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옥 대한실버산업협회장
김한옥 대한실버산업협회장
  • 관리자
  • 승인 2006.08.2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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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산업 짊어진 부동산개발 마이더스

나산 스위트타운·청구 오딧세이 개발한 1세대 디벨로퍼
실버산업, 시장·일자리 창출 기대…각종 규제는 풀어야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노인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어두운 그림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급증하는 노령인구가 요양·간병 등 복지 서비스 확충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수요를 발생시켜 엄청난 규모의 공급시장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실버산업’이다. 일본의 경우 실버산업 시장규모가 2001년 39조엔에서 2025년 155조엔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55세 이상이 전체 금융자산의 77%를 보유, 민간소비의 30%를 차지해 핵심 구매계층으로 자리 잡았다.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실버산업이 뜨고 있다.


국내 실버산업의 견인차는 (주)도시미학 김한옥(57) 회장이 이끌고 있는 대한실버산업협회.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도시미학 사무실에서 본지 이태규 대표이사가 김한옥 회장을 만나 국내 실버산업의 주요 현안에 대한 대담을 나누었다.

 

김한옥 회장은 서울 양천구 목동 ‘나산 스위트타운’(1994년), 경기도 분당 ‘청구 오딧세이’ 오피스텔(1997년)·‘미켈란 쉐르빌’(2000년), 강남구 삼성동 ‘미켈란107’(2001년) 등을 개발, 분양해 대박을 터뜨린 건설업계의 마이더스(귀재).

 

대기업 아파트에 독자 브랜드가 생기고 고급화되는 등 건설시장의 판도가 바뀐 것도 김한옥 회장의 영향이다.

 

1975년 고려대를 졸업한 그는 한진건설에서 개발업무를 처음 시작했고, 굵직굵직한 대기업 건설사에서 현장경험을 쌓았다. IMF 직후인 1999년 건설시행사 ‘도시와 사람’을 설립했고, 2004년 5월에는 현재의 도시미학을 창업해 국내 부동산 개발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IMF 이후 대형 건설사들이 이전처럼 은행 돈을 빌려 개발사업을 하기 어렵게 되자 김 회장과 같은 디벨로퍼(개발자)들이 그 자리를 메우게 됐다. 김 회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1세대 디벨로퍼.

 

김한옥 회장이 실버산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부동산 개발사업을 통해서였다.

 

김 회장은 “주상복합 등 여러 가지 형태의 부동산 개발을 주도했지만 늘 새로운 수익사업이 필요했고,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급속히 늘어나는 노인인구에 눈을 뜨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일본의 경우 개인재산의 60%가 노인들 차지라는 연구결과가 심지에 불을 붙였다. 김한옥 회장이 ‘노인전용주택을 지어 분양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이후 김한옥 회장은 당시 경영하던 도시와 사람에 ‘실버산업부’를 따로 둘 정도로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5년 전의 일이었다. 결실은 오는 4월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분양되는 220세대 규모의 ‘시니어 레지던스.’

 

김한옥 회장은 “시니어 레지던스는 국내 최고급 실버타운으로 선보일 예정이며 관리와 운영도 최고 업체에 맡겨 말 그대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한옥 회장이 대한실버산업협회에 관여하게 된 것은 이보다 앞선 2003년말 이었다. 당시 노인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던 몇몇이 실버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자는 취지로 2003년 11월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에 협회사무소를 문 연데 이어 같은 해 12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한실버산업협회 창립총회를 열고 김한옥 회장을 초대회장으로 선출했다.

 

김한옥 회장은 자신이 협회 초대회장으로 선출된 이유에 대해 “불모지를 황금의 땅으로 탈바꿈시킨 디벨로퍼 경력을 회원들이 높이 산 것 같다”면서 “하지만 회원들 사이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협회 구성의 필요성이 제기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대한실버산업협회가 관계당국인 보건복지부에 사단법인 인가 신청을 낸 때는 2004년 3월 29일. 그러나 불과 석 달 만인 6월 22일 복지부로부터 정식 설립허가를 받았다. 당시 사단법인 신청부터 인가까지 2, 3년이 걸리던 관행을 고려하면 매우 빠른 결정이었다.

 

김한옥 회장은 “고령화 대책의 일환으로 실버산업 육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필요성이 이미 제기돼 있던 상태였다”며 “대한실버산업협회 설립인가와 함께 곧이어 재경부 등 11개 부처 및 실버산업 분야별 전문가를 위원으로 하는 ‘실버산업육성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이로서 실버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개선하고 세제지원에 나서는 한편 노인복지 용구 및 용품의 연구개발 지원, 이에 필요한 표준화 규격을 제정하는 등 ‘실버산업진흥법’ 제정에 대한 논의까지 이뤄지게 됐다.

 

김한옥 회장은 “정부가 실버산업에 관심을 갖기 전까지 용품은 산자부, 주택은 건설교통부, 복지는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분산돼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며 “청와대가 나서 보건복지부가 실버산업 전반을 주관하도록 조정하면서 그나마 질서가 잡히게 됐다”고 그간의 경과를 설명했다.

 

이어 “실버산업은 노인 및 노후준비 계층의 생활안정, 편의, 건강유지 등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시장원리에 따라 공급하는 산업”이라며 “가족부양 기능이 약화되는 반면 경제력 있는 노인소비자가 등장하고,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증가와 노인들의 생활욕구가 다양해지면서 그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주체로 나서고 있는 노인들을 위해 좋은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고, 또 다른 시장을 이룬다면 경제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김한옥 회장의 믿음이다. 이러한 믿음에 따라 평창동에서 분양하는 시니어 레지던스도 최고급으로 설계했다.

 

그는 “우리나라 실버산업은 아직 미약한 상황으로 시장규모에서 2002년 약 6조4,0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0년 31조원, 2020년에는 116조원으로 늘어나는 등 엄청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한옥 회장은 실버산업이 가져올 일자리 창출 등 순기능적 역할에 대해서도 매우 낙관적이다. “실버산업은 특성상 다품종소량생산, 맞춤형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많아 노동집약적인 중소기업에 유리해 대규모 신규취업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요지다.

 

정부도 실버산업이 활성화되면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2007년 17만명, 2010년 41만명, 2020년에는 66만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김한옥 회장은 “넘어야할 산이 많다”며 장밋빛 청사진만 펼치려는 경향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

 

그는 “고급 실버타운에 대해서도 과거 양로시설을 떠올리는 등 부정적 이미지가 아직까지 팽배해 있는 실정”이라면서 “실버산업 주체들이 질 높은 상품을 공급해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아기 기저귀는 부가세를 면제해 주면서 노인용 기저귀에 대해서는 부가세를 부과하거나 실버주택에 증여세·상속세 등 각종 세금을 매기는 등 불합리한 규제들이 아직도 많다”며 “이러한 규제가 실버산업의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한옥 회장은 이어 “산자부가 원주에 노인용품 전문 실리콘밸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업체들이 난립해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제품의 질적 수준을 확보하기 위해 관계당국이 업체를 심사평가하는 인증제를 복지부에 제의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실버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는 일본의 ‘실버서비스진흥회’와 교류하며 벤치마킹하고 있지만 일본제품의 수입에 대해서는 우려되기도 한다”면서 “특히 중소업체의 경우 경쟁이 불가피한만큼 아이디어와 제품의 질로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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