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이재명 경기지사의 ‘사이다’ 맛
[백세시대 / 세상읽기] 이재명 경기지사의 ‘사이다’ 맛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7.31 14:43
  • 호수 7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역시 ‘사이다’이다. 이 지사는 최근 경기도 4급 이상 공무원들 중 다주택자들은 주택을 모두 팔라고 했고 응하지 않을 경우 승진·전보·재임용 등에 불이익을 줄 거라고 했다. 그러자 한편에서 ‘위헌’, ‘사유재산권 침해’ 등 딴지를 걸었다. 이 지사는 이에 대해 “고위공직자들이 부동산 투기를 한다든지 또는 주식에 개입해 부당이익을 노린다든지 결국 그 부당이익을 누리는 것은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기 때문에 재산권 침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돈과 권력 중 한 가지만 가져야 한다”라고 응수했다.

얼마나 쉽고 간단명료한 대답인가. 이 지사에게 ‘사이다’란 닉네임이 그래서 붙여진 것일 테다. 사람들이 그의 ‘사이다’ 맛에’ 점차 길들여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유원지 계곡불법영업 단속이다. 이는 행락 철마다 국민을 괴롭혀온 고질적인 사회문제로 지금까지 누구도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계곡을 불법 점유한 업자들의 횡포로 무더위를 식히기 가장 좋은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계곡을 뒤로 한 채 다른 피서지를 찾아 길을 떠나곤 한다.

그런데 이 지시가 이 숙제를 속 시원히 해결해준 것이다. 이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현장 사살’이라는 극단적인 조취를 취해 전국에 만연한 마약사범을 근절시킨 것에 비교된다. 

어떻게 해서 아무도 손 못 댄 ‘계곡의 무법자’들을 잠재울 수 있었을까. 이 지사는 2019년 9월, 가평군 백팔유원지 불법영업과 관련해 전담 TF팀을 구성, 하천 불법시설과 영업행위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해당 불법업소들에 대해 계도와 이행 강제금, 변상금 부과 등의 고발조치를 취했다. 저항이 거셀 것을 예상해 2안, 3안도 준비해뒀다. 처음에는 예상대로 지지부진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철거반원 20여명과 덤프트럭, 굴삭기 등 중장비 5대를 동원해 경량철제구조물 4동, 하천 진입포장 계단 및 정문 1식 등 불법시설물을 강제 철거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계 및 방호 인력 30여명과 경찰, 소방, 한전 등 3개 기관도 투입했다. 

이 같은 식으로 경기도 25개 시·군의 106개 계곡과 하천 등 모두 726곳의 불법 행위를 적발해 철거하고 원상복귀 해 도민에게 계곡의 아름다운 풍광과 물소리를 돌려주었다. 타 시·도는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 지사는 신천지 코로나 사태에서도 쾌도난마의 액션을 취해 다시 한 번 국민의 체증을 뚫어주었다. 이 지사는 지난 2월 말,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자 경기도 내 240여곳의 신천지 종교시설을 강제봉쇄하고 집회를 금지하는 긴급행정명령을 내렸고 이어 코로나19 검사 요청을 거부한 이만희 신천지 교주의 검체 채취를 위해 가평 신천지연수원(이만희 별장)을 급습하기도 했다. 이는 세월호 사고 때 구원파 시설 앞에서 닭 쫓던 개처럼 맥없이 쳐다만 보던 국가행정력과 극명히 대조된다.

이재명 지사가 막강한 차기 대선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차기 지도자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 1위는 단연 이낙연 의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 지사와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 7월 20일 발표한 리얼미터 조사에선 이낙연 23.3%, 이재명 18.7%였다. 오차 범위 내에서 바싹 붙었다. 대신 이낙연 의원은 4월(40.2%)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이유는 ‘사이다’ 효과에 있다. 이낙연 의원은 국무총리 시절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의에 시종일관 “엄중히 지켜보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물론 이 의원으로서도 그 이상 대처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케미’를 맞춰야 하는 그로선 다른 목소리를 낼 처지가 아니다. 그 결과 ‘엄중  이낙연’이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이재명 지사는 최근에 오랜 시간 멍에처럼 짊어져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대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아 자유로워졌다. 

앞으로 대선까지는 2년이 남아 있어 그 사이에 더 강력한 ‘사이다’가 나타날지, 아니면 제2의 촛불시위가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시각, 이 지사만큼 목 줄기를 시원하게 뚫어주는 사이다 맛을 안겨주는 정치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