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기고] “조금만 더 참고 참아, 코로나19를 이겨냅시다”
[백세시대 / 기고] “조금만 더 참고 참아, 코로나19를 이겨냅시다”
  • 최승민 대한노인회 춘천시지회장
  • 승인 2020.07.10 13:48
  • 호수 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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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에 나오는 ‘인지위상(忍之爲上)의 정신’ 실천

마을의 어르신으로서 계속 모범을 보여주시기를

최승민 대한노인회 춘천시지회장
최승민 대한노인회 춘천시지회장

어떤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참고 견디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옛말은 입버릇처럼 쉽게 하지만 막상 일이 닥치면 실행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코로나19의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2월 22일, 별 두려움과 걱정 없이 며칠만 지나면 종식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관내 348개소 경로당은 일제히 문을 닫고 일자리 사업도 중단을 시행했다. 그러나 역병은 창궐해 춘천시만도 1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6월 29일 현재 전국으로는 1만2757명의 확진자와 사망자도 282명에 이르지만, 날이 갈수록 진정 기미보다는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더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미 4개월 이상 긴 시간 동안 출입문이 잠긴 경로당은 을씨년스런 공가 그 자체이며 굳게 잠긴 자물통은 뻘겋게 녹이 쓸고 출입금지를 알리는 빛바랜 표지문은 주인을 기다리듯 손짓을 하고 있다. 

명실공히 어르신들의 쉼터인 경로당을 가지 못하는 분들은 생활 리듬이 깨져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고, 방콕 신세로 답답하고 고단한 일상으로 두통과 소화불량 등의 질병을 얻어 병원을 찾는 어르신들이 늘어났다. 춘천시의 경우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5020여명 가운데 6월 29일 현재 이미 4%인 200여 명이 중도에 일을 포기했는가 하면 이미 영월군에서는 어르신 1명이 신세를 비관해 자살하는 등 긴 기간의 경로당 폐쇄가 사회문제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어르신들은 현명하게 참고 견디는 인내심과 역병에 대처하는 지혜로, 그리고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함으로써 춘천시 관내 경로당 회원 1만3300여명 가운데 단 1명도 감염되지 않은 기록을 만들어가고 있다.

다시 한 번 경로당회원 어르신 여러분께 경의와 감사를 드리고 싶다. 논어에 百行之本 忍之爲上(백행지본 인지위상)이란 말이 나온다. 온갖 행동의 근본에 참는 것이 으뜸이라는 뜻이다. 우리 어르신들은 역병 발생 후 이를 실천하고 있으며 이는 젊은이들과 어린이들에게도 수범이 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올여름은 무더위가 일찍 다가와 6월 중순부터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지속되지만 곁에 있는 경로당 에어컨을 놔두고 마을 정자나 나무 그늘 아니면 다리 밑에서 바람과 부채로 더위를 식히는 모습은 존경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측은한 마음을 떨칠 수 없다. 

춘천시 노인회 사무실로 매일 걸려오는 수십 통의 전화는 “경로당 문을 언제 여느냐?” “왜 못여느냐?” 때로는 “역병보다 더위 때문에 열사병으로 죽게 생겼다”고 역정을 내는 어르신도 많이 있다. 이럴 때면 회장을 비롯해 직원들은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조금만 더요”라는 한마디 답변 외에는 신통한 대답을 할 수 없다. 그러나 경로당 문은 곧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힘을 내시기 바라며 이렇게 당부 드린다.

“존경하는 어르신 여러분! 우리는 마을의 어른이며 또한 마을을 지키는 솟대와 같은 존재라는 자긍심을 잊지 말고 참고 또 참는 인지위상의 뜻을 거듭 되새기면서 조금만 더 참고 참아 코로나19를 이겨냅시다. 가장 힘든 시간만이 가장 가치 있는 순간입니다. 힘든 시간만이 미래를 기다릴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참고 참는 인내심을 다시 한번 어르신들이 보여줍시다.”  

‘非人不忍 不忍非人(비인불인 불인비인)’이라 했다. 사람이 아니면 참지 못하고 참지 못하면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공자의 제자 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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