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키고 공사대금 안 주는’ 삼성중공업?…내부문건에도 “하도급법 위반 심각” 인지
‘일 시키고 공사대금 안 주는’ 삼성중공업?…내부문건에도 “하도급법 위반 심각” 인지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0.07.2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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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 “일 끝나면 공사비 주겠다더니 22억 중 3억만 공탁 걸고 ‘배 째라’식” 분통
삼성重 “업계특성상 ‘관행적’인 부분, 계약된 공사비는 지급완료…업체 일방적 주장”

임금체불‧사채 빚으로 ‘고꾸라지는’ 중소기업, “우리가 일회용품인가” 절규

[백세경제=최주연 기자] 삼성중공업이 업체에 일을 시키고 돈을 주지 않았다는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하청업체를 상대로 한 ‘선시공 후계약’이 논란이 되면서 이로 인해 중소업체는 추가로 발생된 공사비는커녕 구두로 약속된 기본 공사비조차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업계 특성상 관행적 프로세스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정작 내부문건에 따르면 “하도급법 위반 심각”, “엄청난 이슈로 비화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긴급회의를 소집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삼성중공업은 업계 특성상 관행적 프로세스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삼성중공업 내부문건에 따르면 “하도급법 위반 심각”, “엄청난 이슈로 비화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긴급회의를 소집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사진=제보자)
삼성중공업 내부문건에 따르면 “하도급법 위반 심각”, “엄청난 이슈로 비화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긴급회의를 소집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사진=제보자)

“우리를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 정도로 생각하지 않으면 이렇게 할 수가 없어요. 자기들은 전혀 손해 보지 않습니다. 급한 불은 일단 끄고서는 ‘배 째라’는 식입니다”

티에스에스지티(TSS-GT)의 김동주 대표는 삼성중공업에 공사하고 공사대금을 제때 받은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TSS-GT는 산업생산시설을 건설하는 중소기업으로 2019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삼성중공업의 케이블 포설작업, 관철작업, 배관공사 등을 맡았다. 김 대표에 따르면 총 30여건의 공사를 했고 지금까지 밀린 공사비는 총 22억이라고 했다.

“일단 공사부터 하라고 현장에 투입시킵니다. 구두로 기본 공사비가 오가고, 추가 공사비라도 나오면 추가 비용도 지급하겠다고 약속은 합니다. 다음에 좋은 프로젝트 있으면 그렇게라도 공사비를 보존해주겠다고 약속하고요”

김 대표에 따르면 사외 협력사는 원청으로부터 발주서가 나와야 공사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TSS-GT와 같은 사외 하청업체를 시공부터 하게했고, 최대 2~3달 후에 발주서를 업체에 전달했다. 하청업체가 견적서를 작성해서 보내더라도 삼성중공업이 원하는 금액에 초과되면 반려되기 다반사였다고 한다. 

“가격이 안 맞는다면서 수차례 반려하고. 공사 끝나고서 나중에는 기본 공사비마저 다운되기도 했고요. 직원들 인건비는 익월에 지급해야 하니 억지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고요”

김 대표는 지난 4월 29일 마지막 공사가 끝났지만 여전히 그가 산정한 공사대금을 못 받은 상태다.

“오죽했으면 제가 삼성 구매부장이나 담당 상무한테 ‘한 달 인건비 안 주면 일하실거냐’ 묻기까지 했습니다. 그때마다 ‘기다리라’고만 하더니 해결된 게 없습니다.”

김 대표는 사채까지 써서 현 상황을 버티고 있는 중이다. 그는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도 알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못 받은 금액이 총 22억원 정도인데 3억원 공탁 걸어놓고, 나머지는 법대로 하자는 식입니다.”

삼성重 “조속히 대금정산 해결노력 필요”…긴급회의 소집 정황 드러나

20일 TSS-GT가 공개한 삼성중공업 내부문건에는 하청업체의 ‘선시공 후계약’으로 인한 대금지급 지연이 심각한 하도급법 위반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긴급회의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삼성중공업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중공업 내부문건에는 “조속히 예산확보‧대금정산을 하지 않는다면, 엄청난 이슈로 비화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유관부서의 적극적인 해결노력이 필요함을 촉구하는 내용이 확인됐다.(사진=제보자)
삼성중공업 내부문건에는 “조속히 예산확보‧대금정산을 하지 않는다면, 엄청난 이슈로 비화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유관부서의 적극적인 해결노력이 필요함을 촉구하는 내용이 확인됐다.(사진=제보자)

또한 다른 문서에는 “TSS대표가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면서 “임금체불에 대한 이슈는 막고는 있으나 공사가 막바지로 가면서 더 이상 버티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내용이 확인됐다.

마지막으로 “조속히 예산확보‧대금정산을 하지 않는다면, 엄청난 이슈로 비화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유관부서의 적극적인 해결노력이 필요함을 촉구했다.

앞서 삼성중공업 측은 [백세시대]와의 인터뷰에서 업계 특성상 ‘관행적 프로세스’라면서 약속된 계약금액은 모두 지급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정이 다양하고 복잡한 조선업 특성상 발생해왔던 관행적 프로세스”였다면서 “특별한 건 아니고 대부분의 업체가 그렇게 해왔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공정위 조사 이후 과징금도 부과됐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이번 건은 예외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계약서 상 지급해야 할 금액(3억)은 모두 지급됐다”면서 “나머지 금액을 덜 받았다는 것은 업체의 일방적 주장이며, 이견이 크기 때문에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본지]가 20일 TSS-GT 측에 양사 간 협의 진행 내용을 문의한 결과 “현재 삼성중공업과 협의하고 있는 내용은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삼성중공업이 먼저 유명 로펌 회사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려했다”면서 “나머지 공사대금과 인건비를 받아내기 위해 소송을 준비 중이며, 피해 하청업체들을 모아 공정위 신고도 준비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4월 23일 삼성중공업의 하도급 대금 부당 결정과 계약서 지연 발급 등으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도급업체의 삼성중공업에 대한 갑질 신고 건수는 3만8000여건이었고 그 중 ‘선시공 후계약’에 따른 신고 건수는 3만7000여건으로 드러났다. 또 2900여건은 수정 추가 공사에서 하도급 대금이 업체의 제조 원가보다 낮게 결정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공정위는 “삼성중공업이 관행적인 불공정 행위를 저질러왔다”면서 과징금 부과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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