람의 인생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기영 시인은 “풀잎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한 점도, 이른 아침 이슬이 만들어 놓은 세상도, 거미줄 하나도, 일렁이는 물속의 음영조차도 다 이 순간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기적”이라면서 “이 모든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디카시로 썼고 사소한 것들이 이제 사소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도서출판 디카시는 디카시의 정체성 확립과 세계화를 위해 김왕노 시인의 ‘게릴라’, 송찬호 시인의 ‘겨울 나그네’, 이상옥 시인의 ‘장산숲’, 김종회 시인의 ‘어떤 실루엣’ 등 디카시선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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