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당신의 일상은 어떤가요 / 김동배
[백세시대 / 금요칼럼] 당신의 일상은 어떤가요 / 김동배
  •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명예교수
  • 승인 2020.08.21 13:45
  • 호수 7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화에 따른 병치레 하다보니

일상리듬 깨지고 게을러져

원상회복이 쉽지 않음을 느껴

취미활동, 청소‧빨래, 읽기 등

귀찮더라도 직접 하는 게 좋아

# 1. 나는 작년 초부터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1월에 그동안 고생하던 전립선비대 수술을 받았는데 약간의 후유증이 있어서 신경이 좀 쓰이고 있다. 6월엔 갑자기 디스크 파열이 와서 대학병원에 수술 약속까지 했으나 후배 정형외과 의사가 자연치유를 권하여 수술 안 하고 몇 달 자가치료를 하였더니 많이 회복되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척추관협착증이 있었던 터라 완전회복은 어렵고 운동과 휴식을 적당히 병행하면서 살아야 할 형편이다. 이게 다 퇴화현상의 결과들인데 의사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내가 스스로 알아서 관리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이런 병치레로 인해 내 일상생활의 리듬이 많이 깨졌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집에 있는 시간이 늘다 보니 정신적으로 해이해지고 불규칙한 생활을 오히려 은퇴생활의 특권으로 오해하게 되었다. 귀찮고 힘들더라도 규칙적인 생활을 위해 의도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서는 한번 흐트러진 그 리듬을 다시 정상으로 되돌리는 게 쉽지 않았다.  

# 2. 장인어른이 별세하신 후 5년 동안 혼자 사시던 장모님에게 코로나19 사태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동안 정기적으로 노인복지관이나 경로대학을 다니시고, 친구들과 자주 외식도 하고 영화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는데 코로나 때문에 많은 사회활동을 중지하거나 조심하게 됐기 때문이다. 노인이 감염되면 젊은이에 비해 사망률이 더 높다고 해서 노인들은 스스로 활동을 억제하고 있는 것 같다. 식사와 활동에 제약을 받고 집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안 그래도 몸 이곳저곳에 문제가 있다고 호소하시던 분이 이젠 “죽을 수도 없고….” 하면서 짜증을 내는 빈도가 높아졌다. 당분간만이라도 우리 집에 와서 사시라 해도 생활터전을 옮기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며칠 전 거의 강제로 우리 집에 모셔왔는데 오시는 날부터 곧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식사를 여럿이 같이 하고 대화 상대도 있어서 그렇게 호전된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아픈 곳도 줄어들었고, 무엇보다 웃음이 늘면서 활기를 되찾으셨다.  

# 3. 지난 7월 말 우리나라 노인복지 발전에 공로가 지대하신 박재간 선생님이 향년 97세로 별세하셨다. 선생님은 70년대 초 우리나라 대표적인 노인단체인 대한노인회의 창립과정에 기여하셨고, 노인문제가 불거지기 전부터 한국노인문제연구소를 설립하여 노인복지를 연구하면서 한국노년학회 창설을 주도하셨다. 또한 노인복지법의 기초를 놓으셨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설치를 위해 선도적 노력을 하셨다. 선생님은 전공자 이상으로 노년학 이론과 실천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많은 학자들의 연구를 자문해주셨으며 외국 학자들과도 긴밀히 소통하셨다. 그런데 선생님은 평소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시면서 매우 건강하고 활동적으로 사셨는데 특히 주변에선 소식가(小食家)로 알려져 있다. 장례식장에서 한국노년학회 소속 학자들 중심으로 조촐한 추도식을 가졌는데 선생님의 최근 생활이 소개되었다. 평생 열정을 바친 노인복지 관련 역사를 단행본으로 엮은 「한국노인복지 70년의 변천사」를 2년여의 산고 끝에 지난 6월에 출판하셨는데 매일 새벽 3시에 기상하여 1시간 운동 후 집필하셨다 한다. 

나이를 먹으면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꼭 질병이 아니더라도 근력과 스태미나가 감소하여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게 어려워진다. 기상과 취침, 식사와 운동, 대인관계와 사회활동 등을 생각만큼 잘 해내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시간이 많이 있으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하여 게으르거나, 몸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여러 날 활동을 소홀히 하면 원상회복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스스로 규칙을 정해 그 규칙대로 사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을 ‘일상생활의 질서(Order of Daily Living, ODL)’라고 부를 수 있겠다. 무슨 대단한 계획을 실행하는 게 아니더라도 이것만 잘 유지해도 건강관리의 기본은 수행하는 것이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일상생활의 질서는 노년기에 질병을 피하고 적절한 신체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기초전략이다.      

일상생활의 구성요소는 노인의 전반적인 기능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평가도구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ADL과 IADL에 잘 나타나 있다. ADL(Activities of Daily Living, 일상생활수행능력)은 식사, 보행, 목욕하기, 대소변 가리기, 옷 갈아입기, 계단 오르기, 의사소통 등 개인의 신변관리의 수행 정도를 말한다. IADL(Instrumental Activities of Daily Living, 수단적 일상생활수행능력)은 조리, 청소와 빨래하기, 쓰기와 읽기, 가전제품 이용하기, 대중교통 이용, 쇼핑과 재정관리, 취미활동 등 자립적 행동의 수행 정도를 말한다. 특히 IADL에 해당하는 행동들은 때로 사소하고 귀찮게 생각되더라도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내가 직접 수행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아침에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나고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 가벼운 피로를 느끼는 건강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