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변성의 증상과 치료…사물이 찌그러져 보이면 위험신호
황반변성의 증상과 치료…사물이 찌그러져 보이면 위험신호
  • 이수연 기자
  • 승인 2020.08.21 14:11
  • 호수 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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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슬러 격자(왼쪽)를 한눈씩 가리고 약 30cm 떨어진 상태에서 중심에 있는 검은 점을 보면서 주변의 선들이 곧게 보이는지 확인한다. 만약 가운데 점이 잘 보이지 않거나 선들이 휘어 보이고 끊어지거나 안보이는 부분이 있으면 안과를 방문하여 망막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암슬러 격자(왼쪽)를 한눈씩 가리고 약 30cm 떨어진 상태에서 중심에 있는 검은 점을 보면서 주변의 선들이 곧게 보이는지 확인한다. 만약 가운데 점이 잘 보이지 않거나 선들이 휘어 보이고 끊어지거나 안보이는 부분이 있으면 안과를 방문하여 망막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눈 침침하고 글자에 공백이 생기는 증상… 암슬러 격자로 자가진단

노화‧자외선 등이 원인…망막에 신생혈관 생기는 ‘습성’은 실명 불러

[백세시대=이수연기자] 서울 동작구에 사는 이 모(72) 어르신은 최근 급격히 시력이 감퇴하는 것을 느꼈다. 평소 신문이나 독서 등을 즐기는 이 어르신은 눈이 나빠지면서 글씨가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 심해져 돋보기를 사용했다. 그러다 점점 더 시야가 흐릿해지고 급기야는 사물의 형태가 찌그러져 보이는 증상이 나타났다. 처음엔 노안이 심해지면서 생기는 현상인 줄 알고 독서와 스마트폰 시청을 줄이는 조치만을 취했다. 그러다 점차 심해지는 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은 이 어르신은 황반변성 진단을 받았다. 

황반은 눈 안쪽 망막 중심부에 위치한 신경조직을 말한다. 시세포가 밀집되어 있어 빛을 가장 선명하고 정확하게 받아들이는 부위이다. 특히 사물의 명암이나 색, 형태를 감지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황반변성은 이러한 황반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시력이 감소되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황반변성 환자는 2017년 16만4818명으로 2014년 9만9717명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50대 이상 연령이 총 환자 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눈 침침하고 건조하다가 중심 부위 안 보여

황반변성 초기에는 눈이 침침하고몸이 피곤해 안구가 건조한 것으로 느끼기 쉽다. 다른 질환처럼 위험신호를 보내지 않아 빨리 병을 자각하기 어려운데,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시력이 떨어졌다가, 좋아지면 시력도 회복되는 현상이 반복된다. 이 때문에 피곤으로 인한 일시적인 증상으로 여기는 수가 많다.  

질환이 더 진행되면 글자의 공백이 생기거나 중심 부분이 지워진 듯 보이지 않게 된다. 특히 황반변성이 한쪽 눈에 먼저 발병했을 때는 눈의 이상을 거의 느끼지 못할 수 있다.

박운철 서울대학교 안과 교수는 “황반변성은 완치가 어렵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조금이나마 위험요인을 줄일 수 있다”며 “발병 후 관리를 잘하면 시력 저하 속도도 최대한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황반변성은 녹내장, 당뇨망막증과 함께 실명을 일으키는 3대 안과 질환이다. 크게는 망막의 광수용체와 세포들이 죽는 ‘건성(비삼출성)’과 황반 아래 맥락막에서 새 혈관이 자라는 ‘습성(삼출성)’으로 나뉜다. 

건성 황반변성은 망막 아래에 드루젠이라 불리는 노란 침착물이 황반부에 쌓여 나타나는 질환이다. 대부분의 황반변성이 비삼출성으로 발생되는데, 이때 황반에 있는 시세포가 서서히 위축돼 시간이 지날수록 시력이 떨어지고, 습성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경과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 

습성 황반변성은 맥락막의 혈관이 망막세포를 뚫고 나와 망막 아래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생기는 것이다. 신생혈관은 매우 약하고 터지기 쉬워서 삼출물과 혈액이 흘러나오게 되면 색소상피박리, 장액 망막박리, 망막하출혈 등이 생기게 된다. 이렇게 되면 황반이 손상돼 시력장애 및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삼출성 황반변성은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몇 주 안에 시력이 급격히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박운철 서울대학교병원 안과 교수는 “황반변성의 대표적인 원인은 노화로, 중년 이후 발생 확률이 높다”며 “다만 모든 사람에게서 노화에 의한 황반변성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가족력, 흡연 습관, 빛에 의한 손상이 노화와 동반될 때 황반부에 변성이 유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생혈관 막으려면 항체주사

황반변성 치료를 위해서는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가장 쉬운 자가검진 방법으로는 암슬러 격자가 있다. 암슬러 격자는 5㎜ 간격의 백색 격자로 구성된 흑색 사각형 카드로 30㎝ 거리에서 한눈을 가리고 반대쪽 눈으로 암슬러 격자 중심에 위치한 점을 주시한다. 이때 격자를 이루는 모든 선이 같은 굵기 직선의 형태로 보여야 정상인데, 중심점 주위의 선 일부가 안 보이거나 휘어 보이는 등의 증상이 있으면 황반변성을 의심하고 안과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안과에서는 빛간섭단층촬영술, 형광안저촬영술, 시야 검사 등의 정밀 검사를 통해 황반변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황반변성을 진단받은 경우에는 병의 진행을 막기 위해 안과에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검사를 시행하고 눈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부분의 황반변성 환자는 건성 단계에서 진단을 받지만, 수년 내 습성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다. 초기 건성 황반변성으로 진단받았다면, 1년에 한 번 안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중기 건성 황반변성은 시력 저하 속도를 늦추는 게 목표다. 어느 정도 시력이 남아있는 말기 황반변성 환자는 미국 국립안연구소 연구결과(AREDS)를 근거로 항산화제(루테인, 지아잔틴, 비타민C, 비타민 E, 아연, 구리)가 다양하게 포함된 식이 보충제가 권고된다. 

습성 황반변성이 시작되면 시력 보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치료는 혈관 형성을 막는 항체를 눈에 주사하는 방식이다. 다른 치료법보다 치료 효과가 좋고, 시력 유지는 물론 일부 시력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주사를 장기적으로 맞아야 하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이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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