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나라가 니꺼냐”
[백세시대 / 세상읽기] “나라가 니꺼냐”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8.21 13:35
  • 호수 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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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불만이 분노로 표출되고 있다. 서민들서부터 사회지도층 인사에 이르기까지 국가에 대한 비판·비난이 임계점에 다다른 듯하다. 최근 가장 대표적인 말이 “나라가 니꺼냐”이다. 지난 7월 중순, 네이버 실시간검색어 1위에 오르면서 화제가 된 이 말은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온·오프라인에서 항의시위를 하는 가운데 나왔다. 

이 말에는 소수의 권력자들이 자기들 뜻대로 국정을 좌지우지해 다수의 국민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뜻이 함축돼 있다. 대한민국은 위정자와 그 추종세력 의 것이 아니라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는 것을 주지시키고 있다. 문재인 정권 초기 지지자들 사이에 회자된 “이니 니 맘대로 하라”는 말은 더 이상 가당치 않다는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나라가 니꺼냐’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에 검찰개혁이 있다. 며칠 전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법제처가 전국 검찰청 직제개편안을 추진하면서 일반 국민이나 검사들의 의견을 묻는 40일간의 입법예고 절차를 생략했다. 이유가 가관이다. “입법 내용이 국민의 권리의무 또는 일상생활과 관련이 없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대검 특수·공안 담당 차장검사급 직위 여러 개를 없애고 직접 수사부서를 축소하는 안이 정말 국민 생활과 무관한가. 아니면 눈엣가시 같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 조직의 힘빼기라는 사실을 숨기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쓱싹 해치우고 싶어서일까. 답은 명확하다. 검찰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폐지, 전국 6명의 고검장에게 나눠주자는 법무·검찰개혁위의 뜬금없는 권고와 맥락이 다르지 않다.  

보수 시민단체들도 국가 안위를 걱정하는 포럼, 간담회를 잇따라 열고 있다. 그 가운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최근 대담이 눈에 띈다. 진 전 교수는 “‘대깨문’(문재인 대통령 극성 지지세력)들의 유사 파시즘을 ‘양념’이라고 하는 대통령이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 지지자들의 문자폭탄, 상대후보 비방 댓글에 대해 문 후보가 “우리 경쟁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진 전 교수는 “대깨문들의 공격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집단으로 쫓아가 이지메(따돌림)하는 유사 파시즘”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대표는 “옳고 그름보다 우리편이냐, 상대편이냐로 모든 걸 판단하는 걸 보고 조폭문화가 생각났다. 전체주의 국가가 돼 가고 있다”면서 이어 조국 전 장관 지지자들이 벌인 서초동 집회를 언급하며 “지지자 이익을 위해 싸우는 게 정치인인데 한국에선 지지자들이 정치인을 위해 싸우는 반대현상이 일어났다”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도 이와 관련해 “김대중·노무현 정권만 해도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했다. 그런데 (집권한)586세력은 자유민주주의 학습을 거의 못했다. 합의가 아니라 척결하는 개념의 군사주의적 마인드를 가졌다. 진위를 따지는 게 아니라 승패의 개념으로 접근하니 그런 일이 생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정권 후반부에 들어가면서 민심이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으며 정당 지지도도 더불어민주당이 미래통합당에 밀린다. 지난 8월 15일, 우중에 열린 보수단체들의 광화문 집회가 이를 뒷받침한다. 날씨도, 코로나 바이러스도 이들의 뜨거운 전투력을 꺾지 못했다. 이날 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해 상경한 이들을 비롯 출신고교 별로 모인 60~70대 노인들이 ‘나라가 니꺼냐’라는 팻말을 들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과 성찰 없이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원팀으로 뭉쳐 야당과 자기들 입맛에 안 맞는 국민을 무시하고 깔아뭉개기 때문에 나타나는 당연한 결과이다. ‘어, 어?’ 하다 어느 순간 훅 가는 게 정권의 속성이다. 민심이반을 두려워해야 할 때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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