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좋은 지식 34] 집단면역
[알아두면 좋은 지식 34] 집단면역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0.09.25 14:00
  • 호수 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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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케티이미지뱅크
그림=케티이미지뱅크

집단의 60% 이상이 특정 감염병에 면역이 된 상태

코로나19에 대응해 ‘집단 면역’을 시도했다 곤욕을 치렀던 스웨덴이 최근 유럽 국가 중 일일 확진자 수 최저를 기록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여기서 면역이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완쾌돼 항체를 갖게 됐다는 뜻이다. ‘집단 면역’은 어느 집단의 대부분(60 ~70%)이상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성을 가졌을 때, 감염병의 확산이 느려지거나 멈추게 됨으로써 면역성이 없는 사람들이 간접적인 보호를 받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 용어는 1930년대부터 사용됐다. 1932년 헤드리히(A.W. Hedrich)가 발표한 볼티모어의 홍역 역학 연구에서, 홍역에 걸려 면역을 가지게 된 어린이가 일정 수 이상 늘어나면 새로운 감염이 줄어드는 집단 면역 현상이 처음 확인됐다. 이후 한동안 집단 면역은 감염병 유행의 결과로 나타나는 자연적 현상으로만 인식됐으나, 1960년대 홍역 백신이 개발되고 예방접종을 통한 집단 면역 현상이 나타나면서 전염병 예방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떠올랐다. 1977년에 종결된 천연두의 박멸과 다른 질병들의 지역적인 박멸에 실제로 활용됐다. 

집단 내 면역자가 늘어날수록 질병 전파력은 약해지며, 일정 수준을 넘으면 면역이 없는 구성원도 간접적으로 보호받는 효과가 나타난다. 집단 면역을 통해 건강한 사람은 물론, 에이즈, 백혈병 등으로 인한 면역 결핍으로 백신 접종이 불가능하거나 접종 이후에도 면역이 생기지 않는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다.

다만 집단 면역은 모든 감염성 질환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사람들 간에 직접 전염돼 확산되는 질병에서만 작동한다. 집단 면역이 발동하지 않는 대표적인 예가 파상풍이다. 파상풍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는 토양에 살고 있고,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이 상처 등을 통해 토양에 있는 박테리아에 노출되면 주변의 모든 사람이 백신 접종을 받아 면역성을 갖고 있다 해도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집단 면역 형성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하지만 백신 개발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스웨덴을 비롯해 영국, 인도 등서 자연적인 집단 면역을 시도했지만 인구 60~70%의 감염을 전제로 하는 만큼 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다.

집단면역을 시도한 스웨덴은 감염률과 사망률이 치솟았고 지난 7월 초 인구 100만명당 사망자 수는 530명으로, 영국(661명)에 이어 유럽 내에서 가장 많았다. 하지만 8월 200명대로 떨어진 뒤 9월 첫 주 평균 100명대까지 줄며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인구 10만 명당 확진율을 보면 더욱 도드라지는데 스웨덴 22.2명으로, 스페인 279명, 프랑스 158.5명, 체코 118명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만약 우리나라가 1010만명의 인구를 가진 스웨덴처럼 집단 면역을 시도해 같은 치명률과 사망률을 기록한다 가정한다면, 사망자는 약 3만명에 육박하게 된다. 실제로 방역당국이 두 차례 무작위로 대상을 선정해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실시한 결과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한 사람은  인구 1만명 중 7명(0.07%)에 불과해 스웨덴과 같은 방식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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