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케이 마담’… 꽈배기 튀기던 아줌마, 피랍 항공기 구할 수 있을까
영화 ‘오케이 마담’… 꽈배기 튀기던 아줌마, 피랍 항공기 구할 수 있을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8.07 14:51
  • 호수 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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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최초의 비행기 하이재킹을 다룬 이 작품은 코미디를 더해 시종일관 크고 작은 웃음을 선사한다. 사진은 극중 꽈배기 장사를 하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미영의 모습.
한국영화 최초의 비행기 하이재킹을 다룬 이 작품은 코미디를 더해 시종일관 크고 작은 웃음을 선사한다. 사진은 극중 꽈배기 장사를 하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미영의 모습.

하와이행 비행기 탄 부부가 납치극에 휘말리는 소동 그린 코믹물

보잉777기 통째로 재현, 액션스쿨 다니며 다진 엄정화 액션 등 눈길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하이재킹’이란 말이 있다. 운행 중인 항공기, 기차 등 운송수단을 불법적으로 납치하는 행위를 뜻한다. 납치범과 이를 저지하려는 주인공의 긴장감 넘치는 심리전과 제한된 공간에서의 통쾌한 액션극을 다룰 수 있는 장점 때문에 해리슨 포드가 출연한 ‘에어포스 원’을 비롯 할리우드 영화의 주요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매년 크고 작은 영화 100여편이 제작되는 국내에서는 그간 비행기 하이재킹 영화가 단 한 편도 제작된 적이 없다. 

8월 12일 개봉하는 ‘오케이 마담’은 이런 하이재킹 영화 불모지에 당당히 출사표를 던진 작품이다. 결혼 후 한 번도 여행다운 여행을 해본 적 없는 한 부부가 큰 마음 먹고 떠난 하와이 여행에서 비행기 납치극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소동을 코믹액션극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꽈배기 하나로 골목시장 상권을 휘어잡은 ‘미영’(엄정화 분)은 ‘컴퓨터 박사’인 철부지 남편 석환과 함께 풍족하지 않은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한 음료회사에서 기획한 이벤트에서 1등에 당첨돼 하와이행 가족여행권을 얻게 된다. 

기쁨도 잠시, 세탁기조차 속시원히 바꾸기 어려운 형편 탓에 부부는 여행을 포기하려 한다. 그러다 비행기를 한 번도 못탔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딸 때문에 부부는 마음을 바꿔 하와이행을 결정한다.

그 시각 북한의 공작원들은 10여년 전 배신하고 사라진 여성 공작원 ‘목련화’가 하와이행 비행기에 탑승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를 송환하기 위한 작전을 개시한다. 미영의 가족이 탑승할 바로 그 항공편이었다. 

억척스러운 미영은 출국 당일까지도 장사를 하고 가까스로 공항에 도착한다. 운 좋게 좌석을 이코노미에서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한 미영‧석환 부부는 부푼 마음을 안고 비행기에 올라타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북한 공작원들이 목련화를 송환하기 위해 비행기를 납치하면서 계획이 뒤엉키고 만다.

탑승 직후 배탈이 난 미영이 화장실에 간 사이 공작원들은 비행기를 점거하고 목련화를 찾기 위한 수색을 시작한다. 이 사실을 까마득히 몰랐던 미영은 볼일을 마치고 화장실을 나오다 공작원에게 거친 공격을 받는다. 그 순간 그녀는 평범한 상인이라고는 볼 수 없는 격투 실력을 선보이며 단숨에 공작원을 제압한다.

석환도 수상하기는 마찬가지. 공작원들의 감시를 유유히 빠져나온 그는 승객들의 물품 사이에서 노트북을 발견하더니 비행기를 단숨에 해킹해버린다. 예상 밖 영웅들의 등장으로 승객들은 환호하지만 공작원들의 거센 반격과 난기류까지 만나면서 미영부부와 승객들 그리고 비행기는 큰 위기를 맞는다.

할리우드의 하이재킹 영화들이 인질극 상황에서의 긴장감과 액션으로 승부를 거는데 비해 이 작품은 긴장감은 걷어내고 그 자리에 코미디를 넣었다. 실제로 미영부부가 비행기에 탑승하는 중반 이후부터 크고 작은 웃음을 객석에 끊임없이 전달한다. 

최대 440명까지 수송이 가능한 ‘보잉777기’ 세트를 통째로 들여와 사실감을 높인 제작진의 노력도 빛을 발한다. ‘에어 하와이’ 항공사 로고부터 기내 좌석, 승무원 의상 등을 제작하는 등 공을 들였고 그 결과 실감나는 항공액션을 해낼 수 있었다.

중년에 접어들어 액션 연기에 도전한 엄정화의 ‘아줌마표 액션’도 볼만하다. 현재 세계영화계에서는 중년배우들의 액션연기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50줄에 들어서 ‘테이큰’을 찍고 세계적인 액션 배우로 발돋움한 리암 니슨과 ‘007’ 시리즈의 다니엘 크레이그, ‘존 윅’ 시리즈의 키아니 리부스, 국내의 마동석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여성 액션은 좀 다르다. 여권 신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여성 액션은 여전히 20~30대 젊은 배우들의 몫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이 작품에서 선보인 엄정화의 액션 연기는 주목할 만하다. ‘댄싱퀸’으로 제48회 백상예술대상 여자 최우수연기상 수상, ‘몽타주’로 제50회 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입증해온 엄정화는 수개월 간 액션스쿨 수련까지 받아 찰진 액션을 선보이며 중년여성 캐릭터를 활용한 액션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조연들도 탄탄한 연기로 영화를 실감나게 한다. 남편 석환을 연기한 박성웅은 악역 이미지를 탈피해 아내에게 꼼짝 못하는 연하 애교남 연기를 펼친다. 무뚝뚝할 것 같은 외모와 달리 끝없이 수다를 퍼붓는 반전 매력을 선보인다. 승무원으로 변신한 배정남과 사무장 김혜은 등 조연들, 깜짝 등장하는 반가운 까메오들도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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