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람미술관 ‘My Dear 피노키오’ 전, 거짓말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를 기리다
한가람미술관 ‘My Dear 피노키오’ 전, 거짓말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를 기리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7.17 14:34
  • 호수 7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8000만부 이상 팔리고, 영화·연극 등으로도 제작돼 꾸준히 사랑받는 피노키오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와 일러스트들이 소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8000만부 이상 팔리고, 영화·연극 등으로도 제작돼 꾸준히 사랑받는 피노키오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와 일러스트들이 소개된다.

1883년 공개돼 8000만부 팔린 베스트셀러… 영화‧연극으로도 제작

신문에 연재된 원작 삽화, 독창적으로 해석한 일러스트 등 170여점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이탈리아 작가 콜로디가 1883년 발표한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은 착한 목수 ‘제페토’ 할아버지가 나무를 깎아 만든 인형인 피노키오의 모험을 그린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설정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도 사용된다. ‘피노키오의 모험’은 수십개국의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80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로 현재까지도 영화, 애니매이션, 연극 등으로 제작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피노키오를 주제로 한 대규모 전시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10월 4일까지 진행되는 ‘My Dear 피노키오’ 전에서는 그동안 쉽게 접하지 못했던 ‘피노키오의 모험’ 관련 희귀 도서와 관련 소품들을 선보인다. 또 민경아, 알렉산드로 산나, 구이도 스카라보톨로, 루카 카이미 등 국내외 작가들이 창의적이고 독창적으로 해석한 피노키오 작품 173점도 전시된다.

‘피노키오의 모험’ 신문삽화 등 소개

전시장에 들어서면 맨 먼저 레오나르도 마티올리의 일러스트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피노키오만을 유일하게 실루엣으로 처리한 화면을 통해 기이하고 비밀스러운 느낌을 선사하며 관람객들을 신비의 공간으로 끌어들인다.

'마우리치오 콰렐로'의 일러스트
'마우리치오 콰렐로'의 일러스트

첫 번째 공간인 ‘서막: 피노키오의 모험’에서는 카를로 콜로디의 원작 ‘피노키오의 모험’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소개한다. ‘피노키오의 모험’은 신문 삽화를 통해 처음으로 소개됐다. 당시 이탈리아는 급격한 산업화와 더불어 통일로 인해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었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피노키오의 이야기는 15회를 끝으로 연재를 마감했는데 독자들의 항의로 연재를 재개했고 그 결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전시에서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제작된 신문과 함께 전시된 삽화들을 소개하며 ‘피노키오의 모험’이 가진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이어지는 ‘My Dear 피노키오 : 일러스트레이션 거장들의 오마주’에서는 피노키오를 자신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작가들의 삽화가 전시된다.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앤서니 브라운 등 유명 동화작가들의 삽화는 물론  영화와 애니메이션, 피노키오의 모험을 각색한 연극 영상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빅토리아 포미나와 알렉산드로 산나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포미나는 피노키오의 모험이 고대신화, 성경, 희극, 판타지, 멜로 등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동화라고 생각했다. 그는 또 등장인물들이 꿈처럼 고통없이 죽음을 맞이하고 다시 부활한다는 점에서 착안해 피노키오를 비현실적 세계를 유쾌하게 여행하는 인물로 묘사했다. 

알렉산드로 산나는 피노키오의 기원인 나무의 이미지로 피노키오의 여정을 그린다. 그는 원작에서 제페토 할아버지가 소리가 나는 나무를 조각해 피노키오를 탄생시킨 것과 달리 피노키오를 나뭇가지로 표현했다. 이를 통해 인간성을 강조하기보다 나뭇가지 피노키오가 설원 등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통해 자연 속 존재로 묘사한다.

안토니오 사우라의 일러스트
안토니오 사우라의 일러스트

마지막 섹션인 ‘환상과 재미 속으로 : 피노키오와 시각예술’은 작가 개인의 독창적인 세계관이 반영된 작품을 소개한다. 참여한 거의 모든 작가의 ‘작가 노트’를 작품 옆에 배치했는데 이를 통해 피노키오에 대한 작가의 해석과 개인적인 경험, 그리고 그것을 작품에 녹여낸 방식을 소개한다. 타 전시와 달리 관람객들이 보다 전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피노키오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 

대표적으로 “피노키오를 읽을 때 자신의 삶과 비교하면서 읽었다”고 밝힌 마르누엘라 아드레아니의 그림들은 인물을 향한 공감과 연민에서 나오는 온기를 보여준다. 또 루카 카이미는 바닷속 생물로 캐릭터들을 표현, 피노키오의 엉뚱함과 호기심을 인간이 손에 쥘 수 없는 물고기에 비유한다. 민경아는 하회탈과 명화 속 인물의 코를 길게 늘인 조형물로 피노키오를 패러디하면서 거짓말의 보편성을 드러낸다. 즉, 피노키오의 긴 코는 거짓말이 아닌 오히려 진실의 상징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유도한 것이다.

이와 함께 이번 전시에서는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도 곳곳에 마련했다. 소리를 듣고 이를 행동으로 표현하면서 창의력을 기르는 ‘에르베튈레의 사운드 워크숍: OH!’와 나만의 피노키오를 만들 수 있는 ‘My Dear 피오키오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