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기흥노인복지관, 어르신 비대면 작품전… 열정에 대한 감동은 그대로
경기 용인시기흥노인복지관, 어르신 비대면 작품전… 열정에 대한 감동은 그대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8.28 14:57
  • 호수 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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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경기 용인시기흥노인복지관에서 1년 간 실력을 갈고 닦은 어르신들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은 김광순 어르신의 유화.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경기 용인시기흥노인복지관에서 1년 간 실력을 갈고 닦은 어르신들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은 김광순 어르신의 유화.

어르신 56명 복지관서 갈고 닦은 유화‧수채화 등 127개 작품 선봬

수목원 그린 김광순 어르신 유화, 최승렬 어르신의 초상화 등 눈길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수차례 문을 닫고 열기를 반복한 미술관·박물관은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비대면 온라인 전시를 ‘뉴노멀’로 받아들였다. 최근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며 다시 문을 닫은 상황이지만 이미 대부분의 전시를 온라인으로도 진행하며 관람객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받아들여 경기 용인시기흥노인복지관이 어르신들이 갈고닦은 작품을 뽐내는 전시회를 온라인으로 시도해 주목받고 있다. 

용인시기흥노인복지관(관장 임형규)에서는 지난 8월 19일부터 복지관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이용해 온라인 무관중 작품전시회를 열고 있다.

지난 1년간 56명의 어르신이 복지관에서 익힌 사군자, 한문서예, 한글서예, 스케치데생, 수채화, 유화, 캘리그라피 등 127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관람하는 방법도 간단하다. 유튜브에 접속해 검색창에 ‘용인시기흥노인복지관’을 검색해 ‘기흥아카데미 무관중 작품전시회’를 클릭하면 시청할 수 있다. 또는 용인시기흥노인복지관 홈페이지(www.ygsenior.or.kr)에 접속해 ‘공지사항’ 코너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어르신들의 열정과 노력이 들어간 작품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김광순 어르신의 유화이다. 자식들이 대학에 입한 이후부터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김 어르신은 20년 넘는 경력답게 준프로 수준의 실력을 보여준다. 그녀는 친구들과 수목원에서 찍은 기념사진과 다낭여행에서 배를 탔을 때 찍은 사진을 보고 그린 두 점의 작품을 출품했는데 인상파 화가들의 화풍이 느껴지는 수준급의 작품을 완성했다.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 김호중의 ‘찐팬’임을 자처하는 김 어르신은 “미스터트롯 무대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이를 보고 영감을 받은 작품을 그리고 있다”면서 “다음 전시회에서도 좋은 그림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어느 시골의 낡은 초가집을 데생으로 표현한 이기자 어르신의 작품은 마치 흑백 사진을 보는 것처럼 정교한 묘사가 눈에 띈다. 용인시기흥노인복지관 건물을 세밀히 묘사한 최수영 어르신의 작품도 인상적이다. 건물 간판부터 주변에 난 초목까지 꼼꼼히 묘사하며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다. 또 낚시하는 초로의 노인을 멀리서 묘사한 작품 역시 눈길을 사로 잡는다. 

임영희 어르신과 정준자 어르신이 각각 산촌을 그린 유화 작품은 비교해 보면 좋다. 

임영희 어르신은 눈 쌓인 산촌을 정준자 어르신은 한여름의 산촌을 담았는데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도 각자 다른 계절감을 전달한다.

‘벤허’로 유명한 찰턴 헤스턴을 그린 최승렬 어르신의 초상화(왼쪽)와 김경애 어르신의 캘리그라피.
‘벤허’로 유명한 찰턴 헤스턴을 그린 최승렬 어르신의 초상화(왼쪽)와 김경애 어르신의 캘리그라피.

그림 배운지 1년만에 수준급 솜씨

그림을 배운 지 1년 갓 넘은 최승렬 어르신의 작품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1980년대 잠시 초상화를 배웠다가 붓을 놓은 그는 노후를 즐기기 위해 복지관에서 데생, 수채화, 사군자화 등을 배우기 시작했다. 유성색연필로 표현한 아이리스와 프리지아, 벤허로 유명한 미국 배우 찰턴 헤스턴을 연필로 그린 초상화 등은 그림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느껴진다.

최 어르신은 “그림을 배워 폴 뉴먼, 클린트 이스트우드 등 동경하는 배우들을 그릴 수 있게 돼 좋았다”면서 “다음 전시회에는 유화와 수채화 작품에도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피사체로 삼은 것은 과일과 꽃이었다. 상자 속 수북하게 담긴 자두를 그린 변세연 어르신의 수채화 작품을 보고 있으면 절로 입안에 진한 과육이 느껴진다. 다소 거친 솜씨지만 송영수 어르신이 그린 청포도 역시 시원한 느낌을 전달한다.

개성 넘치는 캘리그라피도 많아

어르신들의 저마다 개성이 담긴 캘리그라피는 필치뿐만 아니라 내용 역시 큰 감동과 공감을 선사한다. ‘햇살이 눈부시니 복이 오나 봅니다’, ‘같이 또 함께 더불어 살아요’, ‘내 생애가 한번뿐이듯 나의 사랑도 하나입니다’ 같은 문구를 보면 코로나19로 지친 심신이 절로 위로된다.

이외에도 어르신들이 심혈을 기울여 써 내려간 한문서예, 한글서예, 사군자 작품들도 긴 여운을 남긴다.

임형규 용인시기흥노인복지관장은 “코로나로 인해 물리적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만은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복지관을 이용하시던 어르신들이 집에서 인터넷으로 작품전시회를 보며 마음 편히 쉬어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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