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전북연합회 소속 노인자원봉사클럽 향기봉사단 “어르신들 예쁘게 꾸며드리면 행복해하세요”
대한노인회 전북연합회 소속 노인자원봉사클럽 향기봉사단 “어르신들 예쁘게 꾸며드리면 행복해하세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0.09.11 15:48
  • 호수 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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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 전북연합회 소속의 향기봉사단 자원봉사클럽 회원들이 어르신들 머리염색을 해주고 있다.
대한노인회 전북연합회 소속의 향기봉사단 자원봉사클럽 회원들이 어르신들 머리염색을 해주고 있다.

경로당·복지관에서 머리염색·네일아트·악기공연 

작년 성과보고대회서 보건복지부장관상 수상 

[백세시대=오현주기자] “부끄럽다며 손을 감추던 어르신들이 나중에는 예쁘게 매니큐어를 발라 달라고 먼저 손을 내미세요.” 

대한노인회 전북연합회 소속 노인자원봉사클럽 향기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정문자 코치(67·전주시 서신동)의 말이다. 

정 코치는 자녀들을 출가시킨 후 혼자만의 시간을 의미 있는 일로 보내야겠다는 생각 끝에 전북노인복지관 경로식당에서 배식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이 복지관은 대한노인회 전북연합회가 신청사로 이전하기 전에 사무실로 쓰던 곳이라 정 코치는 자연스럽게 대한노인회와 인연을 맺게 됐다. 정 코치 등 복지관에서 함께 봉사하던 60~70대의 여성 18명이 모여  대한노인회 소속의 향기봉사단을 만들어 활동하게 된 배경이다. 

이 클럽은 2017년부터 매달 3회 이상 경로당과 노인복지관을 순회하며 머리염색, 네일아트, 치매예방 및 우울증예방교육, 말벗, 노래 및 악기 연주 등을 해오고 있다. 

정 코치는 전북연합회 노인자원봉사지원센터 행정보조팀장으로 2016년부터 1년 6개월 간 재직한 경력이 있다. 당시 정 코치는 5시간의 업무 시간을 마친 뒤에도 추가로 자원봉사활동을 맡아 진행했다. 

왕진숙 전북연합회 자원봉사센터장은 “근무 시간 외에도 센터 일을 도와줘 항상 고맙게 생각하는 분”이라며 “봉사가 필요한 곳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가 전북의 노인자원봉사 활성화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 클럽의 회원들은 제각각 재능과 열정으로 뭉쳐 요리, 염색, 미용, 네일아트, 노래, 악기연주 등 못하는 것이 없어 자타가 ‘대한민국 주부9단 아줌마’라고 부른다. 

회원들이 봉사 현장에 출동하면 우선 노래와 하모니카 연주로 분위기를 흥겹게 띄우고 나머지 회원들은 염색과 네일아트를 진행한다. 이때 간식도 제공한다. 

어르신들은 처음에 손발 케어를 받기를 쑥스러워 하지만 회원들과 어울려 자연스레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며 친숙한 과정을 거친 뒤에야 손과 발을 내어준다. 

이영희 코치는 “처음 봉사활동을 나섰을 때는 이 같은 과정을 생략한 채 네일아트나 손·발톱을 다듬어주려고 하면 부끄럽다며 피하시는 어르신들도 많았다”고 기억했다.

대부분의 노인은 자기 몸 관리를 귀찮아하고 치장을 하지 않는다. 머리염색도 그렇다. 이들 사이에 향기봉사단이 인기인 이유다. 봉사활동 당일 아침부터 신청자를 받아 번호표를 주고 순서대로 염색약을 발라주어야 할 정도다. 

염색 기술이 뛰어난 회원들 6개 팀이 2인 1조가 돼 염색약 배합, 염색 부위 경계선에 크림 바르기, 목에 포 씌워드리기, 염색약 배분, 비닐모자 씌워 드리기 등으로 분업화해 능숙하게 머리를 염색한다. 

어르신들은 자발적인 봉사인 줄 모른 채 회원들에게 “얼매나 받고 봉사혀?” 라고 묻는다. 클럽 회원이 “자원봉사”라고 대답하면 “약냄새로 머리도 아프고 힘들 텐데 어떻게 돈 한 푼 받지 않고 이렇게 그냥 해줘?” 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이 클럽의 맏언니 한명자 회원(77·전주시 완산구 서신동)은 “염색을 해드리고 10년은 젊어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약냄새로 아팠던 머리가 시원해지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염색봉사를 마치고 땀으로 젖어있는 장갑과 팔 토시, 앞치마를 벗고 온몸을 살피면 염색약이 자신도 모르게 손과 팔에 묻어있다. 회원들은 서로의 몸을 보며 ‘보람과 수고의 흔적’이라며 격려하기도 한다.

김두봉 전북연합회장은 “향기봉사단은 전북연합회 직할클럽으로 회원들이 여러 방면에 뛰어난 소질을 지닌 ‘팔방미인’들”이라며 “전주지역에서 ‘솜씨 좋은 작은 미용실’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클럽은 이 같은 공적을 인정받아 작년 노인자원봉사클럽 성과보고대회 및 우수사례 발표회에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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