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경기 고양시덕양구지회 소속 고양아코누리봉사클럽 “88세 아코디언 열정, 휠체어 노인도 춤추게 한다”
대한노인회 경기 고양시덕양구지회 소속 고양아코누리봉사클럽 “88세 아코디언 열정, 휠체어 노인도 춤추게 한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7.17 14:48
  • 호수 7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노인회 경기 고양시덕양구지회 소속의 고양아코누리봉사클럽 회원들. 월별로 다르게 모자와 의상을 준비하는 등 프로의 경지에 오른 아코디언 악단이다.
대한노인회 경기 고양시덕양구지회 소속의 고양아코누리봉사클럽 회원들. 월별로 다르게 모자와 의상을 준비하는 등 프로의 경지에 오른 아코디언 악단이다.

월별로 모자와 의상 갖춰…최근 노래도 불러 

교수·공무원·은행장 출신 12명 거의 80세 이상

[백세시대=오현주기자] 노인 관련 행사장에 가면 자주 만나는 악단이 있다. 첫인상부터 범상치 않다. 연세가 지긋한 남녀 어르신들이 흰색 모자와 흰색 슈트로 한껏 멋을 내고 가슴에 번쩍이는 아코디언을 안고 있는 모습이 여느 악단과는 다른 포스가 느껴진다. 바로 대한노인회 경기 고양시덕양구지회(지회장 우일덕) 소속의 고양 아코누리봉사클럽(코치 공길남·86)이다. 

창단 15년째인 이 실버악단의 봉사활동 관록은 공연 횟수가 말해준다. 작년 말로 무려 800회에 달한다. 요즘은 정기적으로 매달 5회, 경로당, 병원, 종합복지관을 방문해 흥겨운 음악을 들려준다. 

공길남 코치는 “저희 같은 공연봉사단체가 드물었던 초창기에는 전국에서 공연 요청이 들어왔고 방송에도 여러 차례 출연했다”며 “월별로 다르게 모자와 유니폼을 준비해놓고 행사장 분위기에 맞춰 갈아 입는다”고 말했다.

이 클럽 회원 12명(남 6, 여 6)의 평균 나이는 81세로 60대 한 명을 제외하곤 모두 80대이다. 과거 사회 경력도 화려하다. 교수, 은행장, 고위공무원, 기업 이사, 학원장 등이다. 이 봉사클럽은 아코디언을 좋아하는 평범한 어르신들의 동아리 활동에서 출발했다. 

2006년, 경기도 일산 노인종합복지관의 아코디언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어느 날 비슷한 생각을 갖게 됐다. 취미생활에 그치지 말고 배우고 익힌 소리를 소외된 이웃이나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들려줘 삶의 용기와 희망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2012년부터 대한노인회 소속이 된 회원들은 봉사활동 초기, 일산의 한 요양원에서 있었던 일을 생생히 기억한다. 관객들은 대부분 휠체어에 탄 어르신들. 이날 1시간여 동안 ‘내 나이가 어때서’ ‘시계바늘’ ‘청춘을 돌려다오’ 등 트로트와 동요 등을 연주했다.  

젊은 시절 교회 성가대 피아노 반주를 했던 공길남 코치는 “처음엔 무표정하게 계시던 어르신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휠체어에서 일어나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손뼉을 쳤다”며 “난생 처음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는 100세 어르신의 말을 듣는 순간 봉사를 시작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일산의 강선마을 지하상가에 있는 연습장에서 하루 3시간씩, 한 달 5회 가량 호흡을 맞춘다.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환하게 웃는 노인들의 모습이 떠올라 연습을 게을리 할 수가 없다. 15kg나 되는 아코디언의 무게도 이들에겐 하모니카처럼 가볍게 느껴질 뿐이다. 최근에는 여성회원 (유원주)이 노래도 불러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졌다. 

교사 출신의 신현분 회원(83·일산 서구 주엽동)은 “몸이 힘든 날에도 우리를 기다리는 분들이 떠올라 떨치고 일어나 악기를 둘러메고 길을 나선다”며 “노년의 연주활동을 통해 건강도 유지돼 20대의 열정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 교수 출신의 이상길 회원(88·서울 도원동)은 “일산에서 서울로 이사를 온 이후에도 연습과 공연을 위해 먼 거리를 마다 않고 다닌다”며 “연주 수준을 말하자면 ‘복지관 수준’에 불과하지만 우리 연주를 듣고 크게 기뻐하고 열렬히 호응해주는 그분들을 보면 오히려 우리가 위로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클럽은 이 같은 봉사활동을 인정받아 지금까지 20여회의 각종 표창 및 상을 받았다. 지난해 대한노인회 노인자원봉사 성과보고 및 우수사례 발표회에서 보건복지부장관상(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우일덕 고양시덕양구지회장은 “우리 지회에는 자원봉사클럽이 22개가 있는데 고양아코누리봉사클럽이 가장 활성화된 클럽 중 하나”라며 “여든 넘은 어르신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봉사정신은 젊은이들 못지않게 뜨겁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