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마누라 덕에 부자 된 정치인들
[백세시대 / 세상읽기] 마누라 덕에 부자 된 정치인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7.03 14:31
  • 호수 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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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려면 마누라 잘 만나야 한다’는 속된 말이 있다. 이 말이 가장 실감나는 이가 윤상현(58) 무소속 의원이다. 

최근 한 언론사가 국회의원의 재산 증식에 관한 특집기사를 냈다. ‘국회의원 오래하면 돈 번다’는 제목 하에 100여명의 여야 의원들의 눈부신(?) 축재 과정을 파헤쳤다. 가장 재산이 많이 불어난 정치인은 18~20대 의원을 지낸 김세연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다. 그는 18대 국회 첫해인 2008년 512억6000만원을 신고했다. 올해는 이보다 340억7000만원이 많은 853억3000만원을 신고했다. 동일고무벨트 대주주인 김 전 의원은 보유주식 평가액이 늘어났고 부산·경남지역에 가진 토지가치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2위가 윤상현 의원이다. 그는 2008년 64억6000만원에서 올해는 165억9000만원으로 101억3000만원이 증가했다. 부모 재산(38억4000만원)이 올해 제외됐음에도 증가액이 100억원이 넘는 이유는 그가 2010년 롯데가의 사위가 됐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1962년 충남 청양 출신으로 부친은 공군 중령 예편 후 중소 전자업체인 대영전자를 다녔다. 윤 의원은 서울 영등포고 시절 받았던 과외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딸 전효선씨를 만났다. 당시 연희동의 전 대통령 집에서 하던 과외는 군 장성·고위관료·법조계 교수·사업가들의 자녀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윤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조지타운 대학원에 들어갔다. 윤상현·전효선 두 사람은 1985년 6월 16일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집안도 덩달아 번창했다. 부친은 전격적으로 한국투자신탁 부사장으로 영전됐고 8개월 만에 사장에 올랐다. 공군 출신이 부사장, 사장으로 발탁된 것은 대통령의 사돈 관계가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 

윤 의원은 1998년 서울대 초빙교수로 혼자 귀국했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의 인연으로 정치권에 입문, 2004년 17대 총선에 인천 남구을에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듬해 이혼해 가정도 파탄 났다.  

윤 의원은 18대 총선에 재도전, 대망의 금배지를 달았다. 새누리당 대변인으로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남북정상회담을 비판하면서 주가가 올랐다. 정치적 성공과 더불어 개인적 행운도 뒤따랐다. 2010년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장녀 신경아 대선그룹 상무와 재혼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조카사위가 된 것이다. 최고 권력자의 사위에서 재벌가의 사위로 변신이다. 이번에 급격히 불어난 재산은 바로 부인 재산(124억원)몫이다.  

처덕을 톡톡히 본 국회의원 중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을 빼놓을 수 없다. 국회 입성 첫해인 2004년 재산은 서울 대치동, 서울 서빙고동 아파트 두 채(합계 12억8000만원)와 예금 4억2000만원 등 21억8000만원이었다. 당시에도 적은 돈은 아니지만 올해는 80억60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모두 부동산 투자에 능한 부인을 둔 덕이다.

소아과 의사인 진 장관 부인은 5억6000만원이던 대치동 동부센트럴아파트를  매도해 22억20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 2014년에는 서울 용산구 땅 109㎡를 10억2000만원에 사들였다. 당시 이 땅의 공시가격(20억원)의 반값에 불과했다. 그런데 불과 2년 뒤 용산4구역 정비계획 변경안이 통과돼 대박이 났다. 해당 토지는 아파트와 상가 분양권으로 전환돼 가치가 26억6000만원에 달한다. ‘딱지 투자’로 16억원 넘는 차익을 남긴 것이다. 문제는 이 땅이 진 장관의 의원 시절 지역구에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서민의 재산은 나이 들수록 자녀의 출가, 퇴직 등으로 쪼그라들기 마련이다. 마누라를 잘 둔 덕에 재산이 ‘곱빼기’가 된 것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그들만의 리그’가 이 시간에도 진행된다는 사실이 개탄스럽기만 하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기회가 균등하지 못하고 과정이 공정하지 않고 사람들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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