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대한노인회 전남 해남군지회장 “해남에 홀몸 여성 어르신 많아…그분들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김광호 대한노인회 전남 해남군지회장 “해남에 홀몸 여성 어르신 많아…그분들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7.31 14:00
  • 호수 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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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에서 이름 떨친 건축가… 해남·강진·고흥 공공건축물 설계

사비 들여 ‘효부상’ 제정… 효성 지극한 며느리 노인의 날에 시상

[백세시대=오현주기자] “2000여 채 될까.”

김광호(84) 대한노인회 전남 해남군지회장이 어림잡아 내놓은 대답이다. 김 지회장은 전남권에서 이름이 알려진 건축가이다. 해남·강진·장흥의 공공건축물 대부분을 설계했다. 지난 7월 24일, ‘그동안 지은 건물이 얼마나 되냐’고 묻자 잠시 생각하더니 위와 같은 놀라운 실적을 밝힌 것이다.

해남읍 중앙1로 위치한 지회에서 김 지회장을 만나 건축 이야기와 지회 운영,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김 지회장은 지난 2018년 4월에 재임했다.

-경로당은 문을 열었는지.

“다행히 지금까지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 예비 차원에서 집회는 못하지만 경로당 문은 열었다.”

-건축가로서 큰 활약을 한 것 같다.

“부친이 주조장·운수업·정미소 등을 운영해 부를 일궈 해남에서 둘째, 셋째(갑부)라는 말을 들었다. 어릴 적 고생 없이 자랐고 광주에서 건축을 공부해 자격증을 땄다. 자격증 소지자가 극히 드물었던 때라 공공건축물 설계 의뢰가 많았다. 현재 해남에 건축설계소가 제일 많다. 왜 그런 줄 아나. 제가 성공한 것을 보고 어르신들이 너도나도 자식들을 건축가로 키우려 했기 때문이다(웃음).”

김 지회장은 현재도 직원 2명을 두고 ‘김광호건축설계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대표적인 건물은 해남실내체육관, 해남 군의회동, 진도군청 등이다. 이들 건물들은 현대적 감각의 외관과 견고함을 유지해 군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김 지회장은 “실내체육관을 지을 때는 독일의 올림픽경기장을 벤치마킹하러 독일을 두 번이나 다녀오기도 했다”고 기억했다.

‘건축가’ 지회장의 닉네임에 걸맞게 해남군지회 청사도 심플하고 세련된 신축 건축물이다. 

-지회 회관을 새로 지은 것 같다.

“작년에 착공해 올해 4월 완공했다. 임기 중에 청사라도 지어놔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원래 있던 지회 건물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 지은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준공식을 못해 좀 아쉽다.”

연면적 346평의 2층 건물로 1층은 사무실과 식당, 2층은 노인대학 강당과 시니어클럽이 사용한다. 국고보조 없이 건축비 20억원 전액을 군청에서 지원해주었고 설계는 광주의 설계사무소에서 맡았다. 

-예산을 따내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해남군은 다른 데와 달리 예산도 많고 규모도 전남에서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군청서 정년을 마친 김완국 사무국장이 애를 많이 썼다. 저도 군의회 의장 출신이지만 사무국장이 (군청과는)더 잘 통한다. 뭔 일이 있으면 사무국장이 군청과 협의해 다 해결해주고 있다.”

김광호 해남군지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새로 지은 청사 앞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김 지회장 오른편이 김완국 사무국장.
김광호 해남군지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새로 지은 청사 앞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김 지회장 오른편이 김완국 사무국장.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아주 좋다. 경로당이 577개나 된다. 최근에 고가의 안마의자를 다 넣었다. 공기청정기, 정수기는 일찍이 보급했고. 비품도 읍·면사무소에 말만 하면 군에서 바로 교체해준다.”

