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왜 나이 들면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가?
[백세시대 / 금요칼럼] 왜 나이 들면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가?
  •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0.07.03 14:47
  • 호수 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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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돌아가는 원반 위의 어떤 점이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빨라지듯

인생도 나이들수록 시간 빨라져

흐르는 시간 의미있게 보내려면

체계적 생애설계 후 실천해야

시간은, 사건 순서대로 의식하거나 사건의 지속 시간을 비교하거나 사건들 사이의 간격이나 물체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중요한 측정 단위가 된다. 그래서 시간을 의식하지 않고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은 우리 삶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생각해야 할 요소가 되고 있다.

중년기를 넘어서면 시간 개념은 인생에서 남은 시간 즉 여생(餘生)이 얼마나 되는지를 생각하는 식으로 바뀌게 되고, 점점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40대는 시속 40㎞, 50대는 시속 50㎞, 60대는 시속 60㎞로 시간이 지나간다는 말을 흔히 듣기도 하고 실제로 그렇게 느낀다. 우리에게 물리적으로 주어진 시간은 하루 24시간, 1년 365일로 나이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같다. 그런데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으로 느껴지는가?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그의 인생론에서 나이와 시간의 속도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나이에 따른 시간의 속도는 굴러 떨어지는 무거운 공과 같이 가속도가 붙는 것과 같고, 돌아가는 원반 위에 어떤 점이 중심에서 멀어지면 속도가 빨라지는 것과도 같다고 한다. 

이같이 사람들은 누구나 인생의 출발점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시간의 흐름은 더욱 빠르게 느낀다. 다시 말하면 시간의 속도는 1년의 길이를 나이로 나눈 값에 반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1년의 길이를 살아온 나이와 비교해 보면 나이가 많아질수록 더욱 짧아지므로 빠르게 지나가는 것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50세 중년에게는 5세 어린이보다 1년의 길이는 10배나 짧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중년을 지나면서 지나온 시간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하루, 한 달, 일 년의 시간은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에 비해 훨씬 짧게 인식되고 세월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으로 인식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24시간 중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실제로 훨씬 짧다. 통계청에서 2014년에 실시한 생활시간 조사(통계청, 2015)에서 하루 중 필수 생활시간(수면, 식사 등 개인 유지 시간)은 평균 12시간, 소득을 위한 노동, 가사노동, 학습 등을 위한 시간은 평균 5시간 정도였다. 그렇다면 자신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평균 7시간 정도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필수시간을 제외하고 모두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그 시간은 평균 12시간 정도이다. 하루 중 평균 7~12시간을 어떻게 잘 사용하느냐는 모든 사람의 중요한 관심사라 할 수 있고, 특히 중년기를 지나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에게 더욱 중요한 관심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많아야 하루의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여생의 시간은 더욱 짧게 느껴질 수 있다.

일생이 100세까지 연장된다고 해도 무한한 시간에 비하면 일생의 시간은 너무나 짧다. 인생의 짧은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느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옛날 중국(남송)의 시인이며 학자인 주희(朱熹)는 “소년은 쉬 늙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한 치의 시간도 가벼이 말라. 지당(연못)의 풀잎이 봄 꿈을 깨기도 전에 뜰 앞의 오동나무는 벌써 가을 소리를 내는 구나(少年易老學難成 一寸光陰不可輕 未覺池塘春草夢 階前梧葉已秋聲)”라는 시로 표현하였다. 시간은 화살처럼 날아간다(Time flies like an arrow)라는 서양 속담도 있다.  

시간은 흘러가는 시간(chronos)과 의미 있는 시간(kairos)으로 구분될 수 있다. 이 구분은 고대 그리스 사람들의 개념으로 크로노스는 자연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으로 달력이나 시계로 잴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반면에 카이로스는 특정한 시간이나 의미 있는 시간을 말한다. 흘러가는 시간인 크로노스가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가질 때 카이로스가 된다. 즉 카이로스는 사람이 목적을 가지고 크로노스에 주관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은 점점 가속도가 붙는 크로노스의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여 카이로스의 시간이 되게 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흘러가는 남은 인생의 시간인 크로노스의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법은 생애를 체계적으로 계획하여 실천하는 것(생애설계)이라 할 수 있다. 생애설계는 단순한 상식적 계획이 아니고, 생활의 다양한 영역(직업, 학습‧자기개발, 건강, 가족‧사회적 관계, 주거, 사회참여‧봉사, 여가‧영적활동, 재무‧생활자금 등)에 대해 삶의 가치를 부여하고 목표를 설정한 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간관리 계획을 수립하여 실천하는 체계적인 계획과 실천 행동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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