인터뷰 자리에 배석한 김 국장은 “군청에서 고효율에너지사업이라고 노후된 냉장고, TV를 교체해주고, 경로당 화재를 대비한 ‘경로당 일산화탄소경보기사업’으로 대당 3만4000원짜리 경보기를 달아주었다”고 말했다.

-노인 일자리는 어떤가.

“올해 210명이다. 주로 노노케어, 게이트볼 강사, 정류장 쓰레기 수거와 부착물을 제거하는 버스정류장그린케어, 학교 청소 같은 일을 한다. 취업지원센터장이 많은 어르신들을 통발 작업에 취업 시켜 드리고 있다.” 

올해 재능나눔활동에는 130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치매 및 노인학대예방 상담활동을 한다. 김 지회장은 “도 단위의 노인학대예방 관련단체에 요청하면 강사가 나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해주며 이 과정을 이수한 어르신들이 경로당에서 상담활동을 벌이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경로당 급식은.

“코로나 이전엔 경로당 한 곳 당 3~4명의 급식도우미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식사 준비를 해준다. 분회에서 무료식사가 되며 일주일에 한 번씩 강의가 있는 노인대학(70명)도 그날 점심을 대접한다. 그때는 새마을부녀회가 밥도 지어오고 배식봉사도 해준다.”

-군청에서 노인회에 협조적인가 보다.

“군수께서 어르신들을 자기 부모 이상으로 생각하시고 지원도 잘 해주셔서 특별한 어려움 없이 읍면 분회가 잘 운영되고 있다.”

해남군민은 7만여명, 노인인구는 2만2000여명이다. 해남군지회는 14개 읍·면 분회, 577개 경로당을 두었다. 대한노인회 회원은 1만7900여명이다. 김광호 지회장은 조선대를 나와 해남청소년회의소 회장, 전남건축사회 회장, 초대 해남군의회 의장, 해남군 번영회 회장을 지냈다. 김봉호 전 국회부의장이 친형이다. 

-해남군의회 초대의장을 지냈다.

“당시는 보수 없이 내 돈 쓰면서 일을 하던 때였다. 주민의 청원이나 진정을 접수해 군의 확인을 거쳐 답변을 해주는 일서부터 예산, 결산심의까지 일을 참 많이 했다. 의회가 생기기 전에는 번영회가 그 일을 대신 했는데 번영회장으로서 군 발전을 위해 봉사 많이 했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제 경우는 경로당 회장, 분회장 등 노인회 직책을 맡아본 적이 없다. 노인회에서 차기 지회장을 천거하던 중 다양한 경력을 가진 제가 거론된 모양이다.”

-지회장으로서 가장 보람 느끼는 일은.

“첫째가 지회 청사를 마련한 것이고 다음으로는 효부상 제정이다. 젊은이들이 탈선하지 않도록 노인은 그들에게 사랑을 주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노인의 날에 그냥 있을 수가 없어 어르신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며느리를 한 명씩 선정해 사비로 상금 100만원과 부상을 수여하고 있다. 제가 노인 회장 그만두더라도 상금을 좀 올려 계속 지원할 생각이다.”

-작년 수상자를 소개하면.

“결혼한 지 얼마 안 돼 홀몸이 된 시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본가로 들어간 며느리이다. 식사를 거르지 않고 하루 세끼, 밥을 지어 손수 챙겨드리고 보양식, 영양식도 자주 해드린다. 아플 때는 손수 운전해 병원에 모셔 드리며 경로당에도 한 달에 한 번 특별식을 대접하는 헌신적인 효부다.”

-남은 임기 중에 이루고 싶은 건.

“해남에는 남자들이 일찍 사망해 홀로된 여성들이 많다. 남편과 함께 노후를 행복하게 보내지 못하는 걸 보면 마음이 참 아프다. 여담이지만 부친이나 장인도 모두 40~50대에 일찍 유명을 달리했다. 이분들에게 우리가 무얼 해줄 수 있나, 그런 것들을 사무국장과 직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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